67가구 쓸려간 예천 방문한 與지도부 "국민들도 힘 보태달라"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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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예천군 감천면, 폭우가 휩쓸고 간 그 자리에 이번엔 폭염 경보가 발효됐다. 전국에서 가장 큰 비 피해를 본 예천은 비가 소강상태에 들어가자마자, 폭염 경보가 내렸다. 폭염 경보는 이틀 이상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일 때 발효된다. 폭우에 쓸려 내려온 수해의 잔재가 산더미처럼 마을 곳곳에 쌓여 있었지만, 수해 복구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21일 오전에 찾은 예천군 진천면 감천리엔 수해 복구를 돕기 위해 장화를 신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무언가 썩어가는 쿰쿰한 냄새가 코를 찔렀지만, 수백 명의 해병대원들을 비롯한 자원봉사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작업에 열중이었다. 다행히 피해를 살짝 비껴간 진평2리 노인회관은 수해 복구를 지원하기 위한 '종합 센터' 역할을 하고 있었다. 노인회관 앞에는 이동 급식 차량은 물론 빨래를 할 수 있는 이동식 세탁기 차량도 와 있었다. 김기현 대표와 박대출 정책위의장, 이철규 사무총장, 김병민 최고위원 등 지도부는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긴 바지에 긴 팔 티를 입고 장화를 신은 채 현장에 나타났다. 잠시만 서 있어도 사방에서 날리는 먼지에 휴대폰과 가방 위로 먼지가 쌓이는 곳이었다.
이들은 먼저 현장을 찾은 김학동 예천 군수의 브리핑을 청취했다. 김 군수는 "지난 6월 29일부터 피해 당일까지 20일 가운데 16일 내내 비가 내렸다. 모든 토양이 수분을 머금고 흘러내릴 만한 임계치에 도달한 상황에서 지난 15일 새벽에 어마어마한 물 폭탄이 쏟아졌다"며 "기반이 약한 토사, 주변에 있던 바위, 나무가 이 골 저 골에서 흘러내리기 시작해 그게 마을까지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김 군수의 설명에 따르면 이곳에서 67호의 주택이 소실되거나 반파됐다. 그는 수해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돌아갈 집이라도 있으면 좋은데, 집 자체가 없어졌다"며 "도지사의 지시로 임시 조립 주택이라도 주민들이 원하는 자리에 배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마을은 튼튼히 뿌리를 내렸던 나무까지 뽑혀 내려오면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트럭이 구겨진 채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었고, 구겨진 사과박스와 판자 조각들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예천에선 이번 폭우 피해로 14명이 사망했다. 또 실종된 3명은 아직 찾지 못했다.
김 군수는 안전재난 관련 매뉴얼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기예보만 하더라도 "이 지역에 이틀간 300mm의 비가 왔다고 하지만, 대부분이 평지 면 소재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고, 산악 지역에 대해선 정확한 강수량 측정치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후 패턴이 바뀌었기 때문에, 단순한 산사태라 생각하고 동네 뒤만 보살피는 안전대책으로는 불가항력"이라며 "장기적 대책을 수립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김 대표는 "오는 23일 고위당정회의를 한다. 재해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에 설계 기준이나 각종 허가의 기준, 필요한 배수 시설 등을 전면 검토할 것"이라며 "수해뿐 아니라 한파에도 똑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과수원 살리기' 작업을 하는 데 작은 일손을 보탰다. 과수나무 위로 물에 휩쓸려 내려온 각종 부유물들이 쌓여 있는데, 이것들이 썩기 시작하면 곰팡이와 균이 생기며 나무가 괴사하게 된다. 경북 예천에는 최근 토지 개간이 활발하게 이뤄져 수많은 과수원이 조성되어 있다. 충분히 햇빛을 받아야 하는 과수원의 특성상,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그늘이 하나도 없는 곳이라 작업하는 이들 모두가 폭염과 싸워야 한다. 작업을 시작한 지 10분도 지나지 않아, 참여한 의원들과 당원들의 이마에도 구슬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이날 수해 현장을 찾은 김기현 대표는 "현장에 와서 보니 보도를 통해 접한 것보다 심각하다"며 일손을 보태 달라고 읍소했다. 그는 "당도 최대한 많은 당원들의 봉사활동 참여를 독려하겠지만, 국민 여러분께서도 시간이 나시면 조금씩 십시일반으로 힘을 모아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선 급한 곳부터 장비를 투입해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이고, 집을 잃은 분들은 임시 거처를 마련해 당분간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빠른 행정 지원이 절실하다"며 "당에서도 이 부분에 솔선수범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이날부터 28일까지 일주일을 전 당원 봉사 주간으로 지정하고, 큰 피해를 본 경북·충남·충북 등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봉사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경북 예천 =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21일 오전에 찾은 예천군 진천면 감천리엔 수해 복구를 돕기 위해 장화를 신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무언가 썩어가는 쿰쿰한 냄새가 코를 찔렀지만, 수백 명의 해병대원들을 비롯한 자원봉사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작업에 열중이었다. 다행히 피해를 살짝 비껴간 진평2리 노인회관은 수해 복구를 지원하기 위한 '종합 센터' 역할을 하고 있었다. 노인회관 앞에는 이동 급식 차량은 물론 빨래를 할 수 있는 이동식 세탁기 차량도 와 있었다. 김기현 대표와 박대출 정책위의장, 이철규 사무총장, 김병민 최고위원 등 지도부는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긴 바지에 긴 팔 티를 입고 장화를 신은 채 현장에 나타났다. 잠시만 서 있어도 사방에서 날리는 먼지에 휴대폰과 가방 위로 먼지가 쌓이는 곳이었다.
