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호 칼럼] 나의 어려운 상황을 협상 상대에 알려야 할까

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당신은 다음과 같은 어려운 상황에서 협상을 해야 한다. 회사는 재정적 위기를 겪고 있고, 이로 인해 당신 가족의 의료비를 제때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경우 당신의 어려운 상황을 협상 상대방에게 공개해야 할까?

일반적으로 약점을 노출하면 상대방이 당신을 역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노출을 삼가하라고 권한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당신의 불리한 상황이 상대방의 동정심을 유발하여 당신이 더 나은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양보를 받아낼 수도 있다. 약점을 이용하는 협상가는 약점에 전략적으로 반응할 것이고, 반면 동정심을 유발하는 협상가는 감정적으로 반응할 것이다. 뉴욕 대학의 아이와 시라코(Aiwa Shirako), 개빈 J. 킬더프(Gavin J. Kilduff), 캘리포니아대의 로라 J. 크레이(Laura J. Kray)의 연구에 따르면 숨겨진 욕구와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이 협상의 양쪽 모두에게 더 유익한 결론을 도출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의 실험을 살펴보자. 경영학과 학부생들은 모의 구인 협상을 위해 짝을 지어 참가했다. A그룹의 취업 준비생은 그들이 갚을 대학 대출금액이 많고, 그들의 어머니가 매우 아프며, 어머니의 병원비를 지불하기 위해 온 가족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채용 담당자의 동정심에 호소하라고 들었다. 반면 B그룹의 취업 준비생은 자신들이 의견을 주장할 때 가급적 이성적인 주장을 하고, 채용 담당자의 동정심에 호소하지 말라고 들었다.

실험결과, 채용 담당자들은 합리적 호소를 한 후보자들뿐만 아니라 감정적 호소를 한 후보자들을 좋아했는데, 이는 자신의 약점을 언급하는 것이 조작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한다.그렇다면 좀 더 구체적으로 감정적 호소와 공정성에 대한 호소 중 어느 것이 효과적일까? Shirako, Kilduff, Kray는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다음과 같은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직원의 급여 인상 요구를 받은 가상의 상사가 되어 가상의 후보자로부터 다음 세 가지 제안 중 하나를 제시받은 후 0퍼센트에서 6퍼센트 사이의 범위에서 인상을 권고하도록 요청받았다.

1. 감정적 호소 : “어머니가 불치병으로 입원 중이신데, 제가 병원비를 지불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2. 합리적인 호소 : “저는 지난 몇 달 동안 가장 수익성이 높은 많은 거래의 성공을 감독했습니다.”
3. 공정성에 호소 : “저와 비슷한 경력을 가진 직원들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임금 인상을 받았습니다.”

실험결과, 공정성 제안이 합리적 제안보다 더 성공적이었지만, 감정적 호소가 가장 높은 인상안을 제안받았다.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사람들의 감정적 호소는 상대방의 양보를 얻어내는데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힘이 있는 사람들도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상대방의 동정을 구해야 할까? 온라인에서 실시된 마지막 연구에서, Shirako와 동료들은 참가자들에게 자신이 디지털 마케팅 회사의 CEO이고 한 고객이 이전에 협상했던 마케팅 캠페인의 할인을 요청하기 위해 돌아왔다고 상상해보라고 부탁했다. 고객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취약하다고 느낄 때, 참가자들은 고객이 크고, 힘이 있는 회사인지 작고, 상대적으로 힘이 없는 회사인지에 관계없이 비슷한 할인을 해주었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경영평론가(ijeong13@naver.com)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