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탄소중립 아닌 '국토 선진화'가 기후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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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는 홍수와 가뭄의 땅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번 홍수에 대해 국민 모두 기후위기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재임 기간 내내 탄소중립이 기후위기 대책이라며 전국 곳곳에 태양광과 풍력 발전을 설치했다. 국제 민간단체 캠페인에 불과한 RE100(재생에너지 100%)을 정부가 나서서 기업체에 독려하기까지 했다. 그 결과 전기요금 인상과 한국전력 적자만 가져왔다. 2020년에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2021년에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고 국제 사회에 약속하며 미래 에너지 가격까지 올려뒀다.
4대강 보 복원·지류 정비를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명예교수·前 국립환경과학원 원장
기후위기라면서 가뭄과 홍수 대비용으로 이명박 정부가 건설한 4대강 보를 해체하기 위해 엄청난 국가 예산과 인력을 소모했다. 게다가 재생에너지가 기후대책이라면서도 4대강 16개 보의 수력발전 시설 271.7GWh를 전부 폐쇄했다. 이는 우리나라 총 수력발전 시설 용량 2757GWh의 10%에 해당하는 양이다. 더구나 4대강 후속 사업으로 계획한 지류·지천 정비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한반도는 기후위기와 상관없이 가뭄과 홍수의 땅이다. 장마 때 물이 넘쳐 난리를 겪고 갈수기에는 한 방울이 아쉬운 곳이다. 지리·지형적 특성 때문이다. 건조한 대륙성 기류와 습한 해양성 기류가 교차하는 한반도에 극심한 가뭄과 홍수가 반복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우리 역사에서 기후 재난은 다반사였다. 반복되는 가뭄과 홍수로 기우제와 기청제는 왕의 연례행사였다.
‘가뭄이 들어 백성들이 서로 잡아먹었다(民餓相食)’는 충격적인 기록도 역사서에 나온다. 1442년 세계 최초로 측우기를 발명한 것도 그만큼 절실했기 때문이다. 1876년부터 1905년까지 이어진 30년 대가뭄은 조선왕조 멸망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1925년 대홍수 피해액이 국가 1년 예산의 58%를 차지할 정도였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기후를 이해하지 못하고 탄소중립을 하면 날씨가 좋아지는 것으로 착각했다. 아무리 탄소중립을 해도 가뭄과 홍수는 계속될 뿐이다. 세계적인 기후과학자 리처드 린젠 미국 MIT 교수는 “이산화탄소가 기후를 조절한다고 믿는 것은 마술을 믿는 것과 유사하다”고 했다. 2022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존 클라우저 박사는 지난달 우리나라 ‘퀀텀코리아 2023’ 개막식 기조강연에서 “나는 기후위기란 없다고 생각한다. 유엔이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고 공언했다.해외 석학들의 주장은 우리 기상 자료로도 입증된다. 지난해 서울 강남대로가 폭우로 침수됐을 때 발표된 기상청 자료를 보면 서울에서 1시간 최대 강수량은 1942년 8월 5일(118.5㎜)과 1964년 9월 13일(116.0㎜)에 있었다. 하루 최대 강수량 기록은 1920년 8월 2일(354.7㎜)과 1998년 8월 8일(332.8㎜)이었다. 이는 대기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았던 1920년과 1942년에 더 강한 폭우가 왔음을 보여준다. 태풍도 사라(1959년), 셀마(1987년) 등 과거에 피해가 더 컸다.
윤석열 정부는 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기후대책을 세워야 한다. 탄소중립으로 날씨를 바꿔보겠다는 아둔함은 버려야 한다. 하늘이 아니라 땅에 해법이 있다. 조속히 4대강 보를 원상회복하고 지류·지천 정비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가뭄과 홍수보다 더 처참하게 국토를 파괴하는 것은 없다. 기후대책은 고비용 무효과인 탄소중립이 아니라 ‘과학과 기술의 국토 선진화’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