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의 승리는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경 코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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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구독신청 hankyung.com/newsletter최근 가상자산 시장의 화두는 단연 리플(XRP)이다. 지난 1년간 0.3달러~0.5달러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해 온 가격은 0.9달러 가까이 치솟았으며, 거래량도 지난 8월 이후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전세계 대중의 관심 지표인 구글 트렌드에서 ‘Ripple’과 ‘XRP’ 검색량은 크게 증가했으며, 네이버 검색어 트렌드에서 리플은 일시적으로 비트코인을 제치고 더 많이 검색된 단어로 등극하기도 했다. 이처럼 리플에 대한 관심이 증대된 배경에는 13일 미국 법원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리플 간 소송에 내린 판결이 있다.
법원은 SEC가 주장한 리플랩스의 ① 7억 2,890만달러 상당의 서면 계약에 따른 기관 판매(Institutional Sales), ② 7억 5,760만달러 상당의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한 프로그램 판매(Programmatic Sales), ③ 6억 900만달러 상당의 서면 계약에 따른 개인 및 단체에 대한 기타 유통(Other Distributions)에 대해 기관 판매 행위는 증권법 위반에 해당하나 프로그램 판매 및 기타 유통 행위는 증권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법원은 증권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하위 테스트(Howey Test)’를 적용했다. 하위 테스트는 ① 자금 투자가 발생하고, ② 해당 자금이 공동사업에 투자되며, ③ 투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④ 그 수익이 타인의 노력으로 발생하는 경우 증권법을 적용하는 미국의 증권성 판단 기준이다. 결론적으로 프로그램 판매는 “타인의 노력으로부터 비롯되는 투자 수익에 대한 기대” 요건(위 ③, ④)을 충족하지 않으며, 기타 유통 행위는 “자금 투자” 요건(위 ①)을 충족하지 않기 때문에 증권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반면 SEC는 해당 판결이 증권법과 일관되지 않다는 의견과 함께 항소 의사를 내비쳤다. SEC는 21일 뉴욕 남부지방법원에 제출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소송 관련 소장 기각 신청서에서 “리플의 프로그램 판매와 기타 유통 관련 판결은 잘못되었으며 법원은 이를 따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SEC 직원들은 추가 검토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고려하고 있으며 SEC에 추가 검토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덧붙이며 항소 의사를 표명했다.
국내 자본시장법은 투자계약증권을 “특정 투자자가 그 투자자와 타인 간의 공동사업에 금전 등을 투자하고 주로 타인이 수행한 공동사업의 결과에 따른 손익을 귀속받는 계약상의 권리가 표시된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즉, 현행 자법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① 금전 등의 투자, ② 공동사업, ③ 타인의 노력, ④ 손익을 귀속받는 계약상의 권리라는 4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를 미국의 하위 테스트와 비교해 보면 ‘금전 등의 투자’, ‘공동사업’, ‘타인의 노력’ 측면에서는 사실상 차이가 없다.
그러나 하위 테스트는 ‘투자 수익에 대한 합리적인 기대’만으로도 투자계약을 인정하는데 반해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손익을 귀속받는 계약상의 권리’가 수반되어야 한다. 따라서 유사하기는 하나, 미국에 비해 국내의 증권 인정 범위가 상대적으로 좁다고 볼 수 있다. 향후 소송의 진행 상황을 계속해서 주시할 필요는 있겠지만,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한 일반 투자자의 가상자산 거래는 투자계약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과 현행 자본시장법이 하위 테스트보다 투자계약증권 판단에 있어 더욱 엄격한 요건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현재 국내에서 유통, 거래되고 있는 가상자산이 증권으로 분류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번 판결은 업계에서 기대했던 가상자산 자체의 증권성에 대한 판단이 아닌 전통적인 하위 테스트를 통해 가상자산 판매 행위가 투자계약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에 불과했다. SEC가 항소 의사를 밝히며 SEC-리플 소송전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앞으로의 재판에서는 가상자산 자체의 증권성에 대한 판단이 내려지기를 바란다. 이를 통해 국내 역시 보다 명확한 가상자산 증권성 판단 기준을 마련하여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기를 바란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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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구독신청 hankyung.com/newsletter최근 가상자산 시장의 화두는 단연 리플(XRP)이다. 지난 1년간 0.3달러~0.5달러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해 온 가격은 0.9달러 가까이 치솟았으며, 거래량도 지난 8월 이후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전세계 대중의 관심 지표인 구글 트렌드에서 ‘Ripple’과 ‘XRP’ 검색량은 크게 증가했으며, 네이버 검색어 트렌드에서 리플은 일시적으로 비트코인을 제치고 더 많이 검색된 단어로 등극하기도 했다. 이처럼 리플에 대한 관심이 증대된 배경에는 13일 미국 법원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리플 간 소송에 내린 판결이 있다.
