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장관, 뉴질랜드 찾아 "오커스 동맹 참여 문 열려있어"

호주처럼 핵추진잠수함 개발은 고려 안 해…사이버 안보 등 방위기술 협력 가능성
남태평양 순방에 나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뉴질랜드를 찾아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협정에 뉴질랜드가 참여할 수 있는 문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27일(현지시간) 뉴질랜드헤럴드 등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이날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을 찾아 크리스 힙킨스 총리와 만난 뒤 나나이아 마후타 외교장관과 양자 회담을 가졌다.

이어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뉴질랜드와 오커스 협정의 비핵 분야에서 협력을 검토하고 있다며 "뉴질랜드와 다른 파트너들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면 뉴질랜드가 참여할 수 있는 문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가장 중요한 국가 안보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협력해 왔다"며 "오커스를 더욱 발전시키면서 뉴질랜드가 참여할 문은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뉴질랜드가 오커스에 가입하더라도 뉴질랜드의 비핵정책으로 인해 호주처럼 핵 추진 잠수함을 보유하기보단 사이버 안보나 극초음속 무기와 같은 방위 기술 협력 차원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앞서 힙킨스 총리도 뉴질랜드의 오커스 참여에 대해 핵 추진 잠수함 개발과 관련이 없는 범위라면 오커스에서 가능한 역할에 대해 "대화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마후타 장관 역시 "비핵화 입장을 타협하거나 변경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핵 없는 태평양을 계속해서 지지한다"고 말했다. 뉴질랜드는 1951년 미국, 호주와 함께 상호방위조약인 태평양안전보장조약(ANZUS)에 참여했고 호주와 함께 6·25 전쟁과 베트남전에도 참전했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미국의 핵추진함 입항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1985년 뉴질랜드는 핵무장함 입항 허용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뉴질랜드에 있다며 미군 함정이 핵무장을 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미국은 핵무기의 존재를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내세우며 이를 거부했다. 그러자 뉴질랜드는 미군 함정의 입항을 거부했고, 1987년 핵 추진 또는 핵무장 함정의 뉴질랜드 영해 통과나 뉴질랜드 항 기항을 금지하는 비핵정책을 발표하면서 ANZUS도 사실상 효력이 상실됐다.

소원해진 양국 방위 협력 관계는 2010년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웰링턴을 찾아 양국 간 새로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천명하는 웰링턴 선언을 발표하고, 2012년에는 군사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방위 협력 조약을 체결하면서 어느 정도 복원된 상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