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27∼28일 아프리카 세몰이…"다극 세계질서 시작할 터"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대다수 정상 초청해 협력 확대 모색
'글로벌사우스' 구애…곡물수출·에너지·어업 등 전방위 제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새로운 세계질서를 강조하며 아프리카와의 전략적 제휴를 시도한다. 오는 27∼28일(현지시간)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제2회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다.

러시아가 이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2019년 10월 소치에서 첫 회의를 연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이번 회의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대대적 서방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가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을 넓히며 건재를 과시하려는 세몰이로 관측된다. 특히 러시아는 지난 17일부터 흑해곡물협정에서 탈퇴, "식량 수출을 무기화한다"는 서방의 비난을 받는 가운데 아프리카와 더욱 끈끈한 결속을 다지려고 하고 있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국 러시아 대사는 25일 뉴스위크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아프리카 국가들과 풍부하고 오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토노프 대사는 "이러한 관계를 더욱 촉진해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며 이번 정상회의 취지를 설명했다. 러시아는 그간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로 불리는 남반구 신흥국과 개도국 전반에 영향력을 확대할 기회를 모색해왔다.

안토노프 대사는 "우리는 세계 질서가 다극화하는 시기에 이 아프리카 대륙 국가들과 상호 이익이 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발전시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도 최근 크렘린궁 성명에서 미국이 압도적으로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단극체제가 아닌 다극 체제의 시대가 왔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최근 아프리카, 아시아, 중동, 중남미 국가들의 가치가 높아지는 새 다극 세계 질서가 부상한다며 "그 질서는 더 공정하고 민주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식량 안보를 주요 의제로 채택, 아프리카에 대한 곡물 수출을 확대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흑해곡물협정 중단을 선언한 뒤 우크라이나가 아프리카 국가들에 공급하는 곡물을 러시아 곡물로 대체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올해는 특히 기록적인 수확이 예상된다"며 "우리나라가 상업적으로나 무상으로나 우크라이나 곡물을 대체할 수 있다고 보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재받는 상황에서도 아프리카에 곡물, 식품, 비료 등을 공급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곡물을 넘어 다양한 부문의 무역, 원자력을 포함한 에너지와 연료, 화학 산업, 광업, 농업, 어업, 지질 탐사 등에서 아프리카와 협력을 강화할 방안을 찾고 있다.

아프리카는 이번 정상회의 전부터 이미 러시아가 서방의 영향력을 억제하고 입김을 키워오던 대륙이었다.

그 중심에는 지난달 말 반란을 일으킨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이 있었다.

바그너그룹은 아프리카에서 권위주의 정권을 보호하면서 각종 이권을 얻었으며 그 과정에서 러시아의 전략적 이익도 추구했다.

서아프리카 말리가 지난달 유엔평화유지군 철수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아프리카에 대한 바그너그룹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은 러시아의 아프리카 세몰이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뉴스위크에 "정상회의에 참여하는 아프리카 관리들은 바그너그룹이 더는 아프리카에서 전횡을 부리지 않도록 하고,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복귀와 전쟁 종식을 촉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