SEC-리플 소송 배경과 판결
SEC와 리플의 소송전은 2020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SEC는 리플(XRP) 발행사 리플랩스(Ripple Labs, Inc.)와 전·현직 경영진인 라센(Christian A. Larsen)과 갈링하우스(Bradley Garlinghouse)가 13억달러 상당의 미등록 증권을 판매한 혐의로 뉴욕 남부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리플랩스는 이에 대해 리플(XRP)은 증권이 아니며, 따라서 SEC는 리플(XRP)을 증권으로 규제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만약 리플랩스의 리플(XRP) 판매 행위가 미등록 증권 판매에 해당한다면, 가상자산 대부분이 미등록 증권으로 분류되어 SEC의 가상자산 시장 개입이 더욱 강화될 수 있기 때문에 소송 결과로 이목이 집중되어 왔다. 양 당사자가 약식 판결을 신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정 공방은 2년 7개월 동안 이어졌고, 지난 13일 드디어 1심 판결이 선고되었다.법원은 SEC가 주장한 리플랩스의 ① 7억 2,890만달러 상당의 서면 계약에 따른 기관 판매(Institutional Sales), ② 7억 5,760만달러 상당의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한 프로그램 판매(Programmatic Sales), ③ 6억 900만달러 상당의 서면 계약에 따른 개인 및 단체에 대한 기타 유통(Other Distributions)에 대해 기관 판매 행위는 증권법 위반에 해당하나 프로그램 판매 및 기타 유통 행위는 증권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법원은 증권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하위 테스트(Howey Test)’를 적용했다. 하위 테스트는 ① 자금 투자가 발생하고, ② 해당 자금이 공동사업에 투자되며, ③ 투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④ 그 수익이 타인의 노력으로 발생하는 경우 증권법을 적용하는 미국의 증권성 판단 기준이다. 결론적으로 프로그램 판매는 “타인의 노력으로부터 비롯되는 투자 수익에 대한 기대” 요건(위 ③, ④)을 충족하지 않으며, 기타 유통 행위는 “자금 투자” 요건(위 ①)을 충족하지 않기 때문에 증권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승리를 자축하는 리플, 항소하겠다는 SEC
법원 판결 이후 리플은 19일 공식 블로그에 ‘XRP는 증권이 아니다: SEC와의 소송전에서 리플의 승리(XRP is Not a Security: Ripple’s Landmark Victory in SEC Lawsuit)’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공개했다. 해당 글에서 리플은 다시 한번 리플(XRP)은 증권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한 해당 판결은 단지 리플만이 아니라 미국 가상자산 업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판결이며, 향후 미국 가상자산 규제에 있어 선례이자 정부의 정책 전환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반면 SEC는 해당 판결이 증권법과 일관되지 않다는 의견과 함께 항소 의사를 내비쳤다. SEC는 21일 뉴욕 남부지방법원에 제출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소송 관련 소장 기각 신청서에서 “리플의 프로그램 판매와 기타 유통 관련 판결은 잘못되었으며 법원은 이를 따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SEC 직원들은 추가 검토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고려하고 있으며 SEC에 추가 검토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덧붙이며 항소 의사를 표명했다.
이번 판결이 주는 시사점과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의 적용
SEC와 리플의 소송전은 SEC의 항소와 정식재판을 거쳐 계속될 것이기에 이번 판결로 리플(XRP)의 증권성 이슈가 완전히 종결된 것은 아니다. 이를 반영하듯 판결 공개 직후 0.9달러 가까이 급등했던 리플(XRP) 가격은 SEC가 항소 의사를 밝히자 반락하여 25일 기준 0.7달러 아래로 내려앉은 상태다. 그럼에도 이번 판결은 가상자산 발행자와 기관투자자 간 가상자산 거래는 투자계약에 해당하며,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한 일반 투자자의 가상자산 거래는 투자계약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나아가 국내 가상자산 증권성 판단 기준의 참고 사례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국내 자본시장법은 투자계약증권을 “특정 투자자가 그 투자자와 타인 간의 공동사업에 금전 등을 투자하고 주로 타인이 수행한 공동사업의 결과에 따른 손익을 귀속받는 계약상의 권리가 표시된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즉, 현행 자법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① 금전 등의 투자, ② 공동사업, ③ 타인의 노력, ④ 손익을 귀속받는 계약상의 권리라는 4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를 미국의 하위 테스트와 비교해 보면 ‘금전 등의 투자’, ‘공동사업’, ‘타인의 노력’ 측면에서는 사실상 차이가 없다.
그러나 하위 테스트는 ‘투자 수익에 대한 합리적인 기대’만으로도 투자계약을 인정하는데 반해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손익을 귀속받는 계약상의 권리’가 수반되어야 한다. 따라서 유사하기는 하나, 미국에 비해 국내의 증권 인정 범위가 상대적으로 좁다고 볼 수 있다. 향후 소송의 진행 상황을 계속해서 주시할 필요는 있겠지만,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한 일반 투자자의 가상자산 거래는 투자계약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과 현행 자본시장법이 하위 테스트보다 투자계약증권 판단에 있어 더욱 엄격한 요건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현재 국내에서 유통, 거래되고 있는 가상자산이 증권으로 분류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번 판결은 업계에서 기대했던 가상자산 자체의 증권성에 대한 판단이 아닌 전통적인 하위 테스트를 통해 가상자산 판매 행위가 투자계약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에 불과했다. SEC가 항소 의사를 밝히며 SEC-리플 소송전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앞으로의 재판에서는 가상자산 자체의 증권성에 대한 판단이 내려지기를 바란다. 이를 통해 국내 역시 보다 명확한 가상자산 증권성 판단 기준을 마련하여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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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