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리풀공원에 유럽식 '갤러리형 수장고' 건설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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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서초동 대법원 인근 서리풀공원에 ‘갤러리형 수장고’를 세운다. 2027년께 공사를 마무리하고 이듬해 개관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관람객이 들어갈 수 있는 곳과 아닌 곳의 경계를 허문 네덜란드 로테르담시 판 뵈닝언 미술관의 수장고 '데포(the depot)'를 모델삼아 시민에게 갤러리처럼 개방되는 수장고 겸 박물관을 짓겠다는 구상이다.
25일 서울시와 서초구 등에 따르면 이 수장고는 서울지하철 2호선 서초역 인근 옛 국군정보사령부 부지(서울 서초구 서초동 산170-15 일대)에 지하 3층~지상 6층 규모로 들어설 예정이다. 이 일대는 민간 컨소시엄 SBC PFV가 2019년에 국방부와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부지는 개발사업을 위한 지구단위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서울시와 서초구가 각각 기부채납을 받을 공간이 생겼다. 이 가운데 서울시가 받은 대지면적 5800㎡(연면적 1만9500㎡)를 수장고로 활용할 계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작년 10월 유럽 순방 때 15만 점 이상의 미술관 소장품을 볼 수 있는 판 뵈닝언 미술관의 개방형 수장고 '데포'를 방문한 후 깊은 인상을 받고 귀국하자마자 서울 시내에 비슷한 시설을 들이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훗날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며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세계 박물관 트렌드는 문화유산을 단지 보존하는 데에서 넘어 이를 개방하고 공유, 활용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유민지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는 “21세기 들어 박물관의 공공성이 중요해지면서 수집, 보존, 전시 등 전통적인 역할과 기능에서 다양한 문화 서비스를 창출하고 제공하는 역할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국내서 가장 먼저 개방형 수장고 전시를 시작한 미술관은 2018년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다. 지난해는 국립민속박물관 파주가 개방형 수장고를 선보였고, 민간에선 하나은행이 작년 11월 개관한 전시 공간 ‘H. art1’가 비슷한 개념으로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는 규모와 시민 접근성 측면에서 '서리풀 보이는 수장고'가 국내 대표 갤러리형 수장고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문화예술계에서도 서울시의 계획에 대한 기대가 크다.
서울시 박물관과는 건물을 채울 내용물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정지희 박물관기반확충팀장은 “미술, 공예, 회화, 조각 등 서울시 박물관과 미술관의 대표 소장품 약 10만점을 선정해서 선보일 구상”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시 산하 박물관과 미술관 4곳(역사박물관 시립미술관 공예박물관 한성백제박물관)에 대표 작품 목록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시민 참여를 끌어올릴 수 있는 콘텐츠도 기획 중이다. 정 팀장은 “건축물을 비롯해 수장고에서 벌어지는 모든 활동을 관람객이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투어형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부 관광안내사가 관람객들을 이끌고 박물관을 누비면서 작품을 해설하는 것도 가능할 전망이다.
외관 디자인은 국내·외 건축가를 섭외해 공모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관계 부처는 ‘보이는 수장고’ 건축기획을 위한 설계 공모 운영위원회를 열었다. 초청 건축가 후보 최소 7명을 추렸다. 임종현 미래공간기획관 공공건축2팀장은 “건축가를 섭외하는 단계”라며 “세부 기준사항은 8~9월 중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해련 기자
25일 서울시와 서초구 등에 따르면 이 수장고는 서울지하철 2호선 서초역 인근 옛 국군정보사령부 부지(서울 서초구 서초동 산170-15 일대)에 지하 3층~지상 6층 규모로 들어설 예정이다. 이 일대는 민간 컨소시엄 SBC PFV가 2019년에 국방부와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부지는 개발사업을 위한 지구단위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서울시와 서초구가 각각 기부채납을 받을 공간이 생겼다. 이 가운데 서울시가 받은 대지면적 5800㎡(연면적 1만9500㎡)를 수장고로 활용할 계획이다.
예술품 보관과 전시 동시에
서울시 관계자들은 이 공간을 ‘서리풀 보이는 수장고’라고 부르고 있다. '보이는' 수장고라는 표현이 사용된 이유는, 예술품이나 유물 등을 금고처럼 보관하는 데 초점을 둔 과거의 수장고들과 달리 '전시'에 보다 중점을 두게 될 예정이어서다. 통상 박물관은 소장품 중 5%가 채 안 되는 극히 일부만 전시를 통해 공개하고 나머지는 수장고에 보관한다. 도난당하거나 훼손될 것을 우려해서다.오세훈 서울시장은 작년 10월 유럽 순방 때 15만 점 이상의 미술관 소장품을 볼 수 있는 판 뵈닝언 미술관의 개방형 수장고 '데포'를 방문한 후 깊은 인상을 받고 귀국하자마자 서울 시내에 비슷한 시설을 들이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훗날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며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세계 박물관 트렌드는 문화유산을 단지 보존하는 데에서 넘어 이를 개방하고 공유, 활용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유민지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는 “21세기 들어 박물관의 공공성이 중요해지면서 수집, 보존, 전시 등 전통적인 역할과 기능에서 다양한 문화 서비스를 창출하고 제공하는 역할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국내서 가장 먼저 개방형 수장고 전시를 시작한 미술관은 2018년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다. 지난해는 국립민속박물관 파주가 개방형 수장고를 선보였고, 민간에선 하나은행이 작년 11월 개관한 전시 공간 ‘H. art1’가 비슷한 개념으로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는 규모와 시민 접근성 측면에서 '서리풀 보이는 수장고'가 국내 대표 갤러리형 수장고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문화예술계에서도 서울시의 계획에 대한 기대가 크다.
콘텐츠 구성 논의 중
오래된 예술품이나 유물은 빛과 습도 그리고 기온에 민감하다. 작품마다 민감도에 따라 공개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서울시는 작품의 성격에 따라 공개 방식 3가지를 섞을 계획이다. 투명한 외벽을 통해 수장공간 내부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피크 인), 수장고 일부 구역을 접근해 관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워크 인), 수장시설 사이를 제한없이 돌아다니며 예술품을 세세하게 감상할 수 있는 방식(워크 쓰루)이다.서울시 박물관과는 건물을 채울 내용물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정지희 박물관기반확충팀장은 “미술, 공예, 회화, 조각 등 서울시 박물관과 미술관의 대표 소장품 약 10만점을 선정해서 선보일 구상”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시 산하 박물관과 미술관 4곳(역사박물관 시립미술관 공예박물관 한성백제박물관)에 대표 작품 목록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시민 참여를 끌어올릴 수 있는 콘텐츠도 기획 중이다. 정 팀장은 “건축물을 비롯해 수장고에서 벌어지는 모든 활동을 관람객이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투어형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부 관광안내사가 관람객들을 이끌고 박물관을 누비면서 작품을 해설하는 것도 가능할 전망이다.
외관 디자인은 국내·외 건축가를 섭외해 공모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관계 부처는 ‘보이는 수장고’ 건축기획을 위한 설계 공모 운영위원회를 열었다. 초청 건축가 후보 최소 7명을 추렸다. 임종현 미래공간기획관 공공건축2팀장은 “건축가를 섭외하는 단계”라며 “세부 기준사항은 8~9월 중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해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