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경험 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여성 성(性)지식 알려드려요"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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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 필요한 성(性)지식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전달할게요"'외음부를 씻는 바른 방법' '나의 브라를 찾아서' '월경 중 나오는 덩어리의 정체.'
여성을 위한 웰니스 플랫폼 '자기만의 방'에 올라온 성(性)지식 콘텐츠 주제들이다. 자기만의 방엔 여성들의 성과 일상 관련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콘텐츠가 600건에 달한다. '먹는 피임약은 정말 호르몬 폭탄일까' '첫 섹스토이 고르기' '자위 후 배가 아팠던 이유' 등 성과학자가 직접 쓰는 정보부터 즐거운 성생활에 도움을 주는 ASMR 콘텐츠도 있다. 이런 콘텐츠가 1주일에 몇 개씩 업데이트 된다. 자기만의 방에 가입한 사람은 6만 명, 누적 유료 구독자는 1만 명을 돌파했다. 이용자는 100% 여성이다. 성인 여성임을 인증 후 가입할 수 있다. 이중 20대가 70%다. 20대 초중반이 특히 많다. 성에 대해 궁금한 게 많은데, 허물 없이 질문하거나 고민을 나눌 장소를 다른 곳에서 찾지 못한 여성들이다. 구글 등에 검색한 성지식은 정확한 내용인지 확인하기도 어렵고, 지식 검색 중 원하지 않았던 야한 사진이 뜨는 등 불쾌함도 겪었던 이들이다. 자기만의 방이 제공하는 성 지식 콘텐츠는 불편하거나 선정적이지 않다. 여성끼리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도 있다. 자기만의 방을 운영하는 아루의 이명진 대표는 "여성들이 더 이상 불쾌하거나 잘못된 정보에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쏟지 말았으면 한다"고 했다. 김홍실 최고운영책임자(COO)도 아루에 합류했다. 국내 액셀러레이터(AC)인 퓨처플레이, 소풍벤처스를 비롯해 실리콘밸리 기반 AC 이그나이트XL로부터 시드(초기) 투자를 받았다.
최근 자기만의 방은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미국 팸테크 스타트업 Dame과 협업해 플랫폼에서 섹스토이를 소개한 것. 여성을 위한 바이브레이터 등이다. Dame은 MIT 엔지니어 출신 자넷 리버만과 성과학자 알렉산드라 파인이 창업한 섹스테크 회사. 이 대표는 "상품을 판다는 게 우리의 진정성을 해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고객 인터뷰를 하면서 좋은 제품을 소개하는 것 또한 여성들의 요구라는 점을 알게 됐다"고 했다.다음은 이 대표, 김 COO와의 일문일답.
Q. 왜 여성 대상 성 지식 콘텐츠로 창업했나.
A. 이 대표: 여성을 자유롭게 해주는 걸 목표로 삼았다. 지식 중에서 여자들이 잘 모르는 지식, 세상이 잘 안 알려주는 지식을 생각하니 그게 성 지식이었다. 아직도 여성들은 기본적인 성 지식을 얻지 못해 질환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나도 20대 초반 질염을 겪었다. 하지만 따로 상담하거나 물어볼 곳이 없어 1년을 참았다. 병원에 가서 항생제를 먹었더니 일주일 만에 나았다. 진작에 관련 정보를 알 수 있거나 상담할 수 있었다면 1년 동안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됐을 거란 생각을 했다. 이런 지식과 정보들을 잘 정리해 여성들에게 편안하게 보여주고 싶었다.Q. 성 지식 콘텐츠 내용과 형식이 다양한 것 같다.
A. 김 COO: 15명의 내·외부 필진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보건교사가 제공하는 성 지식 콘텐츠, 여성의학과 전문의가 그리는 산부인과 웹툰, 지난 1년간 판결문의 패턴을 찾아 정리한 스토킹 범죄 대응법도 있다.
이 대표: 창업할 때부터 100개 정도의 콘텐츠 리스트를 정리한 후 창업했다.
Q. 무료 콘텐츠도 있고, 구독을 해야볼 수 있는 유료 콘텐츠도 있다.
A. 김 COO: 범죄 관련 지식 콘텐츠는 다 무료다. 처음부터 이 영역은 무료로 공개해야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데이트 강간 약물, 데이트 폭력, 2차 가해 등과 관련한 콘텐츠 등이다. 유료 구독자에게 제공되는 분야는 자체 제작한 ASMR 같은 섹슈얼 콘텐츠들이다. 여성들이 죄책감 없이 즐길 수 있는 성 콘텐츠를 만들었다. 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섹슈얼 가이드도 유료 영역이다. 전체 콘텐츠 중 3분의 1 정도가 유료 콘텐츠다. Q. 대표적인 콘텐츠를 소개한다면.
A. 김 COO: '자위 후 배가 아픈 이유'라는 콘텐츠가 인기가 많았다. 배가 아픈 데엔 다양한 이유가 있는데 잘 모르는 상태로 참았던 여성들이 많았다. '나만 배가 아팠던 게 아니구나' '이런 이유 때문이구나' 하고 알게 됐다는 반응이 기억에 남는다.
이 대표: '첫 섹스에서 가장 많이 하는 실수5' 콘텐츠는 첫 섹스를 앞두고 걱정하는 사람들을 위해 장소 선택부터 동의와 거부에 대한 부분들을 담백하게 담았다. 선배로서 어렸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이 이 콘텐츠에 담겼다. Q. 성 지식 콘텐츠뿐만 아니라 섹슈얼 콘텐츠의 비중을 더 확대할 생각은 없나.
