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그룹 회사만 70개…"푸틴, 역사상 가장 복잡한 기업인수"

중동·아프리카서 군사력 제공하고 이권 챙겨
유령 회사로 연결돼 배후 파악하기 쉽지 않아

러시아 용병기업인 바그너그룹이 러시아와 해외에서 운영하는 기업이 70개가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란 이후 바그너그룹을 장악하려고 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노력은 '역사상 가장 복잡한 기업 인수'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은 무역 데이터 전문업체인 임포트지니어스의 세관 기록, 미국·캐나다·유럽 비영리조사기관 등의 자료를 종합한 결과 바그너그룹이 70개 이상의 회사로 구성됐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중 절반은 러시아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룹 모회사인 '콩코드 매니지먼트', 정부 계약을 통해 군과 학교에 급식을 제공하는 '콩코드 케이터링', 미국·유럽연합(EU)·우크라이나 등지에서 선거 방해를 주도하는 '프로젝트 라크타' 등이 대표적이다.

나머지는 중동과 아프리카 등 국외에 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대통령 개인 경호를 제공하는 '세와시큐리티서비스'와 금·다이아몬드를 채굴하는 '로바예 인베스트' 벌목 기업인 '우드인터내셔널그룹' 등이 활동하고 있다. 시리아에선 용병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현지 유전·가스전 생산량을 받는 '에브로폴리스'가 대표 기업이다.

이들을 인수하는 것은 러시아가 중동·아프리카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 평가된다. 바그너그룹은 그간 중동·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용병 활동을 하며 그 대가로 광물·석유 등 이권을 챙겼기 때문이다. 바그너그룹 기업들은 자금·장비·인력을 공유하고 있으며 유령회사들을 통해 서로 연결돼있다. 이러한 복잡한 구조로 인해 바그너그룹에 배후에 누가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WSJ은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바그너그룹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반란을 일으킨 뒤 기업들과의 케이터링·컨설팅·건설 계약 등을 줄줄이 취소했다. 푸틴 대통령은 수년 간 바그너그룹과 러시아 정부와의 관계를 부인했다. 그러나 반란 이후 러시아 재무부는 지난 한 해 동안 계약을 통해 860억루블(약 1조2000억원)을 바그너그룹에 지급했다고 인정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