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검경수사권 조정 2년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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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장 어디에 낼지 혼란스럽고맡고 있는 사건 중에 1년8개월째 처리되지 않는 사건이 있다. 한방병원의 허위과장광고 의료법 위반 사안으로 복잡한 사건이 아니다. 경찰은 2021년 11월 고소 이후 9개월이 지난 작년 8월 불송치 결정을 했다. 9월 초 이의 신청을 했으나 곧바로 검찰에 사건 송치를 하지 않고 있다가 신속히 처리해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하고 나서야 11월에 송치했다. 올해 2월 검사가 보완수사 요청을 해 경찰로 사건이 넘어갔지만 아직까지 무소식이다. 검찰도 마찬가지다. 2019년 11월 고소한 13억원 투자사기 사건이 3년8개월째 처리되지 않고 있다. 고등검찰청의 재기수사 명령이 이뤄진 지 1년이 넘었는데 수사 진전이 없고 그사이 바뀐 주임 검사는 셀 수가 없다. 전 재산을 날린 피해자는 몇 년간의 노력 끝에 증거를 확보해 고소한 것인데 오는 11월이면 공소시효가 만료된다.
사건 처리는 檢·警 모두 하세월
부실 수사 피해는 국민 몫인데
형사사법시스템 붕괴 직전 상황
'검수원복' 넘어 근본적 개혁 필요
김종민 변호사·前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일선의 수사 현실이 이렇다. 형사사법시스템(KICS)이 붕괴 직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찰이 수사 개시할 수 있는 범죄가 부패와 경제범죄 등으로 제한되다 보니 고소장을 제출할 때 경찰에 할지, 검찰에 할지 혼란스럽다. 경찰의 1차 수사종결권이 신설됐으나 판결문에 준하는 불송치이유서 작성 방법을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경우가 많아 구체적인 이유 적시도 없이 “고소인과 피의자의 진술과 제출한 자료를 종합할 때 피의자의 범죄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두 줄짜리 결정문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검사가 수사가 미진해 경찰에 보완수사 요청을 하더라도 그뿐이다. 수사 지연이나 보완수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통제할 수단이 없다. 불송치 결정, 이의 신청, 보완수사 요청 등 절차가 너무 복잡해졌고 사건이 어디로 갔는지 추적조차 힘든 경우가 많다.고소사건이 중요한 것은 기업 경영과 민생에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신속하고 효과적인 수사는 국민의 사법 신뢰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수사 지연 문제가 특히 심각하다. 최근 경찰은 작년 평균 67.7일이던 수사기간이 66.1일로 줄어들면서 수사권 조정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으나 2018년에는 48.9일이었음을 간과하고 있다. 업무 과중으로 인한 경력 수사관들의 수사부서 기피 현상도 우려스럽다. 전국 수사과에 1000명 이상 수사관을 증원했다고 하지만 경력 1년 미만의 신임 수사관 비중이 작년 13.3%에서 올해 17.9%로 확대됐다. 사기, 배임 등 재산범죄는 고도의 법률지식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은데 수사 지연과 부실 수사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수사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난맥상의 1차적 책임은 경찰에 있다. 경찰은 수십년간 조직의 운명을 걸다시피 노력해 독자적 수사권을 확보한 만큼 그에 따른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한다.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전국 경찰이 삭발투쟁까지 했던 결기를 신속하고 완결된 수사를 위해 보여주지 못할 이유가 없다. 검찰과 경찰의 총체적 관리부실과 무관심도 지적돼야 한다. 검찰과 경찰 모두 형사사법시스템을 통해 검사와 수사관들의 조사 실적과 수사 지연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검찰은 형사부 업무의 60% 이상을 차지하던 불기소 사건 검토와 결정문 작성 업무가 경찰의 1차 수사종결권 도입 이후 대폭 없어졌는데도 ‘업무 과중’이라고 주장한다.
문재인 정권 검찰개혁의 상징이었던 검경수사권 조정은 완벽히 실패했다. 대륙법계 형사사법제도의 본질에 어긋나고 해외에 사례가 없으니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붕괴 직전의 형사사법시스템 정상화가 시급하다. ‘검수원복’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과 국민의 관점에서 근본적인 재건축이 필요하다. 직접수사와 수사지휘통제권을 분리해 경찰은 일반 수사를 담당하고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인력을 통합해 만든 반부패수사청, 금융범죄수사청 등 특별수사청에서 중대범죄를 관할하며 직접 수사하지 않는 검찰이 경찰과 특별수사청의 수사를 지휘하는 체제로 재편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하면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고 수사의 전문성을 강화하면서도 검찰의 일관된 수사 지휘와 효과적인 사법 통제가 가능하다. 좋은 형사사법제도는 효과적이고 신속하며 피해자를 배려하고 목적 달성을 위해 적절한 수단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