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기적' 불상 넘어진 시기는…987년 전 지진과의 관련성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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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열암곡 마애불 세미나서 "전도 시기 1050년±317년" 분석 나와
현 상태 유지·입불·와불 3가지 방안 제시…추가 연구조사 필요 의견도 이른바 '5㎝의 기적'으로 불리는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상이 넘어졌으리라 추정하는 시기가 기존 연구보다 앞설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광우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25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열암곡 마애불상 보존관리 연구용역 학술 세미나'에서 열암곡 마애불의 상태와 안정성을 평가한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원은 2018년 연구를 통해 열암곡 마애불이 1천550년경 넘어졌으리라 추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연구위원은 "당시 조사에서는 암반 아래에 있는 토양 시료를 채취해 햇빛을 보지 못한 기간을 추정했는데, (시료 자체의) 오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불상이 발견된 지 약 10년이 지나 조사한 만큼 주변 정비 사업 등으로 토양에 인위적인 행위가 가해졌을 가능성이 있고, 그로 인해 시기를 정확히 측정하기 힘들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연구위원은 "최근 연구를 통해 암석 표면의 노출 연대 즉, 햇빛을 언제부터 보기 시작했는지 분석한 결과 1050년±317년이라는 결과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오차 범위를 고려하면 733년부터 1367년까지다. 불상 제작 시기를 8∼9세기로 추정하는 점을 고려하면 넘어진 채로 있었던 기간이 길 수도 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와 경주시가 2015년 발간한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상 정비 보고서'에 따르면 통일신라시대부터 고려시대에 이르기까지 경주 일대에서는 여러 차례 지진이 난 것으로 확인된다.
'삼국사기'는 779년 지진으로 집들이 무너져 100여 명이 사망했다고 전하고, '고려사'와 '고려사절요' 등은 정종(재위 1034∼1046) 시대에 3차례 지진이 났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2011년 한 연구에서 제안한 1036년 지진 발생 시기와 유사한 결과"라고 언급하며 "암석에서 나온 자료는 오염이 덜 됐기에 (실제 넘어진 시기와) 근접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데이터가 충분히 쌓이지 않았기에 범위가 넓다.
과학적 분석을 통해 나온 결과로 가능성이 높기는 하나 절대적인 수치는 아니다"며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여지를 뒀다. 이 연구위원은 불상의 안정성 측면을 분석한 결과,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니터링 및 분석 결과, 건기와 우기, 지진 시 모두 안정성을 확보한 상태"라면서 "불상을 세우거나 이동할 때 작업 하중이 약 100㎪(킬로파스칼)이라고 가정해도 모두 안전하게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정확한 내용은 구체적인 방안이 나와야 확실하게 검토할 수 있다"며 모의실험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한국건축역사학회 측은 이날 세미나에서 ▲ 현 상태 유지 ▲ 불상을 세우는 입불(入佛) ▲ 절충안으로서 불상을 90도 또는 180도 뒤집는 와불(臥佛) 등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학회는 2027년까지 연구 조사를 진행한 뒤 2028년까지 모든 방안을 마무리하는 로드맵도 제시했다.
짧게는 1∼2년, 길게는 3∼4년간 진행되는 연구 과제를 수행하려면 약 20∼23억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동수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 겸 한국건축역사학회장은 "무조건 세운다, 그대로 놔둔다는 식보다는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는 상황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며 어떤 방안을 택할지 사회적 합의가 먼저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다수 전문가는 추가 연구·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임영대 동국대 문화재학과 교수는 "약 15년 전 3차원(3D) 스캔 모형화와 스케치를 그대로 전제하고 있어 아쉽다"며 "비교할 만한 불상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아미타불입상'이라고 추정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재운 전주대 역사콘텐츠학과 명예교수는 "0.001%의 오차도 허용할 수 없는 문제"라고 언급하며 "불상 조성에 대한 역사성을 밝히기 위해서는 보다 깊이 있는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불상을 세우는 문제에서는 의견이 서로 달랐다.
