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침해 학생에 책임 지울 것"…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손본다
입력
수정
지면A17
13년 만에 수술대 올라경기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 개정에 들어가는 등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조례 개정 및 폐지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서울 서초동 서이초 교사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교권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을 받아온 학생인권조례가 도입 13년여 만에 수술대에 올랐다.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계기로
전국 지자체서 개정·폐지 움직임
임태희 경기교육감은 2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경기교육청은 기존 학생인권 조례에 학생과 보호자가 다른 학생의 학습권 및 교원의 교육활동을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아 연내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학생인권조례의 명칭을 ‘학생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로 바꾸고, 학생의 책임성과 교권 보호를 강화하는 게 개정안의 핵심이다. 임 교육감은 “학생이 교직원의 인권과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할 경우 법령과 학칙에 따라 책임지도록 할 것”이라며 “필요하면 이 학생이 학교 밖 교육을 이수해야 복귀할 수 있는 조치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경기도는 교육감 직선제 도입 이후 2010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학생인권조례를 도입한 지자체다. 이후 광주 전북 충남 제주 인천 등에서 진보 교육감 주도로 지방의회에서 조례가 마련됐다. 지난해 6·1 지방선거를 통해 12년 만에 경기에서 보수 교육감으로 당선된 임 교육감은 ‘교권과 학습권 사이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며 조례 개정 의사를 꾸준히 밝혀왔다.
경기도 외 다른 지자체에서도 보수 지자체를 중심으로 학생인권조례 개정 및 폐지 움직임이 본격화한 상태다. 충청남도의회와 서울시의회에는 지역 보수단체 서명으로 시작된 폐지 조례안이 올라와 있다. 2021년 제주는 기존 조례에서 ‘학생참여위원회’ 조항을 삭제했고 인천은 ‘학교구성원인권조례’로 조례 명칭을 바꿨다.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교육청 중심의 개정·폐지 움직임도 거세질 전망이다. 임 교육감은 “전날 열린 전국 교육감 간담회에서 모든 교육감이 교권이 지금처럼 훼손돼선 안 된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이정선 광주교육감도 이날 “교권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교권 보호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사망한 서이초 교사에 대한 추모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국 교사들이 22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서이초 교사) 추도식 및 교사 생존권을 위한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날 교사 커뮤니티 등에 올라온 집회 안내 영상엔 “집회는 어떤 정치색과도 관련 없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김대훈/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