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민 "제가 조인성 형을 이겨먹으려 한 게 아닙니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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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밀수' 장도리 역 배우 박정민

저의 30대 초반을 생각해보면, 참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뭔가 심각한 일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마음고생을 했어요. 누군가 '행복이 최고야'라고 하면, 염세적으로 '잘돼야 행복하지'라고 했는데, 지금 저의 가장 큰 관심사는 제 마음의 평안이에요. 마음이 편해지니 일이 너무 재밌어요."
박정민은 차근차근 성장한 배우다. 지역에서 공부 잘한다는 아이들만 진학한다는 고등학교를 나와 명문대에 입학했지만, 배우가 되기 위해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에 진학했고, 이후 다시 전과해 연기과에 진학했다. 2011년 독립영화 돌풍을 일으킨 영화 '파수꾼'의 주인공으로 단숨에 주목받았고, 2016년 영화 '동주'의 송몽규 열사 역을 맡아 배우로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박정민이었다. 이후 '그것만이 내 세상', '사바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넷플릭스 '지옥'까지 어떤, 작품, 어떤 캐릭터도 완벽하게 소화한다는 평을 받았다.
영화 '밀수'에서도 박정민은 제 몫을 해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그런 박정민이 '밀수' 홍보를 위해 진행한 인터뷰에서 내놓은 의외의 고백은 눈길을 끌었다. 더욱이 박정민은 배우 활동하면서도 책을 쓰고, 책방을 운영할 뿐 아니라 '침착맨'과 '곽튜뷰' 등 유명 유튜버들과 친분을 유지할 정도로 소탈한 매력의 소유자로 알려졌다. 여기에 손석구, 최희서, 이제훈 등과 함께한 숏필름 프로젝트 '언프레임드'에서 '반장선거'의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연출까지 했는데, 이 작품은 2021년 부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을 받기도 했다.'밀수'는 먹고 살기 위해 바다에서 밀수품을 건져 올려야 했던 해녀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박정민이 연기한 장도리는 열정은 넘치지만, 능력은 없고, 순박하기만 하던 뱃사공에서 잔혹하게 흑화하는 반전의 주인공이다. 구박도, 사랑도 많이 받던 막내에서 해녀 누님들의 등골을 빼 먹으며 부를 축적하는 비호감 캐릭터이지만, 이를 유쾌하고 코믹하게 살려내며 박정민의 능력을 입증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류승완 감독은 연출자로 데뷔했을 초기 친동생인 배우 류승범을 자기 작품에 여러 번 등장시켰고, 몇몇은 '밀수'의 장도리를 보며 "류승범이 연기했을 캐릭터"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류승범과는 영화 '타짜:원 아이드 잭'에서 호흡한 경험이 있는 박정민은 "저도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그 생각이 나서 '절대 생각하면 안 되겠다' 마음먹었다"며 "괜히 잘못 따라 했다 '비교만 당하지' 싶었다"며 솔직하게 고민했던 부분을 전했다. 그러면서 오래전부터 류승완 감독과 류승범의 팬이었다고 전했다."제가 워낙 감독님 영화를 좋아했어요. 그 대사와 캐릭터들도 좋고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아라한장풍대작전', '다찌마와리', '부당거래' 같이 특유의 넉살과 뉘앙스가 주는 느낌이 좋아요. 뾰족한데 돌려서 때리는 느낌의 대사들이요. 그래서 많이 보고 따라 했어요."
체중을 10kg 이상 증량하고, 구레나룻에 화려한 패션으로 비호감으로 보이길 각오한 겉모습에도 "감독님이 이런 모습을 원하셔서 감사했다"면서 무한 긍정의 모습을 보였다.
"저는 인성이 형 뒤에 나올 제 얼굴이 '어떻게 해야 하나'만 걱정했던 거 같아요. 그 장면이 저에겐 특히 어려웠는데, 다행히 (김)혜수 선배님이 바들바들 떨면서 연기를 다 해주시니까, 자연스럽게 흑화된 장도리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제가 인성이 형을 이겨 먹으려 한 게 아닙니다. 감독님의 의도에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