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임금 올리지 않는 美 기업…"믿는 구석 있었네"

美 기업, 팁 문화로 임금 올리지 않고 고용 유지

코로나19 이후 美 기업들 인력 부족에 시달려
경기 불확실성으로 임금 인상 못하면서 팁에 더 의존
임금 올리지 않아도 급여 인상 효과 누려
기업들이 재정 부담을 고객에게 떠넘긴다는 비판 나와
미국의 사업체들이 팁 문화를 장려함으로써 고용 부담을 덜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향후 경기 불확실성으로 고용을 늘리지 못하지만, 직원이 고객으로부터 팁을 받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인건비 부담을 줄인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왜 사업체들은 팁 요청을 멈추지 못할까'라는 분석 기사를 내놨다.

팁 30% 늘어

WSJ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선 주스 가게, 가전제품 수리 업체를 비롯해 식물을 가꿔 파는 업체까지도 고객에게 팁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급여 제공업체 구스토가 30만 개의 중소기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6월 현재 비레스토랑 레저 및 접객업에 종사하는 서비스 부문 근로자들은 시간당 평균 1.35달러의 팁을 받았는데, 이는 2019년의 시간당 1.04달러보다 30% 증가한 금액이다.

미국의 외식산업에서 근로자에게 주는 팁 비용은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 기간 확 늘었다. 전염 위험에도 고객 서비스하는 식당 직원들의 노력을 인정한다는 의미에서다.
하지만 최근엔 기업들이 다른 이유에서 팁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조지 워싱턴 대학교의 경제학자이자 국제 금융학 교수인 셰헤자데 레만은 "미국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팁 의존도가 높다"며 "미국 기업들이 직원 급여에 대한 책임을 고객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팁으로 임금 인상 효과 얻어

실제 최근 팁을 처음 도입한 일부 기업은 경쟁이 치열한 고용 시장에서 근로자를 다른 기업에 뺏기지 않으면서도 임금을 낮게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서비스 부문에서는 근로자를 붙잡는 것이 어려워졌다. 미국 상공회의소는 2023년 5월 보고서에서 숙박 및 요식업의 경우 2021년 7월 이후 근로자의 이직률이 가장 높은 수준으로 4.9%를 꾸준히 상회하고 있다고 밝혔다.직원이 팁을 받으면 기업들은 임금을 올리지 않고도 임금을 인상한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 뉴욕대학교의 공공정책 및 경제학 교수인 조나단 모덕은 "기업들이 여전히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기 때문에 더 높은 임금에 묶여 있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섣불리 임금을 올렸다가 경기 침체로 직원을 해고해야 할 시점이 오면 기업 경영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팁 문화가 근로자에게 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뉴욕대학교 경제학 교수인 모두 크는 대부분의 사람이 팁을 안정적인 수입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착각이라고 지적했다.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식품 노동 연구 센터 소장인 사루 자야라만은 "고객이 팁을 주지 않으면 근로자의 임금은 사실상 감소하지만, 직원의 임금이 인상하면 이같은 영향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팁 비싸지면서 소비자 불만도 커져

최근인 소비자들 사이에 팁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과거 식사비의 10% 수준이었던 팁은 최근 30% 수준까지 올랐다. 금융 서비스 회사인 뱅크레이트가 지난 5월 약 2400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팬데믹이 한창일 때보다 팁을 덜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41%는 기업이 팁에 너무 의존하지 말고 직원들에게 더 나은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3분의 1은 팁 문화가 사라져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