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만에 처음" 텅 빈 신림동 골목…상인들 '공포'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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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 상인·주민 불안감 호소
매장 내 호신용품 구비하기도
손님 뚝…곳곳 매장 운영 중단
범인이 신림동 치안이 좋지 않다는 인식이 있어서 '이렇게 해도 괜찮겠는데'라고 만만하게 본 것 같다. 살인 예고 글도 계속 나오다 보니 불안하고 무섭다. 사장님이 오죽 불안하셨으면 매장 내에 호신용품을 준비하셨다.지난 21일 '신림동 칼부림' 사건에 연이은 살인 예고 글까지 올라오면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일대 상권이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다. 26일 이곳에서 만난 인근 상인들과 주민들은 잇따른 사건에 공포에 떨며 호신용품으로 무장까지 하고 있었다.
20대 남성 1명이 사망한 사고 지점 바로 건너편 가게는 현재 매장 운영을 임시 중단한 상태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문구만이 남겨져 있었다. 인근의 다른 가게들도 추모 메시지 붙여두거나 임시 휴업에 들어간 상태였다. 점심시간에 인근 주민과 직장인들이 자주 찾던 한 대형 프랜차이즈 가게도 텅 비어있었다. 인근 상인들 사이에서는 "현재 신림동 인근에서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은 20대 남성이 사망한 사고 현장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신림동 일대 상권은 골목마다 한산한 분위기가 연출됐다.사고 현장 인근에서 노점상을 운영하는 김모 씨(60)는 "요즘 이 주변은 계속 어수선한 분위기"라며 "이젠 지나다니는 사람 중에 눈만 마주쳐도 무서울 때가 있다. 길을 물어보려는 사람들이 다가와도 가슴이 순간 출렁 내려앉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인근 카페에서 근무하는 직원 박모 씨(24)도 "매일 이곳을 출퇴근하는 것 자체가 두려움이고 공포"라며 "그날도 문을 꽉 잠그고 있었는데, 계속 살인 예고 글이 올라오다 보니 무섭고 힘든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사건 장소 인근에서 추모 꽃을 판매하는 꽃집 사장 임모 씨(65)는 "신림동은 원래 유흥가와 식당이 모여있어 밤에 사람들이 많았던 곳이었다"면서도 "지금은 밤에도 사람이 없다. 이곳에서 장사를 24년간 해왔는데 이 정도로 없는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인근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사장 박모 씨(52)도 "최근까지도 밤에 술 마시러 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저녁 7시가 돼도 사람이 아예 없다"며 "우리도 아직 사고 당일 기억이 생생한데, 시민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지나치는 주민들도 고인에 대한 애도를 표하는 한편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근처로 일주일 전에 방을 구했다는 20대 대학생 김모 씨는 "같은 나이 또래 학생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해 너무 슬프다"면서도 "지금 불안하지 않다고 말하면 거짓말이다. 지방에 계신 부모님이 '호신용품과 방탄복을 챙겨 다녀라'고 하실 만큼 걱정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이 근처에 거주하는 대학생 김모 씨(21)도 "평일 낮에 사람이 많은 거리인데, 어떻게 흉기를 들고 공격을 할 수 있나 싶다"며 "어떻게 안심하고 다닐 수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주민과 상인들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4일부터 신림역 일대 방범 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경찰은 신림지구대 순찰차 2대를 신림역 인근에 거점 배치하고 당곡지구대 순찰 범위를 신림역까지 확대했다. 강력팀은 검문 등 형사 활동을 하고 있으며, 기동대원 6명은 골목을 상시 순찰하고 있다.한편 '신림동 칼부림' 사건의 피의자 조선(33)은 지난 21일 오후 2시 7분께 20대 남성 1명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하고, 30대 남성 3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혐의로 지난 23일 구속됐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