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투쟁보다 교권"…교사도 MZ노조로

교사노조 10만명 돌파
경기도는 하루 1000명씩 가입

교사노조 68%가 2030
정치색 짙은 기존 노조와 달리
현장 목소리 중시…실용성 강조
서이초 계기로 젊은 교사들 뭉쳐

전교조는 4만 명대 정체 '위축'
학생인권 주장에 교사들 외면
사진=연합뉴스
‘MZ노조’인 교사노동조합연맹의 조합원이 처음으로 10만 명을 넘어섰다. 올해 초 6만 명대이던 교사노조는 최근 2개월 사이 3만 명 늘어나는 등 올 들어 조합원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 서울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 사고 이후 교사노조에 가입하는 20~30대 젊은 교사가 부쩍 늘고 있다는 게 교사노조의 설명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세가 4만 명대로 밀려난 것과 대비된다. 정치 투쟁에 거부감이 큰 젊은 교사를 중심으로 교사 처우 등의 실용을 강조하는 MZ노조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개월 만에 3만 명 추가 가입한 MZ노조

27일 교사노조에 따르면 지난 25일 10만 번째 조합원이 가입했다. 올 5월 7만 명을 넘어선 데 이어 2개월 만에 3만 명이 추가로 가입한 셈이다. 교사노조 가입단체 중 하나인 경기교사노조에는 1주일 만에 4000명이 가입했다.

경기교사노조 관계자는 “2만 명대이던 조합원이 1주일 만에 20% 늘었다”며 “서이초 사건 전에는 하루 10명 가입했는데 지금은 1000명 가까이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교사들은 노조에 무관심했다. 전국에 50만 명이 넘는 교사가 있지만 지난해 말까지 전교조, 교사노조 등 노조에 가입한 교사는 10만 명이 되지 않았다. 젊은 교사들은 단체활동 자체에 거부감이 컸다.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한 초등교사는 “서이초 사건도 처음에 개인의 우울증으로 사건이 축소될 뻔했다”며 “이번 사건이 묻히거나 개인적인 일로 치부되지 않도록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교권 붕괴 사고가 표면화된 후 한층 커진 교사들의 두려움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노조 관계자는 “일선 교사들은 이번 사건이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며 학교와 교육청이 자신을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걱정이 크다”고 설명했다.

○정치 투쟁 대신 교육정책에 집중

2017년 출범한 교사노조는 20~30대 젊은 교사들이 주축이다. 전체의 67.9%가 20~30대다. 소위 MZ노조로 분류되는 이유다. 교사노조의 가장 큰 특징은 보텀업(상향식 접근) 방식으로 현장 목소리를 취합해 행동한다는 것이다. 조합원 대부분이 네이버 밴드에 가입, 매일 글을 올리고, 사안이 발생하면 즉각 설문조사를 해 방향을 정한다. 중앙 집행부가 사업과 방향성을 정하고 각 지부에 하달하는 기존 노조와는 다른 모습이다.

교육과 관련되지 않은 정치적인 이슈에는 거리를 두는 것도 이전 노조와 다르다. 교사노조 관계자는 “정치색이 강한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한 조합원의 거부감이 크다”며 “교육 전문가인 교사가 모인 조직으로 교육 관련 정책 등 실질적인 문제에 집중한다”고 말했다.이 같은 젊은 교사들의 분위기는 침체 상태인 전교조 상황과 대비된다. 서이초 사건을 거치면서도 전교조 조합원은 늘어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수치는 밝히지 않지만 전교조 조합원은 2021년 고용노동부 통계에서 4만 명대로 떨어진 후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초등교사는 “전교조는 이번 교권 침해의 한 원인으로 꼽히는 학생인권조례를 강력하게 주장했다는 점에서 교사들 사이에서 비난 여론이 크다”며 “특히 젊은 교사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