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연합군, '구글·애플 맵' 아성에 도전장

美기술기업, 영토 파괴 경쟁

MS·아마존·메타, 지도 사업 협력
구글·애플 양분한 시장에 진출

AI가 진료기록 써주는 서비스
구글·MS 이어 아마존도 가세
사업 영역 넓히려 합종연횡 불사
미국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들이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무한경쟁’에 들어갔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챗GPT를 통해 구글이 장악했던 검색엔진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것을 목격한 기술기업들은 지도 앱, 의료 등 여러 분야에서 각개전투와 합종연횡을 동시에 벌이고 있다.

MS·메타·아마존, 구글·애플에 도전

26일(현지시간) MS, 메타, 아마존은 구글과 애플이 장악한 지도 앱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지난해 말 이들 기업이 설립한 ‘오버추어 맵 파운데이션’은 새로운 지도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를 오픈소스로 제공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는 지도 앱에서 구글과 애플이 구축한 아성을 흔들기 위해서다. 지금까지는 기업 등이 지도에 기반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기반의 구글과 스마트폰 기반의 애플에 비싼 값을 주고 지도 데이터를 사야 했다. 개별 기업이 광범위하면서 수시로 바뀌는 지도 데이터를 수집하고 라이선스를 취득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버추어 맵 파운데이션이 제공하는 데이터를 활용하면 구글과 애플에 돈을 낼 필요가 없어진다. 오버추어 맵 파운데이션은 일단 데이터를 무료로 주기로 했는데, 나중에 구글과 애플 대비 저렴한 가격을 책정해도 충분히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버추어 맵 파운데이션이 제공하는 데이터에는 교통망과 행정 경계, 랜드마크 등 5900만 개의 ‘관심 지점’이 기록돼 있다. 메타와 MS가 수집해 기증한 데이터다. 두 회사는 향후 경로 및 3차원(3D) 건물 등으로 데이터를 확장할 계획이다. 지도는 그 자체로도 많이 쓰이지만 활용 분야가 다양해 더욱 가치가 높다. 자율주행차와 증강현실(AR), 물류 및 음식 배달 등 각종 신기술은 정확한 지도를 기반으로 구현되기 때문이다.메타 출신인 마크 프리올로 오버추어 맵 파운데이션 이사는 “개발자가 더 쉽고 저렴하게 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로, 상업용 오픈 맵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아마존, AI 의료 앱으로 구글·MS와 승부

이날 아마존 클라우드 사업부인 아마존웹서비스(AWS)는 AI 기반 의료 서비스 ‘아마존 헬스 스크라이브’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아마존 헬스 스크라이브는 의사와 환자의 대화 녹취록을 생성·요약해 진료 기록을 작성해준다. 의사와 간호사가 진료 기록을 쉽게 문서화할 수 있다. 아마존은 헬스 스크라이브가 자사의 생성형 AI 구축 및 지원 서비스인 ‘아마존 베드락’으로 구동된다고 설명했다. 3M, 바빌론헬스 등 헬스케어 업체 등이 헬스 스크라이브를 사용하고 있다.

의료 서비스는 아마존에 앞서 MS와 구글이 뛰어든 시장이다. MS가 2021년 인수한 AI 및 음성인식 기업 뉘앙스는 지난 3월 진료 기록 앱 ‘닥스 익스프레스’를 공개했다. 의사와 환자의 대화를 실시간 기록하며 오픈AI의 최신 모델인 GPT-4를 사용해 진료 기록을 작성할 수 있다. 구글이 개발한 AI 기반 의료 챗봇 ‘메드팜’은 미국 의료 면허 시험에서 합격점을 받았다.AI 선도 업체들은 따로 뭉쳐 업계 표준을 세우고 있다. 이날 구글, MS, 오픈AI, 앤트로픽 등 네 개 기업은 ‘프런티어 모델 포럼’이라는 협의체를 발족하고 AI 기술 관련 안전 표준을 개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 의회 차원의 규제가 도입되기 전 업계에서 선제적으로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