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투자·수출·수입 다 줄었는데…GDP는 0.6% 성장한 까닭 [강진규의 데이터너머]

부산 강서구 르노코리아자동차 부산공장에서 수출용 르노 XM3(수출명 아르카나)가 선적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한경DB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0.6% 증가했다. 1분기 0.3%에서 성장 폭을 키웠다. 하지만 소비와 투자, 수출과 수입이 모두 감소하면서 불황형 성장 우려는 외려 커졌다는 평가다.

불황형 성장 우려 커졌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GDP를 구성하는 지출항목 중 8개 중 7개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가장 규모가 큰 민간소비는 -0.1%로 집계됐다. 1분기 0.6% 성장에서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재화소비는 전분기 수준을 유지했지만 음식 숙박 등 서비스 소비가 줄어들었다.1분기 방역 조치 전환으로 소비가 몰렸던 기저효과가 2분기 성장에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또 5월 황금연휴 시기 많은 비가 내려 소비가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은 점도 민간소비 감소에 영향을 줬다.

정부소비는 -1.9%를 기록했다. 지난 1997년 1분기 -2.3% 이후 26년만에 최대 폭 감소다. 한은은 감염병 환자가 줄면서 건강보험 지출이 감소한 것을 감소 이유로 꼽았다. 1분기에 비해 독감환자와 코로나19 환자가 적었다는 것이다. 이같은 방역요인은 3분기 이후에는 해소될 것으로 봤다. 다만 정부 소비가 계속 감소할지, 다시 증가할지 여부는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여부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투자는 건설투자와 설비투자가 동반 감소했다. 건설투자는 토목건설 부문이 감소하면서 -0.3%, 설비투자는 운송장비 투자가 줄어들며 -0.2%를 각각 기록했다. 지식재산생산물 투자만 지출항목 중 유일하게 0.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재고는 성장기여도가 -0.2%포인트를 기록했다.
자료=한국은행 경제금융 스냅샷

순수출이 1.3%포인트 끌어올려

수출과 수입은 모두 감소 전환했다. 수출은 반도체와 자동차가 증가했으나, 석유제품과 운수서비스 등이 줄어 -1.8%를 기록했다. 전분기 4.5% 증가에 비하면 6.3%포인트나 감소했다. 수입은 이보다 감소폭이 큰 -4.2%였다. 원유와 천연가스 등을 중심으로 재고가 소진되면서 수입이 줄었다.

거의 모든 부문이 쪼그라들었지만 0.6%의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수출이 증가해 성장을 견인한 것이다.한은이 0.6%의 2분기 GDP 성장률을 지출항목별로 분해한 결과, 순수출은 성장률을 1.3%포인트 상승하는 데 기여했다. -0.6%포인트를 기록한 내수의 기여도를 상쇄해 0.6%의 성장률이라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2분기 성장에는 성공했지만 지출 부문이 전체적으로 쪼그라들면서 경제 규모가 축소되는 '불황형 성장'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불황성 성장이라기보다는 순수출이 성장을 견인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성장을 주도했다. 제조업은 전분기 대비 2.8% 성장했다. 성장 기여도는 0.7%포인트에 달했다. 농림어업과 서비스업이 각각 0.1%포인트 성장에 기여했고, 건설업은 -0.2%포인트의 마이너스 기여도를 나타냈다.2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증감 없이 1분기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실질 GDP 증가(0.6%)에도 불구하고 교역조건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신 국장은 "2분기 0.6% 성장으로 올해 상반기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은 지난 5월 전망치(0.8%)보다 높은 0.9%로 집계됐다"며 "전망대로 올해 1.4% 성장하려면 3분기와 4분기 각 0.7%가량 성장해 하반기 성장률이 1.7%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