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골프' 홍준표 중징계…'가우디 투어' 강기정은?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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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폭탄'으로 전국 곳곳이 수해 피해를 입으면서 정치인들이 '말 조심', '행동 조심'에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5대 광역시 시장 중 두 명이나 부적절한 언행으로 논란이 됐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강기정 광주시장의 얘기다.
홍 시장은 5선 국회의원에 당 대표, 대선 후보까지 지낸 무게감이 있는 정치인이다. 강 시장도 3선 국회의원을 지내고, 문재인 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역임해 체급이 크다. 그렇기에 이들을 향한 국민들의 평가 기준은 더욱 엄격했다.
엄연히 주말 일정이었고, 재난대응 메뉴얼에 위배되는 일도 없었지만, 대구가 아닌 다른 지역은 큰 수해 피해를 입는 상황이었다. 이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부적절하고 경솔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지적이 나오자 홍 시장은 "잘못이 없다"며 오히려 큰소리를 치다, 결국 사흘 만에 고개를 숙였다. 이후 수해 복구 봉사에 나서기도 했다. '골프를 쳤다'는 것 자체보다 이후의 대응이 화를 불렀다는 평가가 많다. 홍 시장은 국민의힘 중앙당 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10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징계 수위에 대해서 당내에서도 '과하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엄중한 처벌이었다. '징계 수위가 적절했나'의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홍 시장의 '수해 골프'가 문제가 되자 신속하게 윤리위원회에 회부해 결론을 내렸다는 점에서 여당이 '자정 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덕분에 강 시장은 여전히 별 탈 없이 유럽 출장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논란을 일축한 '솜씨'에 정치권에서는 강 시장을 비롯한 민주당 측의 대응이 '노련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문제를 문제라고 해야 문제인 것'인데, 민주당이 문제를 지적하지 않으면서 논란이 일축됐다는 것이다. 다만 광주 내에서는 강 시장을 향해 '원성'의 목소리가 계속해 나왔다. 전국 민주노동조합총연맹 광주본부는 지난 27일 성명을 내고 "강 시장은 광주에 기록적 폭우가 예고되고 피해가 이어진 지난 22일 10박12일 유럽 순방길에 올랐다"며 즉시 귀국을 요청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시 재난안전대책본부는 같은 날 오전 5시·비상 3단계를 발령, 전 직원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총괄 책임을 져야 하는 본부장인 강 시장은 '시민들은 나몰라라' 광주를 비우고 해외로 출장을 간 것"이라며 "강 시장은 개최가 이미 확정된 세계양궁선수권대회 홍보 핑계를 대며 떠난 외유성 유럽 출장을 중단, 즉시 귀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해 정국에서 '궁평2지하차도'를 끌어온 막말로 비판을 받은 김의겸 민주당 의원이나, '수해 속 유럽 출장' 논란 강기정 의원에 대해선 일언반구 없이 타당의 징계 결정에 대해 비판을 한 것이라,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지점이다.
정치권에서는 단기적으로는 홍 시장이 '골프 논란'으로 더 큰 타격을 입었지만, 장기적으로는 민주당의 도덕성에 더 큰 흠결을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내 정화능력'에서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한경닷컴과 통화에서 "도덕적 부분에 있어서 민주당이 뻔뻔하고 파렴치한 모습을 보인 반면 국민의힘은 자기 정화 능력이 있음을 증명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장 소장은 "권력이 없는 야당은 도덕적 명분이 있어야 국민의 지지와 성원을 받는다"며 "그런데 민주당의 이런 모습, 여당은 공격하고 자신들의 허물은 감추는 모습은 국민들에게 실망을 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이런 게 쌓여서 민주당은 대안 세력으로서는 부족하다는 판단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홍 시장은 5선 국회의원에 당 대표, 대선 후보까지 지낸 무게감이 있는 정치인이다. 강 시장도 3선 국회의원을 지내고, 문재인 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역임해 체급이 크다. 그렇기에 이들을 향한 국민들의 평가 기준은 더욱 엄격했다.
