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장형 건물 대신 랜드마크 지었더니…부산 대표 관광지 돼"

류제학 피아크 대표 인터뷰
피아크, 아르떼뮤지엄도 유치
부산 영도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피아크' 전경./ 피아크 제공
“뜨는 관광지도 좋은 콘텐츠만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편의성이 뒷받침돼야 해요.”

부산 영도의 대표적 ‘핫플’ 피아크를 조성한 류제학 제일그룹 대표는 “영도에도 태종대, 흰여울문화마을, 해양박물관 등 관광 콘텐츠가 없지 않지만 지금까지 그걸 뒷받침해줄 주차 시설과 식당 등 편의시설이 턱없이 부족했다”고 30일 말했다.류 대표는 1990년 창업된 조선 수리업체 제일그룹의 류인석 창업주 아들이다. 영도에서 태어나 초·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한국해양대)까지 모두 이곳에서 나왔다. 영도 토박이로서 영도 관광의 발전 가능성을 일찌감치 예상하고 2021년 피아크를 지었다. 류 대표는 “지금의 부지로 공장동과 사무동을 이전한 뒤 옥상에서 바라본 풍경이 너무 예뻐 복합문화공간을 짓겠다고 결심했다”며 “선박업 출신인 만큼 배 모양으로 지어 지역을 상징하는 건물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부산 영도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피아크' 전경./ 피아크 제공
피아크는 멀리서 보면 거대한 크루즈선 형태를 띠고 있다. 선실에 해당하는 곳은 카페와 복합문화공간, 갑판 부분은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마당으로 구성했다. 화물을 싣는 공간에 넓은 주차장을 만들어 편의성을 높였다.

류 대표는 “경제성만 놓고 보면 닭장 같은 건물이 더 나았겠지만 그런 건물은 생명력이 짧다”며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처럼 항구의 돌출된 자리인 만큼 랜드마크형 건물을 짓고 싶었다”고 말했다. 피아크는 지난 6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코리아유니크베뉴’로 선정됐다. 독특한 특색을 갖추고 있고 시설과 접근성 등이 마이스(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행사 개최에 적합한 곳이란 뜻에서다. 피아크는 현재 진행 중인 데이비드 호크니전(展) 등 다양한 미술 전시도 유치하고 있다. 오는 9월 추석 연휴를 전후해선 ‘행복의 화가’로 알려진 에바 알머슨전(展)도 진행한다. 류 대표는 “말만 복합문화공간이 아니라 진정한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도록 다양한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며 “어느 관광지든 문화 콘텐츠가 풍부해야 체류 시간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류제학 피아크 대표
피아크 옆 공장 부지엔 미디어아트 상설전시관 ‘아르떼뮤지엄 부산’도 유치했다. 올 하반기부터 5950㎡에 규모의 미디어아트 전시관과 2314㎡의 관광형 건물이 순차적으로 들어선다. 아르떼뮤지엄 제주의 경우 지난 2020년 개관 이래 누적 입장객이 200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는 향후 영도의 발전 가능성은 높다고 봤다. 류 대표는 “영도는 부산 도심과의 접근성이 뛰어나면서도 동시에 자연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이라며 “개발 포화 상태에 이른 해운대와 광안리와 비교해 차후에 관광지로 개발될 여지도 크다”고 말했다. 이어 “잠깐 지나치는 관광지가 돼서는 지역 경제에 보탬이 안 된다”며 “문화와 관광을 결합한 시너지를 키워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