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도 페미? 이 언니들 제대로 노네 [영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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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밀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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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어가 그 뜻이 아님에도, 여성 캐릭터들이 극의 중심을 이끄는 영화라면 어김없이 달리는 댓글이 있다. '이 영화, 페미(니즘)야?'이들의 기준대로라면 영화 '밀수'는 '페미'가 맞다. 의리로 똘똘 뭉쳐 이제껏 보여준 적 없던 수중 액션을 선보인 해녀들 뿐 아니라 군천을 휘어잡은 다방 마담까지 지금껏 한국 영화 블록버스터 중 이렇게 여성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흘러간 작품이 있을까 싶은 정도다.
'밀수'는 1970년대 서해안의 가상 해안 도시 군천을 배경으로 한다. 물질로 먹고사는 해녀들은 인근 화학 공장에서 내보내는 오염수 대문에 전복도, 조개도 썩어가면서 당장 오늘 하루 먹고 살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를 보는 마음 따뜻하고 양심 있는 선장(최종원 분)도, 그의 맏딸이자 해녀들의 리더인 엄진숙(염정아 분)도 마음이 안 좋은 건 마찬가지다.
이 상황에서 해녀들에게 '브로커(김원해 분) 삼촌'으로 불리는 밀수업자가 등장하고, 선장에게 "먹고 살기 힘든데, 바다에서 끌어올리는 건 똑같지 않냐"면서 바닷속에 던져진 밀수 물품을 건져줄 것을 제안한다.업종 변경으로 이들은 풍족해지지만, 선장이 '마지막'이라고 마음먹었던 금괴 밀수가 세관에 발각되면서 위기는 찾아온다. '밀수'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선장을 "아버지"라고 부르고, 엄진숙과 친자매처럼 지냈던 조춘자(김혜수 분)가 다시 군천을 찾으면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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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을 거듭하는 전개가 이어지는 가운데, 홍콩 누아르 영화를 옮겨 놓은 듯한 액션신, 1970년대와 바닷속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볼거리가 선보여지면서 지루할 틈이 없다. 특히 해녀들을 활용한 수중 액션 장면은 이제껏 본 적 없던 새로운 쾌감을 선사한다. '해양범죄 활극'이라 할만하다.배우들의 새로운 얼굴을 보는 것도 즐거움을 안긴다.
다리를 벌리고 칼을 갈며 껌을 씹는 조춘자를 연기하는 김혜수의 모습은 '타짜'의 정마담이 다리를 벌리고 도박판을 벌이는 것과 또 다른 의미로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다. 예쁘고, 웃기고, 귀엽기까지 한 고옥분을 100% 이상 살려낸 고민시와 순박한 야망남에서 비열한 야망남이 된 장도리의 박정민도 빼놓을 수 없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