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변호사 피살' 피고인 "사건 자세히 말하니 범인 몰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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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범 지목으나 살인 혐의 최종 '무죄'…사건 영구미제로
파기환송심 재판부 "검찰 측 증거만으로 살인 고의 인정 어려워"
제주의 대표적인 장기 미제 사건 중 하나인 '제주 변호사 피살사건' 공범으로 지목된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광주고법 제주 형사3부(이재신 부장판사)는 26일 오전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57)씨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사 측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살인의 고의나 공모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이 끝나고 기자들과 만난 김씨는 "아무 생각이 없다"며 "다만 나의 한마디 말로 피해자들이 또다시 고통받았을 생각을 하니 죄송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 사건 단초가 나인 점은 인정한다.
그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형을 살라고 하면 하겠다"며 "하지만 말 한 번 잘못한 죄로 10년 넘게 징역형을 사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을 방송사에 직접 제보한 적이 없고, 방송에 사용하라고 인터뷰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제보를 받은 방송사 측이 나에게 먼저 연락했다"며 "돈을 준다고 해 방송사 측과 통화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방송사 측은 내가 이 사건에 대해 자세히 말했다는 이유로 나를 범인으로 몰았다.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해서는 안된다"며 명예훼손과 위자료 소송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엿다. 전직 조직폭력배 유탁파의 전 행동대원인 김씨는 1999년 8∼9월 누군가의 지시와 3천만원을 받고 동갑내기 조직원 손모씨와 함께 이모(당시 45세) 변호사를 살해하기로 공모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김씨가 손씨와 함께 이 변호사를 미행해 동선과 생활 패턴을 파악하고 구체적인 가해 방식을 상의한 것으로 판단했다.
손씨는 두 달 동안의 준비를 거쳐 그해 11월 5일 새벽 흉기로 이 변호사의 가슴과 복부를 세 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이후 두 사람이 검거되지 않으면서 이 일은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사건은 21년 만인 2020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씨가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해 "이 변호사에 대한 상해를 사주받고 손씨와 함께 범행을 했지만, 일이 잘못돼 이 변호사가 사망했다"는 취지로 인터뷰한 것이다.
손씨는 2014년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경찰은 김씨가 살인죄 공소시효(당시 15년)가 지났다고 잘못 생각해 이러한 인터뷰를 한 것으로 봤다.
하지만 김씨는 해외 체류 때문에 시효가 정지돼 처벌이 가능한 상태였고, 그는 곧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공모자 중 일부만 범행 실행에 나아간 경우, 실행을 직접 담당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공동으로 범죄 책임을 묻는 '공모공동정범' 법리를 김씨에게 적용해 살인죄를 물어야 한다고 봤다.
다만,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한 공소 사실을 뒷받침할 증거로 피고인 진술과 여러 관련자의 증언 등 간접 증거밖에 없어 유죄를 입증하는 데 애를 먹었다.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전부 부인했고 1심 재판부는 살인 혐의에 대해 직접 증거가 없고, 간접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하려면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로 사실이 증명돼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김씨 살인 혐의에 대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김씨가 손씨와 범행을 모의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범행에 본질적 기여를 했고, '기능적 행위 지배'를 통해 범행 실행 행위를 분담했다고 판단했다.
또 직접 증거는 없지만 검찰 측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위배되지 않는 간접증거를 충분히 제시했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1월 김씨의 방송 진술이 객관적 사실과 맞지 않는다고 결론냈다.
대법원은 'A 변호사를 혼내주라'고 최초 지시했다는 폭력조직 두목은 당시 수감 중이었고, 살인을 직접 실행한 손씨를 어떻게 도피시켰는지에 관한 진술은 모순되거나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씨 진술이 형사재판에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고 공소사실을 입증할만한 신빙성을 갖췄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피고인 본인 진술'이라는 간접증거만 있는 상태에서 진술의 주요 부분과 맞지 않는 객관적 사정이 드러났다면 섣불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결국 대법원은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원심을 무죄 취지로 파기해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고 법원은 이날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dragon.
