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월드컵] "열심히 뛰는 선수들 멋져"…수적 열세 속 "대∼한민국!"

2023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에 나선 여자 대표팀이 콜롬비아와 싸우는 동안 팬들도 '수적 열세'에 굴하지 않고 한마음으로 응원전을 펼쳤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대표팀은 25일 시드니 풋볼 스타디움에서 콜롬비아와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 나섰다. 이날 경기장 1층의 관중석은 자국을 상징하는 노란색 옷을 챙겨입은 콜롬비아 팬들이 속속 입장하며 금세 샛노랗게 물들었다.

콜롬비아의 여자축구 열기는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짐작할 수 있었다.

태평양을 건너온 약 20명의 취재진이 회견장을 찾아 콜롬비아의 넬슨 아비디아 감독과 에이스 린다 카이세도에게 열정적으로 질문 공세를 폈다. '수적 열세'에도 우리나라를 응원하는 팬들의 '목소리'만큼은 콜롬비아에 밀리지 않았다.

우리 대표팀의 골대 뒤편에 자리한 호주 한인 등 응원단은 북과 꽹과리를 강하게 치며 콜롬비아 팬들의 함성에 맞섰다.

전반 30분 페널티킥, 9분 후 린다 카이세도의 중거리 득점으로 연이어 2실점했지만 팬들은 '대한민국' 구호를 큰 소리로 외치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신필립 대한체육회 호주지회 회장은 "호주에서 축구 국가대표팀이 온 게 2015년 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이후 8년만"이라며 "여자 대표팀이 온 건 처음이라 한인들도 많이 좋아했다.

호주에서는 여자축구가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800명가량 교민이 온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 여자팀이 월드컵 첫 경기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고 들었는데, 꼭 이번에는 승리했으면 좋겠다"며 "다들 한마음으로 힘을 보태겠다"고 덧붙였다.
시드니 외곽의 크로이던 공립학교에서도 50명가량 학생이 찾아와 대표팀을 응원했다.

특히 일부 학생이 준비해온 커다란 태극기를 흔들어 눈길을 끌었다.

학생들을 인솔해 경기장을 찾은 학교 직원 A씨는 "한국계 학생들이 많다.

저 태극기를 흔드는 학생도 한국계"라며 "오늘은 다들 한국에 힘을 주러 왔다.

물론 학교에 콜롬비아 학생도 있는데 그들은 콜롬비아를 응원할 것"이라고 웃었다.

뉴사우스웨일스주 뉴캐슬에서 온 이한나 양은 학교 수업도 빼먹고 친구들과 경기장을 찾았다고 한다.

한국의 중학교 3학년에 해당하는 9학년이라는 이 양은 "어머니, 다른 교민분들과 함께 왔다.

다 합쳐서 30명 정도가 응원하러 왔다"며 "이렇게 대표팀이 와서 뛰어주는 것만으로도 교민으로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수 언니들이 너무 잘하고 있다.

이대로 최선을 다해주면 그걸로 우리에게 큰 힘이 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교민 박동민(29) 씨는 선수들의 열정을 보면서 여자축구가 매력적으로 느껴진다고 했다.

1층 콜롬비아 팬들 사이에서 홀로 응원전을 펴던 박 씨는 "축구 광팬이다.

내가 실제 축구할 때 수비수라서 전반에 수비수들의 분투가 돋보였다"며 "여자축구를 보는 게 이번이 처음인데 이렇게 재미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반 상대 슈팅을 막다가 페널티킥을 헌납하며 선제 실점의 빌미를 준 심서연(수원FC)을 언급하며 "나도 수비수로 뛰어서 고충을 안다. 멋있게 잘 뛰고 있으니 끝까지 열심히 해주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