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난립에 송전망 부족…값싼 원전에 유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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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난 전력 인프라구름 한 점 없이 화창했던 올해 4월 9일. 이날 낮 12시부터 1시까지 국내 태양광 발전량은 2만1778㎿까지 치솟았다. 이 시간 국내 전체 전력 수요 5만5577㎿의 약 40%를 태양광이 차지한 것이다.
(2) 호남 '태양광 난개발' 후폭풍
설비 40% 집중…전력 과잉생산
'발전 단가 3배' 태양광 돌리려
한빛·신고리 2호기 출력 줄여
호남~수도권 송전망 두 구간뿐
정부, 해저케이블로 공급 검토
태양광에 몫을 내준 것은 원자력발전이었다. 전남 영광의 한빛원전 2·3·6호기와 부산 기장 신고리 2호기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발전량을 680㎿ 줄였다. 출력제어가 집중된 한빛원전은 전국 태양광 설비의 40%를 차지하는 호남 지역 태양광 발전소와 송전망을 공유한다. 수요가 많은 수도권 등으로 전력을 보낼 송전망이 제한된 상황에서 태양광 발전량 급증으로 원전이 유탄을 맞은 것이다. 그만큼 한국전력은 단가가 ㎾h당 34.7원인 원전 대신 152.7원인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했다. 송전망 부족 속에 태양광 발전 난립으로 인해 벌어진 비용 낭비다.
송전망 미비로 단가 싼 원전 발전 줄여
23일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은 올 들어 23차례에 걸쳐 4130㎿(지난 5월 말 기준)의 원전 발전량을 줄였다. 대표적 기저 발전원인 원전이 설·추석 연휴 외에 발전량을 스스로 줄인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원전 출력제어 용량 4130㎿ 중 평년에도 제한된 설 연휴 시기 550㎿를 제외하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에 따라 감소 지시된 원전 발전량은 3580㎿다. 이 중 67.6%인 2420㎿가 전남 한빛원전에서 출력제어됐다.
원전 출력 감소는 봄철 주말 전국 전력수요가 줄어든 영향도 있다. 하지만 발전량이 계속 늘어나면서 호남과 수도권을 잇는 송전망 확충 없이는 원전과 태양광 발전이 공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호남 지역의 태양광 발전설비는 2018년 2992㎿에서 올해 5월 9415㎿로 3년여 만에 세 배 넘게 급증했다.여기에 전력수급계획에서 제외됐던 한빛 1·2호기도 계속운전 대상이 될 전망이어서 호남에서 생산된 전력을 최대 수요처인 수도권으로 원활히 보내는 게 수급의 관건이다. 2021년 기준 전남 지역의 전력자급률(발전량을 판매 전력량으로 나눈 값)은 184%에 이를 정도로 전기가 남아돌지만 서울과 경기의 전력자급률은 각각 11%, 61%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호남과 수도권 간 송전선로는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두 지역을 연결하는 송전망이 신옥천~세종, 청양~신탕정 두 구간뿐이어서 병목현상이 우려된다. 특히 경기 용인에 들어서는 반도체 클러스터가 완공되면 지난해 수도권 전력수요(39.9GW)의 4분의 1에 달하는 10GW의 전력을 사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호남~수도권 송전망 확충이 국가적 과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 해저 송전망 고육책도
정부는 호남과 수도권 간 송전망 보강을 위해 서해안 해저케이블을 통해 두 지역을 잇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송전탑 등에 대한 주민 반발을 고려하면 전력 적기 공급을 위해서는 새로운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보상금 등을 감안했을 때 비용도 육상과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향후 효율적인 송전망 보강을 위해서는 무질서한 태양광 보급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2016년 시작된 소규모 태양광 무제한 접속 정책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