이들은 먼저 현장을 찾은 김학동 예천 군수의 브리핑을 청취했다. 김 군수는 "지난 6월 29일부터 피해 당일까지 20일 가운데 16일 내내 비가 내렸다. 모든 토양이 수분을 머금고 흘러내릴 만한 임계치에 도달한 상황에서 지난 15일 새벽에 어마어마한 물 폭탄이 쏟아졌다"며 "기반이 약한 토사, 주변에 있던 바위, 나무가 이 골 저 골에서 흘러내리기 시작해 그게 마을까지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김 군수의 설명에 따르면 이곳에서 67호의 주택이 소실되거나 반파됐다. 그는 수해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돌아갈 집이라도 있으면 좋은데, 집 자체가 없어졌다"며 "도지사의 지시로 임시 조립 주택이라도 주민들이 원하는 자리에 배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마을은 튼튼히 뿌리를 내렸던 나무까지 뽑혀 내려오면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트럭이 구겨진 채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었고, 구겨진 사과박스와 판자 조각들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예천에선 이번 폭우 피해로 14명이 사망했다. 또 실종된 3명은 아직 찾지 못했다.
김 군수는 안전재난 관련 매뉴얼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기예보만 하더라도 "이 지역에 이틀간 300mm의 비가 왔다고 하지만, 대부분이 평지 면 소재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고, 산악 지역에 대해선 정확한 강수량 측정치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후 패턴이 바뀌었기 때문에, 단순한 산사태라 생각하고 동네 뒤만 보살피는 안전대책으로는 불가항력"이라며 "장기적 대책을 수립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김 대표는 "오는 23일 고위당정회의를 한다. 재해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에 설계 기준이나 각종 허가의 기준, 필요한 배수 시설 등을 전면 검토할 것"이라며 "수해뿐 아니라 한파에도 똑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과수원 살리기' 작업을 하는 데 작은 일손을 보탰다. 과수나무 위로 물에 휩쓸려 내려온 각종 부유물들이 쌓여 있는데, 이것들이 썩기 시작하면 곰팡이와 균이 생기며 나무가 괴사하게 된다. 경북 예천에는 최근 토지 개간이 활발하게 이뤄져 수많은 과수원이 조성되어 있다. 충분히 햇빛을 받아야 하는 과수원의 특성상,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그늘이 하나도 없는 곳이라 작업하는 이들 모두가 폭염과 싸워야 한다. 작업을 시작한 지 10분도 지나지 않아, 참여한 의원들과 당원들의 이마에도 구슬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이날 수해 현장을 찾은 김기현 대표는 "현장에 와서 보니 보도를 통해 접한 것보다 심각하다"며 일손을 보태 달라고 읍소했다. 그는 "당도 최대한 많은 당원들의 봉사활동 참여를 독려하겠지만, 국민 여러분께서도 시간이 나시면 조금씩 십시일반으로 힘을 모아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선 급한 곳부터 장비를 투입해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이고, 집을 잃은 분들은 임시 거처를 마련해 당분간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빠른 행정 지원이 절실하다"며 "당에서도 이 부분에 솔선수범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이날부터 28일까지 일주일을 전 당원 봉사 주간으로 지정하고, 큰 피해를 본 경북·충남·충북 등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봉사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경북 예천 =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