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연봉 12억' AI 관리자 채용하자…배우들 "그 돈이면 우리 의료보험을"

할리우드 노조 '일자리 뺏길까' 우려
사진=한경DB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인공지능(AI) 관련 제품 관리자를 12억원에 달하는 고액 연봉으로 공개 채용하려고 하자 할리우드 배우들이 "35명의 배우들이 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액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넷플릭스에 따르면 이 회사는 최근 '머신 러닝 부문 제품 관리자' 구인 공고를 자사의 채용 사이트에 게시했다. 넷플릭스는 "머신 러닝 플랫폼(MLP)은 AI 실무자들이 관련 모델을 쉽게 개발, 배포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며 "넷플릭스는 MLP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제품 관리 역할을 신설한다"고 밝혔다.넷플릭스는 이 분야 직책의 연봉 범위가 30만∼90만달러(3억8000만∼11억6000만원)라면서 "이런 범위는 총보수를 기준으로 하며, 이는 넷플릭스의 보상 철학과 일치한다"고 제시했다. 이같은 공고 내용은 넷플릭스가 향후 AI 관련 콘텐츠 제작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시사하는 데다 최대 90만달러에 달하는 고액 연봉이 제시돼 현재 파업 중인 할리우드 배우·작가들의 원성을 샀다.

넷플릭스 시리즈 '블랙 미러'에 출연했던 배우 롭 델라니는 "1년에 90만달러 수입이면 35명의 배우와 그 가족이 배우·방송인노동조합(SAG-AFTRA)의 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며 "AI 부서의 1명에게 그 정도 금액을 준다는 게 끔찍하다"고 온라인매체 인터셉트에 말했다. 드라마 작가인 엘리자베스 벤저민도 소셜미디어에 "배우들의 AI 우려에 맞서 넷플릭스는 고액 연봉의 AI 채용을 올렸다"며 "이걸 보니 속이 뒤집어진다"고 썼다.

할리우드 양대 노조인 미 작가조합(WGA)과 배우·방송인노동조합(SAG-AFTRA)은 대기업 스튜디오를 대표하는 영화·TV제작자연맹(AMPTP)에 맞서 동반 파업을 벌이고 있다. 노사 간의 주요 쟁점 중 하나는 업계의 AI 활용에 따른 배우·작가들의 권리 침해 문제다. 배우들은 스튜디오가 자기 얼굴 이미지나 목소리를 가져다가 AI에 학습시킨 뒤 배우에게 보상하지 않고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작가들은 스튜디오가 챗GPT 같은 대형 언어 모델(LLM)을 이용해 대본을 써내면서 배우들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걱정한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