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사람의 이름을 팔아 지인을 등치고, 가상 인물까지 내세워 지인으로부터 돈을 뜯어낸 사기꾼들이 잇따라 처벌받았다. 춘천지법 형사1단독 송종선 부장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39)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1월 지인 B씨가 숨지자 'B씨가 지인 C씨에게 돈을 빌려준 적이 있다'는 사실을 이용해 C씨에게 접근해 "나도 C씨에게 받아야 할 돈이 있는데, 나한테 돈을 주면 함께 변호사를 선임해 받아내주겠다"고 속였다.
A씨는 C씨로부터 3년간 116회에 걸쳐 1억729만원을 뜯었고, 결국 사기죄로 재판에 넘겨졌다. 송 부장판사는 "죄질이 무겁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도주 우려나 증거인멸 우려는 없다고 판단해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아온 A씨를 법정에서 구속하지는 않았다.
같은 법원 형사3단독 이은상 판사는 사기죄로 기소된 D(23)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과 사회봉사 160시간을 명령했다. D씨는 2022년 2∼3월 지인 E씨를 상대로 'E씨의 전 남자친구가 폭행 사건에 휘말렸는데 E씨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거짓말해 170만원을 뜯었다.
그는 가상 인물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까지 만들어 E씨에게 접근한 뒤, '과거 E씨를 폭행한 가해자와 같은 인물로부터 자신도 폭행당해 고소하려 하니, 돈을 주면 사건을 함께 해결해주겠다'는 거짓을 꾸며내 600만원을 뜯기도 했다.
이 밖에도 사건을 해결하러 가다가 교통사고가 났다며 수술비와 입원비 명목으로 2천500만원을 빼앗는 등 총 3천570만원을 뜯은 혐의로 결국 기소됐다. 송 부장판사는 "친구인 피해자를 상대로 가상의 인물을 내세우고 완전한 가공의 사실을 꾸며내 범행해 죄질이 상당히 불량하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피해자는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D씨가 초범이고, 피해자 측에 3천600만원을 보내 경제적 피해는 실질적으로 보상한 것으로 보이는 사정 등을 참작해 징역형을 선고하되 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판결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