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역풍 없네?'…민주당, "헌재가 오판" 큰소리 [이슈+]

이상민 장관, '팬덤' 있던 노무현과 달라
野, 탄핵 기각에도 "정치적 책임 묻겠다"
탄핵 기각 결정으로 167일 만에 직무에 복귀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사진=뉴스1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의 책임을 물어 탄핵 소추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 심판이 만장일치로 기각된 가운데, 탄핵을 주도했던 더불어민주당은 더욱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 우려했던 '탄핵 역풍' 움직임이 보이지 않자,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역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기우제를 지내는 임금'을 끌어오며 이 장관을 비판했다. 법률상 잘못이 없다고 하더라도 잘못은 잘못이라는 취지다. 이 대표는 "비가 오지 않아도 임금이 기우제를 지내러 간다. 맨발로 산을 오른다. 그것이 책임이기 때문에 그렇다"며 "법률상 잘못이, 또는 처벌받을, 탄핵당할 사유가 부족하다 해도 잘못은 잘못"이라고 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헌재가 "오판을 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상민 장관 탄핵소추안 기각은 명백한 오판"이라며 "이해할 수 없다. 용서할 수 없다"고 썼다.

그러면서 "이상민 장관 탄핵에 성원과 지지를 보냈던 시민과 당원을 기억한다"며 "그 뜻을 받들 방도를 찾겠다"고 했다. "입법부에 주어진 모든 권한을 동원하겠다"고도 말했다. 탄핵 기각에도 이상민 장관의 정치적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는 뜻이다.

◆노무현 탄핵 기각 때는 역풍…野 지지자들 "역풍 없다" 자신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기각은 '탄핵 역풍'의 사례로 정치권에 남아 있다. 헌법재판소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기각했고, 탄핵을 주도했던 당시 야당은 여론의 역풍을 맞아 제17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참패했다.

민주당의 이번 탄핵 추진 역시 '무리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이 장관의 행위가 헌법이나 법률을 '중대하게' 위배했다고 보기 애매하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이상민 장관의 탄핵 기각을 두고서는 '역풍'을 우려하는 내부 기류는 읽히지 않는다. 이상민 장관은 '팬덤 정치'의 형태의 정치인이었던 노 전 대통령과 다르다는 게 결정적인 이유다. 민주당이 탄핵 기각 이후에도 더욱 강하게 이 장관을 향해 '정치적 책임'을 묻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부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 역시 '탄핵 기각'에도 전혀 실망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강성 지지자들이 모인 네이버 카페 '재명이네 마을'이나 커뮤니티 '블루웨이브'에는 "탄핵 기각 역풍 없으니 더 강하게 서울양평고속도로 국정조사를 추진하라", "근조 헌법재판소", "탄핵 기각됐다고 기죽지 마세요", "이상민 장관은 국민에 의해 이미 탄핵됐다"는 등의 글이 연달아 올라왔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경닷컴과 통화에서 "무리한 탄핵 추진에 대해 국민이 심판해주지 않는다면, 습관성 탄핵이 문화로 뿌리내릴 수 있다"며 "민주당의 주장대로, 법과 정치는 별개 영역인 만큼 법에 호소하는 탄핵 제도를 정치 논리에 따라 이용해선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