/연합뉴스
파기환송심 재판부 "검찰 측 증거만으로 살인 고의 인정 어려워"
제주의 대표적인 장기 미제 사건 중 하나인 '제주 변호사 피살사건' 공범으로 지목된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광주고법 제주 형사3부(이재신 부장판사)는 26일 오전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57)씨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사 측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살인의 고의나 공모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이 끝나고 기자들과 만난 김씨는 "아무 생각이 없다"며 "다만 나의 한마디 말로 피해자들이 또다시 고통받았을 생각을 하니 죄송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 사건 단초가 나인 점은 인정한다.
그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형을 살라고 하면 하겠다"며 "하지만 말 한 번 잘못한 죄로 10년 넘게 징역형을 사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을 방송사에 직접 제보한 적이 없고, 방송에 사용하라고 인터뷰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제보를 받은 방송사 측이 나에게 먼저 연락했다"며 "돈을 준다고 해 방송사 측과 통화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방송사 측은 내가 이 사건에 대해 자세히 말했다는 이유로 나를 범인으로 몰았다.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해서는 안된다"며 명예훼손과 위자료 소송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엿다. 전직 조직폭력배 유탁파의 전 행동대원인 김씨는 1999년 8∼9월 누군가의 지시와 3천만원을 받고 동갑내기 조직원 손모씨와 함께 이모(당시 45세) 변호사를 살해하기로 공모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김씨가 손씨와 함께 이 변호사를 미행해 동선과 생활 패턴을 파악하고 구체적인 가해 방식을 상의한 것으로 판단했다.
손씨는 두 달 동안의 준비를 거쳐 그해 11월 5일 새벽 흉기로 이 변호사의 가슴과 복부를 세 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이후 두 사람이 검거되지 않으면서 이 일은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사건은 21년 만인 2020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씨가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해 "이 변호사에 대한 상해를 사주받고 손씨와 함께 범행을 했지만, 일이 잘못돼 이 변호사가 사망했다"는 취지로 인터뷰한 것이다.
손씨는 2014년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경찰은 김씨가 살인죄 공소시효(당시 15년)가 지났다고 잘못 생각해 이러한 인터뷰를 한 것으로 봤다.
하지만 김씨는 해외 체류 때문에 시효가 정지돼 처벌이 가능한 상태였고, 그는 곧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공모자 중 일부만 범행 실행에 나아간 경우, 실행을 직접 담당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공동으로 범죄 책임을 묻는 '공모공동정범' 법리를 김씨에게 적용해 살인죄를 물어야 한다고 봤다.
다만,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한 공소 사실을 뒷받침할 증거로 피고인 진술과 여러 관련자의 증언 등 간접 증거밖에 없어 유죄를 입증하는 데 애를 먹었다.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전부 부인했고 1심 재판부는 살인 혐의에 대해 직접 증거가 없고, 간접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하려면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로 사실이 증명돼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김씨 살인 혐의에 대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김씨가 손씨와 범행을 모의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범행에 본질적 기여를 했고, '기능적 행위 지배'를 통해 범행 실행 행위를 분담했다고 판단했다.
또 직접 증거는 없지만 검찰 측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위배되지 않는 간접증거를 충분히 제시했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1월 김씨의 방송 진술이 객관적 사실과 맞지 않는다고 결론냈다.
대법원은 'A 변호사를 혼내주라'고 최초 지시했다는 폭력조직 두목은 당시 수감 중이었고, 살인을 직접 실행한 손씨를 어떻게 도피시켰는지에 관한 진술은 모순되거나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씨 진술이 형사재판에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고 공소사실을 입증할만한 신빙성을 갖췄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피고인 본인 진술'이라는 간접증거만 있는 상태에서 진술의 주요 부분과 맞지 않는 객관적 사정이 드러났다면 섣불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결국 대법원은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원심을 무죄 취지로 파기해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고 법원은 이날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dragon.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