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문 닫게 한 엄마, 해명 거짓"…의사회, 아동학대 고발키로

사진=연합뉴스

보호자 없이 진료를 보러온 9세 환아를 돌려보냈다는 이유로 보호자가 민원을 제기해 소아과 문을 닫게 한 일과 관련해 소아과의사회가 해당 보호자를 아동학대방임죄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지난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의사소통도 제대로 안 되는 9세 아이를 혼자 소아청소년과에 보내고 보건소 신고에 이어 맘카페에 거짓말까지 한 사람을 의사회 차원에서 아동학대 방임으로 형사 고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앞서 임 회장은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의 폐업 안내문을 공유했다. 이 안내문에는 "최근 9세 초진인 A 환아가 보호자 연락과 대동 없이 내원해 보호자 대동 안내를 했더니 보건소에 진료 거부로 민원을 넣었다"며 "보호자의 악의에 찬 민원에 그간 어려운 상황에도 소아청소년 진료에 열심을 다한 것에 회의가 심하게 느껴져서 더는 소아에 대한 진료를 지속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내용이 담겼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 페이스북

이와 관련 한 지역 맘카페에는 A 환아 보호자로 추정되는 네티즌의 글이 올라왔다. 이 네티즌은 "아이가 학교에서 열이 난다고 연락이 와서 병원 예약 애플리케이션으로 예약하고 아이를 보냈다"며 "그런데 만 14세 이하는 보호자 없이 진료 볼 수 없다는 연락이 왔다. 자주 다니던 동네 소아과"라고 썼다.

그러면서 "열이 많이 나서 힘들어 하는데도 단칼에 5분 이내로 오실 수 있냐고 해서 근무중이라 바로 못간다고 했다"며 "그래서 아이는 그냥 집으로 돌아왔고, 퇴근 시간 맞춰 다른 의원으로 갔다. 당장 어디다 민원 넣고 싶다"고 썼다.

이 글이 온라인상에 확산되자 자신이 해당 병원 원장이라고 밝힌 네티즌 B씨는 "저 글은 보호자 마음대로 작성한 글로, 사실이 아니다"라며 직접 해명에 나섰다.

B씨는 "1년 전 내원했던 환아고, 아이만 왔는데 잘 이야기도 못해 접수 직원이 보호자에게 전화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직원은 보호자에게 전화로 "보호자가 내원해서 진료 보는 게 좋겠다. 원장님 방침이 14세 미만은 응급상황인 경우 말고는 보호자가 있을 때 진료한다"며 "30분 정도 시간 드릴테니 보호자 오면 바로 진료 볼 수 있게 해주겠다"고 말했다.

또 이미 접수가 마감된 데다, 현장에서 기다리는 다른 환아들이 있어 보호자가 너무 늦으면 곤란하다는 내용을 안내했다고 한다.

진료 거부 민원으로 폐과를 결정한 소아청소년과의원 공지. / 사진=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 페이스북

B씨는 "어제 진료 보고 오늘 온 환아면 보호자와 통화하고 융통성 있게 (진료를) 해줄 수도 있지만, 한동안 저한테 진료 받지 않고 내원한 3~4학년생인데 어찌 아이 말만 듣고 진료할 수가 있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혹시 진료 당시와 집에 가서 증상이 바뀌면, 또 말을 바꿔 책임을 물어올 게 뻔하다"며 "최선은 보호자가 빠른 시간내에 와주는 건데, 자신의 의무와 최선을 선택하지 않고 남탓만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보건소 직원도 의료법상 14세 미만을 보호자 없이 진료 봐주지 말라는 명시 조항이 없어 자기들은 의료법 기준으로 행정지도 관리할 수 밖에 없다는 협박아닌 협박을 했다"며 "이젠 더이상 소아진료를 하면 안 되겠구나 싶더라"고 말했다.

보호자 없이 진료를 받으러 왔다가 진료를 거부당한 9세 아이의 보호자로 추정되는 네티즌이 맘카페에 쓴 글.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논란이 커지자 A 환아 보호자는 맘카페에 올렸던 글을 삭제하고 보건소에 제기한 민원을 취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임 회장은 "거짓말한 애 엄마가 맘카페 글 지우고 보건소 민원을 취하했다고 한다"며 "아동학대방임죄에 무고죄, 업무방해죄까지 추가 고발할 예정이다. 증거인멸까지 했으니 구속 사유"라며 강경대응 방침을 밝혔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