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화가] 세상에 분노하던 이우성, 위트·사랑 그리는 작가로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20대의 이우성은 세상에 좌절했다. 풍족하게 자랐다는 이야기를 듣지만 정작 88만원 세대에 갇혀 버렸다는 패배감이 그를 감싸고 있었다. 그는 개인이 어쩔 수 없는 세대의 문제에 불만을 가지고 분노에 찬 그림을 그렸다. 2012년 탄생한 ‘정면을 응시하는 사람들’은 그의 대표작이다. 자신의 나이 또래 남성들을 캔버스에 한가득 채웠다. 모든 인물이 웃음기가 없고, 서로 다른 불만을 표출하는 듯 화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보다 1년 전에 그린 작품 ‘붉은 방’은 동일본대지진의 슬픔 속 허우적대는 인물들을 빨간색 방 안에 가뒀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무능함, 그에서 나오는 분노를 캔버스에 그대로 옮겼다.

시간이 지나며 이우성은 작품마다 작가 자신이 속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불현듯 받는다. 모든 작품에 은연중 스쳤던 불쾌함이 자신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깨닫는다. “모두가 힘든데, 저까지 힘든 이야기를 하고 싶진 않았다”는 그는 그 이후 화풍과 주제를 바꿨다. 위트 있는 인물들과 소재를 나타내기 시작한 것. 이우성은 2017년 서울시가 ‘서울로 7017’에서 선보인 ‘헬로 아티스트!’ 프로젝트의 첫 번째 주인공으로 낙점됐다. 분노와 좌절에서 시작해 이제 사랑과 다양성을 그림 위에서 노래하는 그는 오는 8월 개인전을 통해 관람객을 만난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