송인호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명예교수는 "입불안이 현재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가 아닌가 싶다"면서도 "불상을 세우는 이유, 회복하려는 가치, 위치와 맥락 등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용 목원대 건축학부 교수는 "불상을 세울 때 어떠한 문제점도 없는지 의문이 든다"며 "넘어져 있었던 기간이 더 오래됐다면 그것으로 역사적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열암곡 마애불은 2007년 5월 경주 남산에서 발견된 거대한 불상이다. 발견 당시 마애불은 약 35도의 경사면에 머리가 아래쪽을 향한 채 엎어진 상태로 놓여 있었는데, 오뚝한 콧날과 아래쪽 바위 사이 간격이 5cm에 불과해 주목받았다. /연합뉴스
현 상태 유지·입불·와불 3가지 방안 제시…추가 연구조사 필요 의견도 이른바 '5㎝의 기적'으로 불리는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상이 넘어졌으리라 추정하는 시기가 기존 연구보다 앞설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광우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25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열암곡 마애불상 보존관리 연구용역 학술 세미나'에서 열암곡 마애불의 상태와 안정성을 평가한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원은 2018년 연구를 통해 열암곡 마애불이 1천550년경 넘어졌으리라 추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연구위원은 "당시 조사에서는 암반 아래에 있는 토양 시료를 채취해 햇빛을 보지 못한 기간을 추정했는데, (시료 자체의) 오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불상이 발견된 지 약 10년이 지나 조사한 만큼 주변 정비 사업 등으로 토양에 인위적인 행위가 가해졌을 가능성이 있고, 그로 인해 시기를 정확히 측정하기 힘들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연구위원은 "최근 연구를 통해 암석 표면의 노출 연대 즉, 햇빛을 언제부터 보기 시작했는지 분석한 결과 1050년±317년이라는 결과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오차 범위를 고려하면 733년부터 1367년까지다. 불상 제작 시기를 8∼9세기로 추정하는 점을 고려하면 넘어진 채로 있었던 기간이 길 수도 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와 경주시가 2015년 발간한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상 정비 보고서'에 따르면 통일신라시대부터 고려시대에 이르기까지 경주 일대에서는 여러 차례 지진이 난 것으로 확인된다.
'삼국사기'는 779년 지진으로 집들이 무너져 100여 명이 사망했다고 전하고, '고려사'와 '고려사절요' 등은 정종(재위 1034∼1046) 시대에 3차례 지진이 났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2011년 한 연구에서 제안한 1036년 지진 발생 시기와 유사한 결과"라고 언급하며 "암석에서 나온 자료는 오염이 덜 됐기에 (실제 넘어진 시기와) 근접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데이터가 충분히 쌓이지 않았기에 범위가 넓다.
과학적 분석을 통해 나온 결과로 가능성이 높기는 하나 절대적인 수치는 아니다"며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여지를 뒀다. 이 연구위원은 불상의 안정성 측면을 분석한 결과,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니터링 및 분석 결과, 건기와 우기, 지진 시 모두 안정성을 확보한 상태"라면서 "불상을 세우거나 이동할 때 작업 하중이 약 100㎪(킬로파스칼)이라고 가정해도 모두 안전하게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정확한 내용은 구체적인 방안이 나와야 확실하게 검토할 수 있다"며 모의실험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한국건축역사학회 측은 이날 세미나에서 ▲ 현 상태 유지 ▲ 불상을 세우는 입불(入佛) ▲ 절충안으로서 불상을 90도 또는 180도 뒤집는 와불(臥佛) 등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학회는 2027년까지 연구 조사를 진행한 뒤 2028년까지 모든 방안을 마무리하는 로드맵도 제시했다.
짧게는 1∼2년, 길게는 3∼4년간 진행되는 연구 과제를 수행하려면 약 20∼23억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동수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 겸 한국건축역사학회장은 "무조건 세운다, 그대로 놔둔다는 식보다는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는 상황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며 어떤 방안을 택할지 사회적 합의가 먼저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다수 전문가는 추가 연구·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임영대 동국대 문화재학과 교수는 "약 15년 전 3차원(3D) 스캔 모형화와 스케치를 그대로 전제하고 있어 아쉽다"며 "비교할 만한 불상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아미타불입상'이라고 추정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재운 전주대 역사콘텐츠학과 명예교수는 "0.001%의 오차도 허용할 수 없는 문제"라고 언급하며 "불상 조성에 대한 역사성을 밝히기 위해서는 보다 깊이 있는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불상을 세우는 문제에서는 의견이 서로 달랐다.
송인호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명예교수는 "입불안이 현재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가 아닌가 싶다"면서도 "불상을 세우는 이유, 회복하려는 가치, 위치와 맥락 등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용 목원대 건축학부 교수는 "불상을 세울 때 어떠한 문제점도 없는지 의문이 든다"며 "넘어져 있었던 기간이 더 오래됐다면 그것으로 역사적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열암곡 마애불은 2007년 5월 경주 남산에서 발견된 거대한 불상이다. 발견 당시 마애불은 약 35도의 경사면에 머리가 아래쪽을 향한 채 엎어진 상태로 놓여 있었는데, 오뚝한 콧날과 아래쪽 바위 사이 간격이 5cm에 불과해 주목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