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윤리위, '수해 골프' 홍준표에 당원권 정지 10개월 중징계(종합)

윤리위원장 "국민정서 동떨어진 언행·민심 맞서는 태도, 민심 떠나게 하는 해당 행위"
洪, SNS에 "더 이상 이 문제로 갑론을박 않았으면…나는 아직 3년 긴 시간 있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26일 '수해 골프' 논란을 일으킨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당원권 정지 10개월'의 중징계를 의결했다. 윤리위는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연 회의에서 약 90분간 홍 시장이 추가로 제출한 소명 자료를 검토한 뒤 만장일치로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18일 김기현 대표가 진상조사를 지시하고 같은 날 윤리위가 홍 시장 징계 논의 안건을 직권 상정한 지 8일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윤리위가 당 소속 시·도지사에 대해 징계를 내린 것은 홍 시장이 경남도지사를 지냈던 2015년 7월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당원권 징계 정지를 받은 이후 8년 만이다. 황정근 윤리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지난 15일 재난 상황에서의 골프 행위와 그 후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게시한 SNS글, 국회에서 한 언행 등은 모두 국민의힘 윤리위 규정의 징계사유, 즉 당의 윤리규칙을 위반해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이 이미 사과하고 수해복구 활동에 참여했지만 행위의 시기와 경위, 이후 사정에 비춰보면 당 명예를 실추시키거나 국민 일반의 윤리감정과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위이므로 윤리규칙을 엄정히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홍 시장은 당 대표와 대선 후보를 지내는 등 국민의힘의 중요 정치 지도자로서 더욱 엄격한 윤리 기준을 지켜야 한다. 차기 대선에서도 당내 유력한 후보로서 국민들은 그의 언행과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며 개인 뿐 아니라 소속 정당까지 함께 평가하기 마련"이라며 "국민과 함께하고 공감해야 할 집권당의 지도급 선출직 공직자가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언행과 행위를 하고 급기야 민심에 맞서는 태도를 보이는 건 당 이미지 훼손하고 민심 떠나게 하는 해당 행위"라고 지적했다.

황 위원장은 그러면서 "윤리위가 다른 정당과 달리 윤리적으로 엄정, 신속한 조치를 한 것은 정당이든 정치인이든 민심을 못 얻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내년 총선이야말로 어느 정당이 더 혁신, 개혁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이번 윤리위 결정으로 다시는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기 바란다"고 했다. 홍문종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2006년 '수해 골프'로 물의를 일으켜 제명당했던 사례나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지난 3월 강원도 산불 진화 와중에 골프 연습장에 갔다는 논란에 휩싸였으나 징계하지 않았던 사례와 이번 경우를 비교하는 질문에는 "다 검토했는데, 사안이 다르다"며 "윤리규칙을 위반했다고 징계하는 게 아니라, 규칙을 위반해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징계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홍 시장은 충청·영남 지역에 폭우가 쏟아진 지난 15일 대구의 한 골프장에 골프를 치러 간 사실이 알려져 비판 여론이 높아지면서 윤리위 징계 대상에 올랐다.

특히 홍 시장은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이 이어지자 지난 17일 SNS에 "주말에 테니스 치면 되고 골프 치면 안 된다는 규정이 공직사회에 어디 있나"라는 글을 올렸고 이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부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여론을 악화시켜 이 점이 징계 사유로 추가됐다.

홍 시장은 지난 19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논란을 빚은 SNS 게시물 두 건을 자진 삭제한 뒤 윤리위에 사과문과 의견서, 비상상황 근무 현황표 등을 제출했다.

그러나 홍 시장은 지난 20일 윤리위 징계 개시 결정 이후 SNS에 '과하지욕'(跨下之辱·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치욕)이라는 고사성어를 올리며 불만을 표출해 또다시 논란을 자초했다.

그는 이후 해당 SNS 글을 스스로 삭제한 뒤 지난 24일부터는 수해 봉사 활동을 하며 '반성 행보'를 이어왔다.

홍 시장은 이날 윤리위에 출석하지 않고 소명 자료만 제출한 뒤 경북 예천에서 사흘째 수해 복구 봉사활동을 했다.

홍 시장은 징계 발표 후 SNS에 "더 이상 이 문제로 갑론을박하지 않았으면 한다. 더 이상 갈등이 증폭되고 재생산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며 "나는 아직 3년이라는 긴 시간이 있다"고 적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