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 유명 인사의 꿈…"젊은 세대, 한국 역사 알게 할 것" [최진석의 실리콘밸리 줌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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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일 샌프린시스코 한인회장 인터뷰
"한인회관 리모델링 공사 진행 중…10월 준공"
"한인 1~4세까지 모두 함께 소통하는 공간 만들고파"
젊은 세대들이 한국의 역사와 뿌리 알고 있어야 지속가능
샌프란시스코는 도산 안창호 선생이 독립운동 시작한 곳
"역사적 의미 남달라…한인회관에 가치 담을 것"
리모델링 공사 위해 교민들이 후원금 모아 진행
"한국 기업, 단체, 개인들도 성원해주길"
‘실리콘밸리 줌인센터’는 이 지역의 창업자, 최고경영자(CEO), 엔지니어, 직원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인물을 ‘줌인(zoom in)’해 그들의 성공, 좌절, 극복과정을 들여다보고 지역의 ‘주민’으로서 살아가는 이야기도 들어봅니다. 앞으로 줌인센터에 가능한 많은 주민을 초대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 한인사회에서 ‘김한일 박사’를 모르는 사람을 찾기 힘들었습니다.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고등학교 시절 미국으로 건너와 UC버클리와 UOP스쿨 오브 덴티스트리를 졸업한 뒤 치과를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부동산 사업에도 성공한 JK프로퍼티 매니지먼트의 최고경영자(CEO)이기도 합니다. 2012년 한인 1세대인 부모님의 유지를 받들어 2012년 김진덕‧정경식재단을 설립한 뒤 지난 10년 넘게 지역 사회에 많은 공헌을 해왔습니다. 올해 초부터는 샌프란시스코 한인회장에 취임해 지역 한인사회의 발전에 힘쓰고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한인회는 최근 분주한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시내에 있는 한인회관의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기 때문이죠. 말이 개보수 공사이지, 뼈대만 남기고 새로 짓는 재건축 수준의 큰 공사입니다. 현재 공정률은 85%로 오는 10월 준공 예정입니다. 김 회장은 이곳을 젊은 한인 3,4세들도 함께 소통하는 열린 공간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샌프란시스코 한인의 역사는 물론 한국의 주요 역사 인물과 사건들도 젊은 세대의 취향에 맞춰 디지털 콘텐츠로 만들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김 회장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실리콘밸리 줌인센터’의 두 번째 주민입니다.Q. 한인회관을 전면 리모델링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A. 과거 1987년에 한인회에서 매입한 한인회관은 과거 유대인 사원 건물이었습니다. 지은 지 100년이 넘어 노후화가 심각했습니다. 낡은 건물이라 안전사고 우려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여러 한인 행사가 열리고, 어르신들과 젊은 한인 세대들이 함께 교류해야 하는 한인회관에 발길이 뜸해지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이에 교민들이 힘을 합쳐 회관을 새 건물로 탈바꿈시키고자 했습니다.
Q. 현재 공사 진척 정도는 어떻게 됩니까?
A. 작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현재 공정률이 85%까지 올라왔습니다. 10월 말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올해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데, 한인회관에 보다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찾아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새로운 한인회관은 어떻게 구성됩니까?
A. 여러 행사를 치를 수 있는 대강당과 역사박물관 등으로 구성됩니다. 역사박물관은 지역 한인들의 역사의식을 고취하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독립운동을 시작한 도산 안창호 선생과 장인환, 전명운 의사의 활동 내용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또한 독립운동가이자 유한양행의 창업주인 유일한 박사를 통해 기업가 정신도 알리려 합니다. 윌로우스 한인비행학교를 설립한 김종림 선생, 한인사회 화합에 앞장섰던 이대위 목사의 이야기도 전달할 계획입니다.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등 한국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에 대한 내용도 전시할 예정입니다.Q. 한인 3,4세들에게 한국의 역사를 알리는 데 큰 의미를 두시는 것 같습니다.
A. 젊은 세대로 갈수록 한국 역사에 대한 지식이 적은 게 현실입니다. 이들에게 한국인의 뿌리를 보여주고,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는 알려주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앞으로 한인 3,4세대가 성장해도 한인회관이 지속될 수 있을 것입니다. 역사박물관도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게 증강현실(AR) 콘텐츠로 채울 예정입니다. 책이나 유물이 아닌 스마트폰과 AR 헤드셋을 착용하면 과거 샌프란시스코의 모습과 관련 인물들의 내용이 흥미롭게 등장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죠. 또한 벽면에 대형 LED 패널을 설치해 관련 정보를 이미지와 영상으로 볼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디지털 세상으로 바뀌었으니 한인회관도 그에 맞게 변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Q. 샌프란시스코 한인회의 역사가 100년에 넘었다고 들었습니다.
A. 현재 한인회의 뿌리를 찾아 역사를 거슬러 가보면, 도산 안창호 선생이 이곳에 정착해 ‘샌프란시스코 한인친목회’를 결성한 게 1902년입니다. 12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셈이죠. 안창호 선생은 한인들의 친목과 화합을 굉장히 중요시했는데요. 한민족이 서로 돕고 힘을 모은다면 한인사회가 발전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한인회도 그 뜻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북캘리포니아 지역에 총 5개 한인회가 활동 중입니다.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 이스트베이, 몬터레이, 새크라멘토 한인회입니다. 이 중 자체 건물을 보유한 곳은 샌프란시스코 한인회뿐입니다. 한인회관이 주변 지역 한인회와의 소통과 교류의 장 역할도 해야 하는 이유죠.
Q. 한인회관 리모델링에 300만달러 정도가 드는데 이 중 100만달러를 기부하셨다고 들었습니다.
A. 건물 보수 필요성이 제기됐을 때, 비용이 문제였습니다. 그때 저희 집안에서 운영하는 김진덕‧정경식 재단에서 100만달러를 기부했습니다. 이 자금을 마중물 삼아 회관 건립에 속도가 나기를 바랐습니다. 이후 한인사회 곳곳에서 후원의 손길이 이어지면서 현재까지 총 228만달러가 모금됐습니다. 10만달러의 큰돈부터 1달러까지 모인 정성이 이뤄낸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모금내용은 한인회 홈페이지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습니다.Q. 한국에서 회관 건립에 힘을 보탰으면 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A. 당초 계획대로 회관을 완성하기 위해선 아직 72만달러 정도가 더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한국에서도 도움의 손길을 보내주셨으면 합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샌프란시스코 한인회관은 여러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만큼 한국의 기업과 단체, 개인 모두가 조금씩 힘을 보태주신다면 더욱 뜻깊을 것 같습니다.Q. 회장 취임 이전에 오랜 기간 지역사회에 공헌을 해오셨다고 들었습니다.
A. ‘모든 사람을 존중하고 사랑하며 배려하라’는 부모님의 뜻을 받들어 2012년 김진덕‧정경식재단을 설립했습니다. 저소득층 가정을 위한 지원행사와 장학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한인 행사를 원하고 있고, 한인 권익 신장을 위한 정치인 후원도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때에는 지역 한인들은 물론 한국에도 마스크와 장갑, 방호복 등 위생용품을 보내기도 했고요. 2년 전 애틀랜타 총격 피해자 추모식 및 아시안 해이트 중단 평화시위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한인들이 처음 미국에 와서 독립운동을 하고 자금을 모았던 곳이 샌프란시스코였습니다. 한인 이민 120주년과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독립운동가들을 기리기 위해 한인회관에 미니 박물관 건립을 추진하는 이유입니다. 한인회관 리모델링과 함께 미니 박물관 건립은 모들 이들의 정성이 담긴 기부금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많은 성원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