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할리우드 침공에 인간의 반격… 에미상도 연기 결정

美 작가·배우 노조, 63년 만에 동반파업
에미상 일정 연기...9.11 테러 후 처음
'듄 2'·'더 마블스' 등 개봉 연기도 검토
지난해 '제74회 에미상 어워즈'에서 시상자로 나선 배우 이정재와 정호연. /AP

63년 만에 들고 일어난 '작가·배우 동반파업'에 미국 할리우드가 들썩이고 있다. 미국 최고 권위의 TV 시상식 에미상이 연기되는가하면, 마블 등 굵직한 대작들의 개봉도 미뤄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중문화 전문매체 버라이어티 등에 따르면 오는 9월 18일 열릴 예정이었던 '제75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어워즈'의 일정이 연기됐다. 미국 TV예술과학아카데미(ATAS)가 주관하는 에미상은 '방송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미국 최고 권위의 TV 시상식이다. 에미상이 연기된 건 2001년 9·11 테러 이후 처음이다. 할리우드 양대 노조인 미국작가조합(WGA)과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의 동반파업 때문이다. 지난 5월 WGA는 "영화·드라마 제작 과정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하면 작가들이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반발하며 파업을 시작했다. 이달부터는 SAG-AFTRA도 총파업에 돌입했다. 두 노조가 함께 파업한 건 1960년 이후 63년 만이다.
파업의 후폭풍을 겪고 있는 건 에미상 뿐만이 아니다. 최근 버라이어티는 워너브라더스가 영화 '듄: 파트 2'의 개봉일을 올해 11월에서 내년으로 미루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버라이어티는 "파업의 여파로 올 하반기 개봉 예정인 마블의 '더 마블스', '헝거게임' 시리즈 속편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도 개봉일이 미뤄질 수 있다"고 했다.

스타 배우들 역시 파업을 지지하고 있다. 미국에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바비'의 주연 마고 로비는 파업 동참을 위해 다음달 2일 예정돼있었던 일본 현지 홍보 행사에 불참하기로 했다. '미션 임파서블 7'의 톰 크루즈도 같은 이유로 일본 현지 행사에 불참했다.
노조 파업은 쉽게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넷플릭스가 고액 연봉의 AI 전문가 채용 공고를 올리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어서다. SAG-AFTRA 소속의 영화배우 프란 드레셔는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강요된 비즈니스 모델로 인해 우리들은 생계에서 밀려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