◆與, '비상 2단계' 대구서 주말 골프 친 홍준표에 '속전속결' 징계
홍 시장의 경우, 지난 15일 전국 수해 우려 속에 약 1시간가량 골프를 친 것이 문제가 됐다. 홍 시장이 골프를 치기 시작하던 오전, 대구에는 비가 오지 않았다. 홍 시장은 오전 10시께 신천 물놀이장 개장식에 참여한 뒤 골프장으로 이동했다 빗줄기가 거세지자 철수했다. 당시 대구시는 여름철 자연재난 종합대책에 따라 비상 2단계 체제로 상황을 관리하고 있었다.엄연히 주말 일정이었고, 재난대응 메뉴얼에 위배되는 일도 없었지만, 대구가 아닌 다른 지역은 큰 수해 피해를 입는 상황이었다. 이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부적절하고 경솔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지적이 나오자 홍 시장은 "잘못이 없다"며 오히려 큰소리를 치다, 결국 사흘 만에 고개를 숙였다. 이후 수해 복구 봉사에 나서기도 했다. '골프를 쳤다'는 것 자체보다 이후의 대응이 화를 불렀다는 평가가 많다. 홍 시장은 국민의힘 중앙당 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10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징계 수위에 대해서 당내에서도 '과하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엄중한 처벌이었다. '징계 수위가 적절했나'의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홍 시장의 '수해 골프'가 문제가 되자 신속하게 윤리위원회에 회부해 결론을 내렸다는 점에서 여당이 '자정 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野, '비상 3단계'인 광주서 '유럽 문화탐방' 떠난 강기정에 '묵묵부답'
강기정 시장의 경우, 비상 3단계 소집으로 광주시 공무원 전원이 비상근무를 하는 상황에서 10박 12일의 유럽 출장을 떠나 눈총을 맞았다. 특히 광주에 폭우가 쏟아지며 각종 호우 관련 신고가 접수되던 23일 오후, 강 시장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도시 건축물 탐방'을 명목으로 가우디 건축물 투어에 나섰다는 의혹을 샀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 25일 한경닷컴의 보도([단독] 강기정, 광주 폭우 피해 속출할 때 '가우디 관광' 의혹)로 알려졌다. 가우디 건축물 투어는 바르셀로나를 찾는 관광객들의 전형적인 관광 코스다. 강 시장은 홍 시장과 달리, 쏟아지는 비판 보도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그는 다만 "강 시장이 유럽 출장 중 집중호우 대책을 점검했다"는 등의 보도자료를 냈다. 홍 시장의 골프 논란 이후 '진상 조사'를 지시했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달리, 민주당 지도부 역시 강 시장의 출장 논란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덕분에 강 시장은 여전히 별 탈 없이 유럽 출장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논란을 일축한 '솜씨'에 정치권에서는 강 시장을 비롯한 민주당 측의 대응이 '노련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문제를 문제라고 해야 문제인 것'인데, 민주당이 문제를 지적하지 않으면서 논란이 일축됐다는 것이다. 다만 광주 내에서는 강 시장을 향해 '원성'의 목소리가 계속해 나왔다. 전국 민주노동조합총연맹 광주본부는 지난 27일 성명을 내고 "강 시장은 광주에 기록적 폭우가 예고되고 피해가 이어진 지난 22일 10박12일 유럽 순방길에 올랐다"며 즉시 귀국을 요청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시 재난안전대책본부는 같은 날 오전 5시·비상 3단계를 발령, 전 직원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총괄 책임을 져야 하는 본부장인 강 시장은 '시민들은 나몰라라' 광주를 비우고 해외로 출장을 간 것"이라며 "강 시장은 개최가 이미 확정된 세계양궁선수권대회 홍보 핑계를 대며 떠난 외유성 유럽 출장을 중단, 즉시 귀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김의겸·강기정 일언반구 없이 "洪 징계는 갈라치기" 비판
한편,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홍 시장에게 중징계를 내린 것을 되레 비판하기까지 했다. 민주당은 홍 시장에 대한 징계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면서,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징계하지 않고 홍 시장만 징계하는 것은 "갈라치기"라고 주장했다.수해 정국에서 '궁평2지하차도'를 끌어온 막말로 비판을 받은 김의겸 민주당 의원이나, '수해 속 유럽 출장' 논란 강기정 의원에 대해선 일언반구 없이 타당의 징계 결정에 대해 비판을 한 것이라,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지점이다.
정치권에서는 단기적으로는 홍 시장이 '골프 논란'으로 더 큰 타격을 입었지만, 장기적으로는 민주당의 도덕성에 더 큰 흠결을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내 정화능력'에서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한경닷컴과 통화에서 "도덕적 부분에 있어서 민주당이 뻔뻔하고 파렴치한 모습을 보인 반면 국민의힘은 자기 정화 능력이 있음을 증명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장 소장은 "권력이 없는 야당은 도덕적 명분이 있어야 국민의 지지와 성원을 받는다"며 "그런데 민주당의 이런 모습, 여당은 공격하고 자신들의 허물은 감추는 모습은 국민들에게 실망을 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이런 게 쌓여서 민주당은 대안 세력으로서는 부족하다는 판단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