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트럭' 포터, 20년 만에 LPG車로 재시동

디젤 차종 11월 말 생산 중단

정부 경유차 운행 제한에 발 맞춰
현대차·기아, 12월 LPG車 재출시
차세대 엔진 탑재…연비·힘 개선
“봉고 초장축 2륜 자동 모델 지금 계약할 수 있나요?”

수도권에서 자동차 리스업체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요즘 들어 부쩍 늘어난 문의 전화에 정신이 없다고 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오는 11월을 끝으로 포터와 봉고의 디젤 모델 생산을 중단한다고 영업 현장에 통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씨는 “기아 봉고 디젤 중에서도 인기 트림인 4륜 모델과 2륜 자동 모델은 11월까지 계획된 생산량을 다 합쳐도 계약 물량을 감당하지 못한다고 한다”며 “그나마 물량이 남은 수동 모델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차세대 LPG 엔진, 연비·성능 개선

국내 대표 1t 소형트럭 현대차 포터와 기아 봉고의 디젤 모델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12월부터 포터·봉고 디젤 생산을 종료하고 차세대 LPG 엔진 ‘T-LPDi’를 장착한 새 모델 생산을 시작한다. 현대차와 기아는 12월부터 포터와 봉고 LPG 모델을 매달 각각 6000대, 4000대 생산할 계획이다. 향후 포터·봉고 구매자는 전기차와 LPG 모델 가운데 골라야 한다.

디젤 엔진 단산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대기환경개선특별법에 따른 것이다. 이 법에 따라 내년부터 포터와 봉고가 주로 쓰이는 택배용 차로 경유차 신규 등록이 금지된다. 대신 LPG와 전기 모델 구매를 독려하겠다는 게 정부 의도다. LPG는 디젤 엔진 대비 미세먼지의 원인인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93분의 1에 불과하다.

‘자영업자의 발’로도 불리는 포터와 봉고는 그만큼 자영업자와 법인 수요가 많다. 판매량도 압도적이다. 지난해 포터는 국내에서 9만2411대 팔리며 상용차와 승용차를 통틀어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봉고도 6만4826대 팔려 판매량 4위에 올랐다.그중에서도 연비가 좋은 디젤 모델은 전체 판매량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전기 모델도 빠르게 판매가 늘고 있지만 디젤의 연비가 좋은 데다 전기차는 충전 부담이 있어 여전히 디젤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았다. 반면 LPG 모델은 약한 구동력과 상대적으로 낮은 연비 때문에 과거 생산과 중단이 반복됐다. 현대차는 포터 LPG를 2003년 단종한 뒤 지난 20년간 내놓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단산되는 디젤의 빈자리를 대신할 T-LPDi 엔진은 기존 LPG 엔진의 단점을 획기적으로 보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분사 터보 엔진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토크가 디젤 엔진보다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LPG 연료비가 저렴한 것을 감안하면 경제성 측면에서 디젤과도 견줄 수 있는 수준일 것”이라며 “배기량도 2.5L로 높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설 자리 잃는 디젤 車

포터와 봉고를 필두로 경유차는 단종의 길을 걸을 전망이다. 경유 승용차 판매량은 이미 급격히 줄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신규 등록된 경유차는 16만2000대로 휘발유차(45만2000대)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하이브리드카(18만6000대)에는 이미 역전됐다.각각 투싼·팰리세이드, 스포티지·쏘렌토의 디젤 모델을 판매 중인 현대차와 기아는 향후 차례로 경유차를 단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제네시스는 GV70 및 GV80 경유차가 있지만 2025년부터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 내놓기로 하면서 이미 디젤 모델 단산을 확정했다.

빈난새/김일규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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