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우유 L당 3000원 넘어야 하는데"…정부 '인상 자제령'에 유업계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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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값 대폭 인상 확정
우유업계 가격 책정 비상
![사진=연합뉴스](https://img.hankyung.com/photo/202307/ZA.34086187.1.jpg)
예년 같았으면 결정된 원유가격에 기반해 우유업계가 곧이어 제품 가격 책정에 들어갔겠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지금부터 본격적인 속앓이가 시작된 분위기다. 10년 만에 최대 인상 폭이 적용됐는데도 정부가 식품업계 전반에 제품 가격 동결·인하를 압박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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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그동안 “원유가격 인상이 가공식품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입장을 지속해서 밝혀왔다. 주요 식품류 중 유가공품과 아이스크림을 제외하면 원유나 유제품을 원료로 사용하는 제품 비중이 높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이에 따라 우유업계도 당분간 원가 상승분을 감내하겠다는 반응이다. 올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업계에서는 원유값 협상 이후 시중에서 판매하는 우유 가격이 L당 3000원을 넘길 것이란 의견이 우세했다.
원유 기본가격에 농가로 들어가는 인센티브, 제조비, 물류비, 유통마진 등이 더해지면 이 정도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봤다. 작년에도 원유 가격이 5.1%(49원) 올라 L당 996원이 되자 유업체들은 흰 우유 가격을 10% 안팎 올렸다.
하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물가 안정 압박이 이어지자 우유업계 분위기도 확 바뀌었다. 이제는 소비자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L당 3000원’ 이상으로 흰 우유 판매가격이 결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한 우유업체 관계자는 “원유값 상승 폭을 감안하면 L당 3000원 이상으로 판매해야 하겠지만 정부 압박이 너무 강력해 3000원 미만으로 가격이 형성되도록 할 것”이라며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했다.
최종 소비자 가격을 결정하는 유통업체도 골치 아프기는 마찬가지다. 농식품부가 최근 “우유제품 마진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게 유통마진”이라고 주장하면서 압박 타깃을 유통업계로 돌리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우유는 냉장 유통 및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전기요금 등의 추가 비용이 다른 제품에 비해 많다”며 “농식품부의 주장과 달리 다른 식품류에 비해 마진이 극히 적다”고 하소연했다.
한경제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