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수영연맹 회장 "물로 둘러싸인 한국, 더 큰 성과 낼 것"

8년 임기 시작 앞둔 알 무살람 회장, 연합뉴스와 인터뷰
향후 러시아·벨라루스 선수 대회 참가 여부는 "선수 여론 수렴할 것"
후세인 알 무살람(63) 국제수영연맹 회장은 '물'과는 거리가 있을 것 같은 쿠웨이트 출신이다. 어릴 적 수구 선수로 활동하다가 비행기 기장으로 전 세계를 누볐던 그는 올림픽 아시아 평의회(OCA)를 통해 스포츠 행정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2023 국제수영연맹 세계선수권대회가 한창인 지난 25일 연맹 총회에서는 8년 임기의 회장직을 재신임받아 2031년까지 연맹을 이끌게 됐다.

알 무살람 회장은 2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후쿠오카 세계선수권대회는 2년 늦춰졌음에도 원활하게 진행돼 기쁘다. 모든 분야에서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스페인이 아티스틱 스위밍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따는 등 여러 국가에 (메달) 기회가 돌아가고 있다.

우리의 프로그램이 잘 돌아가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자평했다.
2년 전 '4년 임기' 새 회장에 당선됐던 알 무살람은 임기가 2년 남은 가운데 재신임을 받았고, 2031년 만료하는 8년 임기가 끝나기 전에 재신임을 받아 최대 4년 더 회장 자리를 지킬 수 있다. 알 무살람 회장은 "처음 임기를 시작하고 2년 동안 많은 것을 바꿨다.

앞으로 8년은 세계 수영계의 요구에 따라 다음 세대를 위한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할 것이다.

다음 세대에 필요한 것이 어떤 게 될지 알 수 없으니 우리는 이를 앞서가서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 무살람 회장이 취임한 뒤 국제수영연맹은 프랑스어 'Federation Internationale de Natation'의 머리글자 'FINA'를 연맹 명칭으로 써오다가 올해부터 '월드 아쿠아틱스(World Aquatics)'로 변경했다.

프랑스어로 'Natation'은 물에서 속력을 겨루는 '경영(競泳)'을 의미한다.

알 무살람 회장은 "처음 연맹이 출범했을 때는 오로지 경영만 다뤘다.

그렇지만 이제는 경영이 전부는 아니다.

수구, 다이빙, 하이다이빙, 아티스틱 스위밍, 오픈 워터 등 6개의 스포츠가 있다.

이들을 하나로 묶을 이름이 필요해서 '아쿠아틱스'를 내세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총회에서 국제수영연맹은 스위스 로잔을 떠나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본부를 이전하는 안을 승인했다.

국제수영연맹은 1908년 영국 런던에서 설립한 뒤 1986년 스위스 로잔으로 옮겼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가 있는 로잔을 떠나는 이유로 알 무살람 회장은 "연맹의 재정 안정성이 이유다.

연간 1천만 달러(약 128억원)를 절약할 수 있어서"라고 답했다.

헝가리 정부와 부다페스트시는 국제수영연맹을 위해 본부 부지를 15년 동안 무상으로 제공하고, 세금 혜택까지 제공한다.

알 무살람 회장은 "부다페스트 본부에는 사무실뿐만 아니라 선수 연습장 등을 구비했다.

인건비가 스위스보다 저렴한 편이라 선수 편의를 위한 직원을 더 고용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번 후쿠오카 대회에서 한국 수영은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황선우(강원도청)가 한국 선수로는 사상 첫 롱코스(50m) 세계선수권대회 2회 연속 메달을 땄고, 자유형 200m 결승에는 황선우와 이호준(대구광역시청)까지 2명의 선수가 출발대에 섰다.
알 무사 회장은 "한국 수영은 더 발전할 수 있다.

역사와 기반 시설, 인적 자원까지 모두 갖췄다.

한국은 물로 둘러싸인 나라라 더 큰 성과를 낼 잠재력이 있다"고 기대했다.

이어 우수 선수를 육성하기 위한 대한수영연맹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두고 "최근 새로운 세대 발굴에 성공한 덕분에 세계 최고 수준으로 성장했다.

세계수영연맹 회장으로서 한국 수영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그리고 벨라루스는 이번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이 금지됐다.

당장 7개월 후인 내년 2월 카타르 도하에서 다시 세계선수권대회 개최를 앞둔 알 무살람 회장은 "우리는 전쟁을 비난한다.

고국을 잃은 우크라이나 선수를 지원한다"면서도 "전쟁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젊은 선수들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국제 대회 복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의견을 수렴하려 한다. 이번 대회가 끝나면 선수들로부터 여론 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분석해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