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울' 이직 성공…전셋집 보증금 빼서 왔다가 '현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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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전셋집 빼면 서울 '노·도·강' 겨우 입성#. 부산에 사는 박모씨(40)는 최근 서울로 이직하게 됐다. 서울에 있는 직장에 옮기게 된 기쁨도 잠시 전셋집을 구할 생각에 막막해졌다. 부산에서 정리한 전셋집 보증금 3억원 남짓으로는 서울에 있는 괜찮은 아파트에 전셋집을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를 들어서다. 박씨는 "부산에 있을 때는 준신축급 아파트에 전세를 살았는데 서울에서는 눈높이를 많이 낮춰야 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가격 양극화 자연스러워…당분간 지속 전망"
서울과 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 등 5대 광역시 전셋값 격차가 여전히 큰 것으로 집계됐다. 지방에서 전셋집을 정리하고 서울에서 다시 집을 구하는 게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서울과 지방의 전셋값 양극화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면서 "당분간 가격 양극화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28일 KB부동산이 발표한 7월 월간 시계열 통계 자료에 따르면 이달 기준 서울 평균 전셋값은 5억6981만원, 5대 광역시 전셋값은 2억2495만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전셋값이 5대 광역시 전셋값의 2.53배 수준이다.
집값이 급등해 정점을 기록했던 2021년 7월 기준 서울(6억3483만원)과 5대 광역시(2억3908만원) 전셋값 격차는 2.65배까지 벌어졌다. 지난해 집값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면서 격차가 2.58배(서울 6억7344만원, 5대 광역시 2억6102만원)로 줄어들었고 올해 격차가 더 감소했다.
광역시별 평균 전셋값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대전시 2억3931만원 △부산시 2억3512만원 △대구시 2억2237만원 △울산시 2억1106만원 △광주시 2억567만원 등이다. 5대 광역시 평균 전셋값은 2억2271만원이다.광역시 가운데 집값이 가장 비싸다는 곳과 서울을 비교해도 차이가 크게 줄지는 않는다. 이달 기준 전셋값이 가장 높은 지역은 대전시로 1㎡당 289만원인데 서울 1㎡당 아파트 평균 전셋값 679만원으로 2배 이상 차이 난다. 서울에서 가장 낮은 곳은 도봉구로 1㎡당 437만원인데 대전시에서 가장 높은 유성구(1㎡당 323만원)와 비교해도 10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지방 아파트 전세보증금으로 서울에서 아파트 전셋집을 구하려면 그나마 외곽지역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정도나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강북구 번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2억원대 아파트 전셋집을 구하려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며 "일단 역세권에서는 어렵고 마을버스를 타고 5~10분은 들어가야 하는 단지나 실수요자들이 비선호하는 단지 중에 찾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도봉구 창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 역시 "도봉구에서 2억원대 아파트 전세 물건이라면 20평 이하로 찾는 게 빠르다. 30평대는 적어도 3억5000만원 내외로 시세가 형성돼 있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가격에 맞춰 집을 찾는 게 빠를 것"이라고 전했다.
노원구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그나마 노원, 도봉, 강북 등이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전셋값이 낮지만, 지방에서 올라온 실수요자들 입장에선 자금 부담이 큰 게 사실"이라면서 "아파트를 고집하지 않고 빌라(연립·다세대) 등 다른 주거 형태를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귀띔했다.전문가들은 서울과 지방 전셋값 양극화가 당연한 현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자본주의 시장에서 공급과 수요의 원칙에 따라 집값과 전셋값이 결정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면서 "서울과 지방의 집값, 전셋값이 양극화가 잘못된 게 아니라 가격 차이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짚었다.서울과 지방의 가격 차이를 줄이는 것은 단순히 정책만으로는 불가능하단 설명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 소장은 "서울과 지방의 가격 차이를 메우기 위해서는 국가 균형 발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주택 정책을 활용해서는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인위적인 가격 통제가 이뤄지면서 시장에 부작용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서울과 지방의 가격 양극화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서울과 비서울 가격이 함께 가려면 결국 인구가 중요한데, 양극화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저조한 출산율, 결혼 기피 현상 등 사회 현상이 시장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고 짚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