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태풍에 끊긴 통신서비스…위약금 없이 해지 가능해진다 [정지은의 산업노트]

약관 보완 나선 인터넷공급社
"집 잃은 수재민에 위약금 요구"
20일 한경 보도 따른 후속조치
앞으로는 호우 등 천재지변으로 피해를 본 경우 초고속인터넷을 위약금 없이 해지할 수 있다. 3대 인터넷서비스 공급사업자는 이르면 이달 말 각사 가입 약관에 해당 내용을 추가하기로 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특별재난지역에 해당하는 가구에 대해 초고속인터넷 해지 위약금을 부과하지 않도록 하는 문구를 통신가입 약관에 넣는 방안이 추진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등 3대 인터넷서비스 공급사업자와 이 같은 내용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이들이 합의한 문구는 ‘호우나 태풍 등 천재지변으로 주거시설이 유실돼 장기간 통신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한 경우 서비스 해지를 요청하면 위약금 없이 해지가 가능하다’다. 재난지역의 통신서비스 위약금 면제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의미다.

이 같은 변화는 전날 본지 보도를 통해 ‘최근 경북 예천군 수재민이 LG유플러스 초고속인터넷을 해지하려다가 위약금을 요구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진 데 따른 것이다. 폭우에 집이 떠내려가 인터넷을 쓸 수 없는 상황인데 해지 위약금을 요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을 감안해 정부가 약관 변경을 주문했다. 당시 LG유플러스 측은 가입 약관상 예외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위약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인터넷서비스 공급사업자도 재난 피해 대상에 대한 예외 규정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KT는 이용약관 제2장 13조에 ‘천재지변, 정전 등 불가항력 사유 또는 이용 고객의 고의나 과실로 서비스 제공이 불가한 경우 할인반환금(위약금) 면제가 불가하다’고 명시해 논란이 됐다. SK브로드밴드가 그나마 특수재난지역에 대해 6개월 간 요금이 발생하지 않는 ‘이용정지’를 해주는 대응 매뉴얼을 갖고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가 임의로 위약금이나 요금을 면제해주면 배임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며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곳엔 해지 위약금을 부과하지 않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생기면 즉각 조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는 이날 재난이 발생한 지역에서 초고속인터넷 계약 해지 위약금을 면제하고 통신·방송 요금 등을 감면할 것을 정부에 주문했다. 특별재난지역 피해 주민들의 통신·방송 요금과 전파사용료를 감면하는 조치도 조속히 시행해달라고도 촉구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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