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전승절' 열병식서 핵무력 과시…연설은 안해(종합2보)

중국·러시아 대표와 나란히 주석단에…북중러 결속 과시
ICBM '화성-17·18형' 등장, 무인정찰기·공격기 시위비행
北국방상 "美, 우리에게 핵 사용하면 살아남지 못해" 위협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27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전승절'(6·25전쟁 정전협정체결일) 70주년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한 핵무력을 과시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중국 대표단 단장인 리훙중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국회부의장 격), 러시아 대표단 단장인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과 나란히 주석단에 자리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북한의 핵·미사일 전력이 등장하는 열병식에 중국과 러시아 대표단을 초청, 한미일 공조에 대응한 북중러의 결속을 과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북한 관영매체에 따르면 열병식 연설에는 예상과 달리 김정은이 아닌 강순남 북한 국방상이 나섰다. 김 위원장은 열병식뿐 아니라 쇼이구 장관과의 담화·오찬·연회에서도 공개 보도상 말을 아낀 것은 물론 전승절 70주년 기념보고대회에서까지 리일환 노동당 비서에게 연설 마이크를 넘겼다.

당초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러시아와의 연대를 강조하는 연설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는데 의외라는 평가가 나온다.

강 국방상은 연설에서 "이제는 조선반도에서 핵전쟁이 일어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언제 어떻게 핵전쟁을 일으키겠는가 하는 것이 문제"라면서 "미제는 우리에게 핵을 사용하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선택의 여지를 가지고 있지 못한다"고 위협했다. 그는 "확실히 현시점은 미국이 그 누구의 정권 종말에 대해 입에 올리기 전에 자기의 멸망에 대해 걱정해야 할 때이며 전략자산들을 조선반도에 들이밀기 전에 미 본토 전역을 뒤덮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략핵무력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라고 경고했다.
열병식에는 북한의 핵전력이 대거 동원됐다.

신형 고체연료 ICBM인 '화성-18형'과 액체연료 ICBM인 '화성-17형'이 대열의 마지막에 등장했고, 지난 3월 개발 및 시험 사실이 처음 공개됐던 핵어뢰 '해일'로 추정되는 무기도 열병식 대열에 합류했다. 통신은 화성-18형에 대해 "적대 세력들의 각이한 반공화국 핵전쟁 위협과 도발적인 침략 행위들을 철저히 억제하고 압도적으로 대응하며 우리 국가의 안전을 믿음직하게 수호하는 공화국 전략 무력의 가장 강력한 핵심 주력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이번에 새로운 ICBM을 선보이지는 않았다.

열병식이 시작되기 전 무인 정찰기 '샛별-4형'과 무인 공격기 '샛별-9형'이 평양 김일성광장 상공을 비행했고, 차량에 실려 열병식에서도 공개됐다.

이들 무인기는 김 위원장과 쇼이구 장관이 지난 26일 함께 찾은 '무장장비전시회-2023' 행사장에서 처음 공개됐다.

미국 고고도 무인정찰기 RQ-4 글로벌호크 및 무인공격기 MQ-9 리퍼와 판박이처럼 흡사한 형상이다. 북한은 지난 2월 인민군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화성-18형을 처음 공개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전날 첫선을 보인 무인기 외에 새로운 무기를 내놓지는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