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기록한 두 명의 역사학자 "미국 붕괴, 머지않았다" [WSJ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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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대부분 과거를 다룬다. 하지만 여기 미래를 기록한 역사학자들이 있다. 이들은 역사에 반복되는 특정한 패턴을 바탕으로 다음 단계를 짐작한다. 최근 출간된 <제4의 전환이 도래했다>와 <종말>은 이런 방식으로 10년 뒤 미국의 모습을 내다봤다.
닐 하우 지음
사이먼 앤 슈스터│592쪽│17달러
피터 터친 지음
펭귄 프레스│368쪽│22달러
<제4의 전환이 도래했다>는 미국의 세대 이론가 닐 하우가 자신의 전작 <제4의 전환>(1997)을 현대적으로 보완한 책이다. 전작에서 그는 사회가 '갱신·안정화·쇠퇴·위기'를 80년 주기로 되풀이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남북전쟁과 제2차 세계대전 등 굵직한 '위기'를 기점으로 사회가 재정립되는 현상을 관찰하면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으로부터 80여년이 지난 지금, 하우의 예상대로 또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책은 사회적 양극화와 각지에서 벌어지는 전쟁, 세계적 팬데믹 등 연이은 악재를 위기의 증상으로 지목한다. 하우는 "지난 역사적 패턴을 고려할 때, 미국은 외부 세력과의 전면적인 전쟁, 혹은 혁명과 내전을 거친 뒤 재건 절차를 밟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우의 이론은 세대론에 기반한다. 직전 주기의 '위기'를 위대한 세대(1901~1927년생)가 짊어졌다면, 이번엔 밀레니얼 세대(1980~1995)가 헤쳐 나가야 한다. 그는 "황혼기의 기성세대는 다음 세대한테 미래의 보상보다 큰 희생을 권유하고, 젊은 세대는 이를 거부하며 갈등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하우는 근미래 사회의 분위기를 설득력 있게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원인이나 작동 방식까지 설명하진 못했다. 미국의 역사학자 피터 터친은 <종말>에서 엘리트주의가 유발할 정치적 붕괴 과정을 사회과학적으로 추론했다. 역사적 데이터와 통계 모델로 국가의 흥망성쇠를 분석하는 '역사동역학'을 통해서다. 터친은 역사가 통합과 분열을 반복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하층의 빈곤이 심해지고, 최상층 내부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분열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쟁의가 활발했던 1920년대에 이런 문제가 정점을 찍었다. 사회적 신뢰 하락과 공공부채의 증가, 정경유착 등 문제가 불거졌다.
책은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2020년대에 이런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터친은 "고학력 엘리트의 과잉 공급과 대중의 궁핍한 삶은 미국을 붕괴 직전까지 몰아넣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의 계산대로면 향후 정부의 권한은 엘리트의 내부 갈등으로 인해 쪼그라들고, 살아남은 일부 승자가 권력을 독식하는 새로운 체제가 들어서게 된다.
두 책이 미래를 연구한 방식은 상이하지만, 도달한 결론은 유사하다. 미국의 위기를 진단하고, 세계에서 미국의 위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지목한 점에서다. 다행히 위기가 터지기까지 10년 정도 시간이 있으니, 두 책을 모두 읽고 대비할 시간은 충분하다.정리=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이 글은 WSJ에 실린 도미닉 그린의 서평(2023년 7월 22일) ‘The Fourth Turning Is Here and End Times Review: Big Wheel’을 번역·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