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손으로 수업 내용 필기해라” 美 공부 전문가의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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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고 있다는 착각<공부하고 있다는 착각>은 노골적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공부 잘 하는 법에 대해 말한다. 그렇다고 특별한 비법을 알려주는 건 아니다. 수동적으로 수업을 들어선 안 되고, 직접 손으로 필기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교과서를 읽을 땐 내용을 요약해 노트에 적으라고 한다.
대니얼 T. 윌링햄 지음
박세연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408쪽 |1만9800원
이 책의 특별한 점은 저자에 있다. 책을 쓴 대니얼 T. 윌링햄은 미국 버지니아대 심리학과 교수다. 공부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로 명성을 얻어 2017년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엔 국립교육과학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하버드대에서 인지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뇌의 작동 원리와 학습 최적화에 근거해 학생들의 기억력과 독해력, 이해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그간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것으로, 수업 듣는 법부터 필기 잘하는 법, 시험 공부법, 시험 잘 치는 법, 공부 환경 조성하는 법 등 공부와 관련한 모든 내용을 다룬다.
저자는 수업을 잘 듣고 필기를 잘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여기서 수업을 잘 듣는다는 건 그냥 앉아 수동적으로 교사의 얘기를 듣는 게 아니다.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자신이 듣는 내용을 체계적인 구조로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
필기는 이를 돕는다. 수업 내용이 적힌 인쇄물을 받아도 필기는 꼭 해야 한다. 녹음도 필기를 대체할 수 없다. 필기는 수업 내용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소화하는 과정이다. 게다가 손으로 직접 적으면 뇌에 더 오랫동안 남는다. 저자는 많은 학생이 배운 내용을 잘 모르는데도 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여러 번 접해서 익숙한 것을 안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안다는 것은 설명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배우는 사람은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자신이 정말 알고 있는지 되물어야 한다.
‘성적의 판도를 가르는 뇌 최적화의 기술’이란 거창한 부제와 달리 책의 조언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공부에 도움이 되는 내용이지만 엄청난 비법은 없다. 그래서 더 상식적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