A. 이 대표: 자기만의 방의 강점은 지식 콘텐츠라고 본다. 다른 여성 대상 플랫폼을 보면 다 각자의 강점이 있다. 섹슈얼 오디오 콘텐츠를 잘하는 데가 있고, 월경 용품으로 시작한 곳도 있다. 각자 자신이 잘하는 것을 가지고 가야 이 판이 커진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국내 최고의 여성 대상 지식 앱이 되고 싶다. 성 지식 말고는 커리어 지식 쪽을 강화하려고 한다. 세상이 알려주는 커리어 콘텐츠가 여성에겐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한 강연에서 '창업자들은 너무 기고만장하다'는 말을 들은 적 있는데 사실 여성 창업자들에겐 잘 적용되지 않는 말이다.
Q. 커뮤니티도 활성화돼있다.
A. 이 대표: 콘텐츠를 보고 남은 궁금증, 고민들을 편하게 나누는 공간이다. 성에 대한 얘기도 있지만 연애에 대한 고민도 있고, 일상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연령대와 감도가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여러 정보 공유가 자연스럽게 된다. 콘텐츠를 먼저 오픈하고 커뮤니티는 그다음에 오픈했는데, 자기만의 방 콘텐츠의 분위기에 맞게 커뮤니티에서도 서로 자연스럽게 배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다. Q. 최근엔 커머스도 시작했는데 이유가 있나.
A. 이 대표: 사실 처음부터 커머스를 생각하진 못했다. 성 지식 콘텐츠 플랫폼으로서 정체성이 강했다. 하지만 콘텐츠 플랫폼으로서 지속 가능하려면 비즈니스 모델이 잘 붙어야겠다고 판단했고, 고객들의 요구까지 있었기 때문에 커머스에 확신을 가졌다. 고객 인터뷰를 해보니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섹스토이 같은 걸 소개하고 팔아줬으면 좋겠다'라는 요구가 적지 않았다. '다른 데서 사려고 보면 이상한 사진 있고, 구매 시 자기 흔적을 남겨야한다는 게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저희의 팬일 수록 커머스를 해달라고 했다. 고객 설문 결과 96%가 커머스 도입에 찬성했다. 1년 정도 준비해 최근 커머스 서비스를 열었다. 미국 투자사의 소개를 받아 실리콘밸리 팸테크 회사의 제품을 정식 수입해 소개했다. 당장 제품군을 크게 늘릴 생각은 없다. 신뢰를 쌓는 게 가장 중요하다. 고객들이 믿고 쓸 수 있는 제품이 무엇일지 계속 알아보고 있다.
Q. 성 지식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겪는 오해는 없었는지 궁금하다.
A. 김 COO: 광고 거절은 기본이고 오해를 받을 때가 많았다. 유방질환 관련 지식 콘텐츠를 올렸을 때도 여성의 유방이 일러스트로 나오면 야하다는 거다. 광고도 많이 막혔다. 투자를 네 곳에서 받았는데 일부러 증명하기 위해서 그런 것도 있다. 일부러 실리콘밸리 AC에서 글로벌 투자도 받고, 정부가 인증한 팁스 투자도 받고, 기술력을 보여주기 위해 퓨처플레이 투자도 받으면서 '우리 이상한 곳 아니야'를 적극적으로 알리려고 했다.
이 대표: 제 얼굴도 일부러 드러내려고 한다. 이상한 곳 아니라고 당당하게 나서는 거다.
Q. 투자를 받을 때 어려움은 없었나.
A. 이 대표: 투자 심사역 분들이 남성 분들이 많다. 여성들이 정말 이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있었는데 그때 여성 심사역 분들이 왜 이런 서비스가 있어야하는지 설명해주시기도 했다. 또 유저 분들이 많이 도와주셨다. 유저 인터뷰를 통해 왜 이 자신이 서비스에 만족하고, 팬이 됐는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투자 IR할 때 큰 도움을 받았다. Q. 글로벌 진출 계획은.
A. 이 대표: 우리의 성 지식 콘텐츠가 글로벌 확장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게 시간에 따른 감가상각이 별로 없는 편이다. 여성 질환에 대한 정보나 콘돔 사용법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콘텐츠의 60% 정도를 영문으로 번역둔 상태다. 미국에 콘텐츠 서비스를 오픈한 다음 싱가포르 등 동아시아 쪽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한국의 여성 제품을 해외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해외의 좋은 제품을 한국 유저들에게 소개하기도 하지만, 한국의 제품들을 해외에 알리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Q. 자기만의 방을 어떤 플랫폼으로 만들고 싶은지.
A. 이 대표: 지금 막 커머스를 선보였으니 기존의 콘텐츠, 커뮤니티와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유저가 콘텐츠를 보다가 원하는 제품을 찾고 싶을 때 커머스로 연결되고, 추가적으로 궁금한 점이 생긴다면 커뮤니티로 연결되는 것. 이 연결고리를 잘 만드는 게 현재 목표다. 또 커머스도 콘텐츠처럼 만들려고 한다. 여성들이 물건을 사고 싶으면 별다른 고민 안 해도 자기만의 방이 소개한 제품은 믿고 산다는 것. 여성들이 아무런 죄책감 없이 편안하게 지식을 얻고 의견을 나누며 선물도 사는 앱이 됐으면 한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