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株 중 저평가"…추락하던 주가, 95% '껑충' 뛰었다 [신현아의 IPO그후]

'세계 2위 분리막' WCP, 주가 부진하다가 95% 급등한 이유

더블유씨피, 작년 상장 후 부진했지만
올 들어 주가 반등…"이차전지 중 저평가 종목"
더블유씨피 충주 본사 및 공장.
작년 하반기 '조단위'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주목받은 더블유씨피(WCP).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미국발 긴축에 공모주 시장이 한껏 위축됐을 당시 때마침 상장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그랬던 더블유씨피는 올해 이차전지 열풍에 주가가 힘을 받기 시작했다. 증권가에서는 다른 이차전지 소재주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고 평가한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과 함께 저가 전략을 내세운 중국 경쟁사의 점유율 확대에 제동이 걸린 가운데 해외공장 증설과 고객사 다변화로 더블유씨피의 실적이 가파르게 늘 것으로 전망돼서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더블유씨피는 전날 7만8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이차전지 급등 흐름 속 지난 26일 장중 8만7500원까지 올라 상장 후 최고점을 기록했다. 그러다 최근 주가 과열 양상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에 주가 조정이 이뤄지면서 다시 7만원대로 내려왔다. 시가총액은 2조6520억원으로 코스닥 시장에서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상장 후 25% 급락한 주가

더블유씨피는 작년 9월 30일 상장했다. 상장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글로벌 긴축 여파에 공모주 시장 내 자금경색이 심화했을 때마침 상장을 추진하면서다. 코스닥 시장에서 유일한 조단위 IPO로 공모 시장의 기대감을 한 몸에 받았지만, 고평가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위축된 시장을 고려했을 때 다른 이차전지 경쟁사들과 비교해 공모가가 높게 책정됐단 지적이 나왔다. 비교기업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주가 부진도 발목을 잡았다.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리스크도 불거졌다.

그렇게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두면서 회사는 공모가를 희망밴드(8만~10만원)보다 한참 낮은 6만원으로 확정했다. 공모가를 대폭 낮췄지만, 일반 청약에서도 흥행에 참패했다. 상장 첫날 주가도 급락했다. 주가는 시초가(5만4000원) 대비 22.8% 급락 마감했다. 당초 시초가도 공모가 대비 10% 낮은 가격에 결정됐는데 이보다 더 하락한 것이다.
이후에도 주가는 좀처럼 반등하지 못했다. 상장 후 지난해 12월 29일까지 더블유피씨는 25.3% 하락했다. 이 기간 코스닥 상승률(0.63%)을 대폭 밑돌았다. 작년까지 한 번도 주가가 공모가를 넘어선 적이 없었다. 금리 급등에 전방산업인 전기차의 단기적인 수요 침체가 발생할 것이란 전망이 악재로 작용했다. 세계 1위 분리막 업체이자 경쟁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실적 악화에 따른 주가 부진도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줬다.

그러다 반등하기 시작한 건 올 초부터다. 더블유씨피는 연초 이후 전날까지 95%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닥 수익률(34.5%)을 훨씬 뛰어넘었다. 에코프로·비엠을 주축으로 한 이차전지 랠리에 상승 탄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기간 시가총액은 1조3950억원에서 2조6520억원으로 반년 만에 약 1조3000억원 불었다.

호실적도 주가 상승을 뒷받침했다. 올 1분기 더블유씨피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배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751억원으로 37% 증가했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분기 비수기에도 21% 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차전지 소재주 중 저평가"

증권가에선 아직 이 정도 상승폭으론 만족하기 이르다고 평가했다. 다른 이차전지 소재주 중에서 상대적으로 주가 상승세가 크지 않았던 만큼 저평가돼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은 32.64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73배다. 유사업종의 PER은 62.97배로 집계됐다. 올 들어 더블유씨피가 95% 상승할 때, 이차전지 소재주로 분류되는 에코프로비엠은 342.5%, 포스코퓨처엠은 183% 급등했다. 분리막 세계 1위이자 경쟁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92.9% 올랐다.

IRA 시행에 따른 수주 확대 기대감도 크다. 작년 8월 제정된 IRA의 시행으로 미국 현지에서 생산된 분리막을 사용한 배터리에 한해서만 전기차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IRA가 배터리 부품·소재에 대해 중국 업체의 미국 시장 진입을 제한하는 만큼 저가 공세를 펼치는 중국 경쟁업체보다 우위에 설 수 있단 점이 호재로 인식됐다.
이 때문에 회사는 북미 지역 공장 설립을 검토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북미 중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에 공장을 설립할지 현재 논의 중"이라며 "이르면 올해 말 가시화돼, 내년 착공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회사는 이미 유럽판 IRA인 핵심원자재법(CRMA) 대응해 헝가리에 공장을 짓고 있으며, 내년부터 양산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구성중 DS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분리막 기업에 대한 북미 지역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 연구원은 "그간 2차전지 소재로 저평가됐던 이유는 중국 경쟁사들의 공급 확대, 단가 인하, 제한된 기술로드맵이었다"면서도 "IRA로 중국 분리막 기업들의 북미 진출에 제약이 걸리면서 국내외 셀제조사·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들의 분리막 소싱 니즈가 커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미국 공장 설립 시 고객사 다변화도 점쳐진다. 현재 더블유씨피의 주력 고객사는 삼성SDI다. 그도 그럴 것이 창업진 대부분이 삼성SDI 출신이다. 회사는 삼성SDI의 배터리 젠5 등에 분리막을 공급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엔 소형 배터리용 분리막을 납품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자사의 분리막 제품이 현재 신규 고객사 제품에 적용 가능한지 승인 과정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구 연구원은 "IRA·CRMA 등 주요 지역의 규제 등으로 고객사들의 소싱 다변화도 감지되는 만큼 더블유씨피에 직접적인 수혜가 기대된다"며 "회사의 전략은 선수주 후증설이며, 2023년 하반기~2024년에 걸친 신규 고객사향 공급계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애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내 주요 증권사 5곳이 추정한 2023년 더블유씨피의 연간 영업이익 평균치는 696억원, 매출은 3199억원으로 전년 대비 영업이익, 매출 각각 20%, 24.23%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영업이익률은 약 22%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