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 감독 정우성 "익숙한 이야기에 연출로 제 색깔 담았죠"

첫 장편 연출작…개성적인 캐릭터에 다양한 액션이 강점
"정해져 있는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익숙한 스토리 안에서 연출로써 나의 색깔을 넣을 수 있는 큰 도전의 기회가 될 수 있겠다 싶었죠."
정우성은 24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보호자' 제작보고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떨리기도 하고, 어떤 영화로 비칠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도 있고, 만감이 교차한다"고 개봉을 앞둔 소감을 털어놨다. 다음 달 15일 개봉하는 '보호자'는 정우성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그가 직접 주연도 맡았다.

당초 이 영화는 정우성이 주연하고, 다른 감독이 연출하기로 돼 있었지만, 감독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중도 하차하면서 정우성이 연출까지 하게 됐다. '보호자'는 폭력조직에서 활동하면서 살인죄로 수감됐다가 10년 만에 출소한 수혁(정우성 분)이 겪는 일을 그린 액션 영화다.

자기에게 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수혁은 평범한 삶을 추구하지만, 과거 몸담았던 조직은 그를 내버려 두지 않는다.

조직의 보스 응국(박성웅)은 2인자 성준(김준한)에게 수혁을 감시하라고 지시하고, 수혁에게 열등감을 가진 성준은 우진(김남길)과 진아(박유나)를 시켜 그를 제거하려고 한다. 제작진은 관객에게 익숙할 수 있는 이야기에 색다른 느낌을 주기 위해 캐릭터와 액션을 구축하는 데 공을 들였다고 한다.
정우성은 수혁이라는 캐릭터의 특징을 '딜레마'로 표현하며 "폭력이 가장 자연스러운 행위였던 사람이 10년 뒤 폭력이라는 단어가 부자연스러운 상황에 놓였을 때 어떤 행위가 이뤄질지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이 영화는 다양한 액션을 담고 있다. 자동차 추격뿐 아니라 총격과 맨몸 격투도 펼쳐진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무술 감독이었던 허명행 감독이 액션을 담당했다.

'보호자' 출연 배우들은 정우성이 오랜 배우 경험을 살려 노련한 연출을 했다고 입을 모았다.

박성웅은 "처음에 (정우성 감독이) 디렉션을 줄 때 '정말 디테일이 살아있는 감독이구나' 생각했다"며 정우성을 치켜세웠다.

김남길은 "디렉션이 명쾌했다"고 맞장구를 치면서도 "배우의 호흡이나 연기를 너무 잘 아니까 조금 무서웠던 부분도 있었다"며 웃었다.

캐스팅 제안을 받고 기쁜 마음에 엄마와 부둥켜안고 춤을 췄다는 박유나는 "아직 신인이라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감독님의 무료 연기 레슨을 받았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주연과 연출을 동시에 수행한 정우성은 촬영 현장의 중심에 있었다.

제작보고회에서 공개한 촬영 영상에는 정우성이 박성웅과 마주 보며 한참 연기하다가 '컷'이라고 외치는 모습도 담겼다.

정우성은 '나와 S4 이야기'(2013), '세가지 색-삼생'(2014), '킬러 앞에 노인'(2014) 등 단편 영화를 연출한 적은 있지만, 장편 연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호자'는 제47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제55회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42회 하와이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됐다. 정우성은 "선물하고 싶은 대상은 따로 있는데 선물을 들고 계속 돌아다니는 기분이었다"며 "매를 맞더라도 한국 관객들에게 먼저 맞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