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하나면 동네병원 문 닫는다"…맘카페 '절대권력' 논란 [이슈+]

최근 사건·사고마다 논란 중심엔 '맘카페'
'3선 의원설'부터 소아과·장원영 마녀사냥
의원들도 맘카페에 '벌벌'…"상시 모니터링"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초등학교 교사 사망 등 사회를 뒤흔든 각종 사건·사고마다 일부 맘카페에서 논란이 확대 재생산되는 양상이 포착된다. 일각에서는 맘카페를 두고 '마녀사냥 1번지', '가짜뉴스의 온상지' 등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특정 정치인에 의해 맘카페가 '정치 조직화'됐다는 책임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한 맘카페에 올라온 '3선 국회의원' 연루설. 현재는 삭제됐다. / 사진=네이버 카페 캡처
최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담임 교사가 숨졌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한 대형 맘카페에서는 해당 교사에게 갑질을 일삼았던 학생 가족 구성원 중 '3선 국회의원'이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맘카페에서 다른 맘카페로 일파만파 확산된 이 가짜뉴스는 온라인상에서 기정사실화됐다.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익명에 숨은 다수로부터 돌을 맞았다. 글을 쓴 여성은 한 의원을 찾아가 눈물로 선처를 호소했으나, 결국 고소를 피하지 못했다. 한 의원은 "고소 취하 가능성은 없다"며 "아직도 가짜 뉴스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 이들을 용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진=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 페이스북
또 위중한 사회 문제로 소아청소년과(이하 소아과) 폐업 문제가 꼽히는 가운데, 지방의 한 소아과에 대한 가짜뉴스를 섞은 마녀사냥이 지역 맘카페에서 자행됐다. 보호자 없이 진료를 보러온 9세 환아를 돌려보냈다는 이유로 민원에 시달린 소아과는 결국 폐과했다.

논란이 커지자 맘카페에 일부 사실이 아닌 글을 썼던 보호자는 글을 삭제하고 민원을 취하했지만, 소아과의사회는 보호자를 형사 고발하기로 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몇 해 전 경기 북부 한 신도시에서는 맘카페 회원들의 등쌀에 2∼3년 새 동네 소아과 8곳이 연쇄 폐원한 일도 있다"고 전했다.이처럼 맘카페가 최근 사건·사고마다 가짜뉴스의 진원지 역할을 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특정 정치인이 맘카페를 정략적으로 활용하면서 이들에게 정치 사회적으로 큰 목소리를 낼 수 있게끔 '완장'을 채워줬기 때문이라는 책임론이 제기됐다. 책임자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꼽혔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지난 26일 걸그룹 아이브의 장원영이 자신에게 손을 뻗는 남자 초등생을 보고 놀라는 모습을 두고 일부 맘카페에서 비난이 쏟아지자 전여옥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맘카페에 부정적인 글이 한 번 올라오는 순간 동네 카페, 식당, 병원 등이 문을 닫게 되는 '절대권력'을 가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전 전 의원은 맘카페가 이런 위력을 갖게 된 건 문 전 대통령이 맘카페를 '정치 조직'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실제로 문 전 대통령은 2017년 대선을 앞둔 3월 전국 지역 맘카페 회원들과 만나 "페미니스트 대통령, 여성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후 여성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끌어내면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그의 대표적인 온라인 지지 기반으로 30~40대 여성 중심의 맘카페를 꼽기도 했다.
사진=유튜브 채널 '재명이네 소극장' 화면 캡처
'형수 욕설', '여배우 스캔들' 등 논란으로 이미지 타격을 입었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지난 대선 과정에서 문 전 대통령의 이런 ' 친(親)맘카페' 전략을 적극 활용했다. 이 대표는 대선을 앞두고 대형 여성 커뮤니티인 '여성시대'(여시)를 찾아 "저 자신이 감히 품격 있는 후보라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제가 만들고자 하는 대한민국의 삶은 여시님들이 바라는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글을 올렸었다.

지역구 의원들에게도 지역 맘카페는 중요한 관리 대상이라고 한다. 수도권이 지역구인 한 의원실 선임 비서관은 통화에서 "맘카페 여론을 엄청 열성적으로 관리하는 의원들도 있다. 지역구 활동을 맘카페에 올리는 경우도 많다"며 "의원실에서는 맘카페를 상시 모니터링해 어머니들이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의원들에 대한 평가는 어떤지 확인해 의원에게 보고한다"고 귀띔했다.다만 "해당 지역의 정보가 가장 빠르게 올라오는 곳인 만큼,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도 많이 있어 주의를 기울인다"고 전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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