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산다]-21 '초등생 아이 셋 데리고 해남행' 최진아 가족

작은학교 살리기 동참…'지방 살기'가 '지방 살리기'로 업그레이드

[※ 편집자 주 = 서울과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 인생의 꿈을 일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주위에서는 모두 서울로 서울로를 외칠 때, 고향을 찾아 돌아오는 이가 있는가 하면, 그저 자기가 사는 동네가 좋아 그곳에서 터전을 일구는 이들도 있습니다.

힘들 때도 있지만, 지금 이곳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하루하루를 만들어갑니다.

'친구 따라 강남 가지 않고' 자신이 발을 딛고 서 있는 곳에서 꿈을 설계하고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이들의 삶을 연합뉴스가 연중 기획으로 소개합니다. ]
"엘리베이터 광고에 전남 해남의 작은학교 살리기가 소개되는데, 어느 순간 더 늦기 전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서울 토박이인 42세 동갑내기 오상용·최진아씨 가족은 6개월 전 전남 해남으로 이주했다. 부부를 포함해 4명의 아이까지 함께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아이들이 부부의 해남행을 이끌었다고 할 수 있다.

초등학교 2, 4, 5학년의 세 아이는 전학을 위해 여러 학교를 방문해보고, 현산남초등학교를 직접 선택했다. 전교생이 8명이던 현산남초등학교는 이들이 전학해 오면서 11명으로 학생 수가 늘어났다.
작은 학교인 만큼 학생 한명 한명의 성향을 고려한 눈높이 교육과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가득하다.

학원도 과외도 없지만 아이들의 학업 수준은 오히려 높아졌다고 이 부부는 말했다.

"서울의 지인들에게도 꼭 농촌 유학을 경험해 보라고 권한다"는 오씨는 "아이들이 달라지고 가족이 달라지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여행작가이자 파워블로거인 남편 오상용씨는 직업상 2주에 한 번 서울에 오가야 하는 일정이 있지만 현재의 생활이 어느 때보다 즐겁다며 해남 농촌유학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미취학 아동인 막내가 주변에 어린이집이 없어 온종일 집에서 지내야 한다는 점이다.

오씨는 "꼭 필요한 어린이 시설이나 관련 기관들은 이용 인구가 줄어도 남겨둔다면 우리 가족처럼 어린아이가 있는 가구들이 다시 농촌으로 돌아오는 데 보탬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는 기반은 인구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큰 시작이 될 것 같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온 동네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는 네 살 막내 동현이까지.
이 가족 덕분에 현산면에서도 외진 마을에 속하는 봉동마을에 모처럼 시끌벅적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쳐난다.

오씨 가족의 '지방 살기' 선택은 해남군의 작은학교 살리기 캠페인으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다.

작은학교 살리기 캠페인은 학교가 무너지면 지역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주민들이 직접 나서 도시민을 유입하고 농촌마을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시작했다.

주민들이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서울에서 학생모심 행사까지 열면서 해남의 작은학교 살리기는 전국적인 이슈로 떠올랐고 도시민 유치라는 성과까지 거뒀다.

'아이들의 지방살기'가 '온가족 지방살기'로 이어지면서 작은학교 살리기를 통해 43가구 161명의 가족이 해남으로 아예 이주해 지방 생활을 하고 있다.

도시민 입장에서는 '지방 살기'가 마을 주민입장에서는 '지방 살리기'로 연결돼 시너지를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해남군 관계자는 "교육·주거·일자리 등이 연계되지 않고서는 도시민 유치 사업은 성공할 수 없다"며 "지방에 살기로 결심한 그리고 살고 있는 도시민들을 위해 다양한 민관학 협업으로 지역 상생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