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영국 외딴섬 강제수용소에서도 수백명 학살"…英당국 조사

2차대전 당시 올더니섬 진상 파악 착수…"수천명 희생됐을 수도"
독일 나치가 2차 대전 당시 영국 외딴섬에도 강제 수용소를 세워 수백명을 학살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당국 조사가 개시된다고 BBC 방송 등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채널 제도 중 하나인 올더니 섬에서 1940년대 나치가 세운 강제 수용소를 둘러싼 진상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그간 올더니 섬은 이른바 '히틀러 섬'으로 불리며 영국에서는 유일한 나치 수용소가 있던 곳으로 알려져 왔다.

비공식적으로는 나치가 1944년까지 올더니 섬에 9곳 정도 수용소를 가동하며 수천명을 수용했고, 이중 희생자만 약 7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돼왔다. 하지만 구체적 기록이 사라진 탓에 올더니 섬에서 있었던 나치 만행은 약 80년 동안 베일 속에 가려져 있어야했다.

그러다 피해자 증언이 쌓이고 영국 정계 움직임이 가시화하면서 이번 진상 조사가 결정됐다고 BBC는 전했다.

이번 조사는 늦여름께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조사를 추진한 영국 홀로코스트 특사인 에릭 피클스는 "누군가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믿고 싶어하지 않고, 누군가는 수천명이 죽었다고 믿는다.

사실을 아는 게 우리를 해치지 않을 것"이라며 "추정치 격차가 너무나 커서 모두가 사실을 탁상 위에 올려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숙고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수용소에는 주로 러시아, 우크라이나 출신이 붙잡혀왔으며, 일부 유대인과 북아프리카 출신도 끌려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나치는 이들 수용소에서 군수품 제작 등으로 강제 노역을 시켰으며, 고문, 총살, 독극물 투입 등도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올더니 섬 희생자 규모는 정확하게 파악된 것은 없으며, 학계에서는 700∼1천명 정도로 보고 있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희생자는 389명으로, 이번 조사에서 최대 1천명이 집단 매장됐을 가능성 등이 수면 위로 드러날지가 관건이다. 일부 활동가들은 희생자 규모가 수천명에 달할 것으로도 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