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플레이션 시대…'디지털 품위유지비' 月 3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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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애플·스포티파이 이어구독 형태로 제공하는 인터넷 서비스 요금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유튜브는 미국에서 광고 없이 시청이 가능한 서비스 요금을 최대 19% 인상했다. 넷플릭스도 광고 없이 시청하는 서비스의 최저가를 55% 높였다. 업계에서는 ‘디지털 품위 유지비’ 월 30만원 시대가 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10만원 안팎인 5세대(5G) 통신요금에 디지털 소통을 위한 서비스를 이것저것 구독하다 보면 30만원에 육박한다는 계산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세계 구독형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2021년 729억1000만달러(약 93조원)에서 2026년 9042억달러(약 1155조원)로 5년 만에 12배 급증할 전망이다.
유튜브도 인상 대열 가세
넷플릭스는 중간 요금 없애기도
MS 생성AI 서비스도 고가 책정
"한국 구독 서비스도 오를 것"
유튜브가 촉발한 ‘구독 플레이션’
30일 업계에 따르면 유튜브는 미국에서 프리미엄 서비스의 월간 구독료(안드로이드 기준)를 11.99달러에서 13.99달러(약 1만7900원)로 지난 20일 올렸다. 유튜브가 2015년 처음 내놓은 구독 상품인 ‘유튜브 레드’(9.99달러)와 비교하면 40%가량 비싸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의 미국 물가상승률(23%)보다 인상 폭이 크다. iOS 기기의 프리미엄 구독료는 15.99달러(약 2만400원)에서 18.99달러(약 2만4200원)로 19% 올린다.다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도 미국 내 구독료를 높이고 있다. 넷플릭스는 월 9.99달러(약 1만2800원)에 광고 없이 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인 ‘베이식’의 가입을 지난 19일부터 제한했다. 신규 가입자는 달마다 6.99달러(약 8900원)를 내고 광고를 강제로 봐야 하는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15.49달러(약 1만9800원)를 주고 스탠더드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스탠더드는 베이식보다 55% 비싸지만 화질이 좋고 이용 가능 인원도 1명이 아니라 2명이다.
디즈니플러스는 지난해 12월 상품을 이원화했다. 월 7.99달러(1만200원) 상품은 광고를 봐야 한다. 광고를 없애려면 10.99달러(약 1만4000원)를 주고 프리미엄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애플TV 플러스도 지난해 10월 4.99달러(약 6400원)에서 6.99달러(약 8900원)로 가격을 40% 올렸다. 음원 플랫폼인 스포티파이 역시 10년 만에 월간 요금을 9.99달러에서 10.99달러로 올리기로 결정하며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업계에서는 한국에서도 머지않아 OTT 구독료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유튜브의 국내 가격 인상은 2020년이 마지막이다. 넷플릭스는 2021년 11월 스탠더드·프리미엄 서비스 구독료를 인상했지만, 베이식(월 9500원) 가격은 당시 올리지 않았다. 미국과 달리 지금도 베이식 가입을 받고 있다. 하지만 웹에서 ‘모든 멤버십 확인하기’ 버튼을 눌러야 베이식을 구독할 수 있도록 꼼수를 썼다.
온라인 구독 시장 급성장
부담스러운 것은 OTT 구독료만이 아니다. 이미 상당수 소비자가 OTT뿐만 아니라 쿠팡, 네이버 등이 제공하는 커머스 서비스 구독 상품을 이용 중이다. 클라우드 서비스, 오피스 프로그램, 게임 패스, 온라인 강의 등의 구독 상품과 통신비, 단말기 할부금 등을 포함하면 ‘디지털 품위 유지비’로 지출되는 금액이 상당하다는 설명이다.최근 빠르게 대중화하는 생성 인공지능(AI) 서비스 역시 구독 형태로 공급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18일 기업용 ‘MS 365 코파일럿’ 이용료를 1인당 월 30달러로 책정했다. 이 서비스는 워드, 액셀, 파워포인트 등 마이크로소프트의 사무용 소프트웨어에 생성 AI 기능을 월간 구독 형태로 결합한 것이다. 기존 ‘MS 365’의 스탠더드 요금(12.5달러)과 비교하면 구독료가 두 배 이상 비싸다. 대안으로 오픈AI의 ‘챗GPT 플러스’를 이용하더라도 월 20달러(약 2만5600원)를 지급해야 한다.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은 “구독 서비스에 AI 기술이 추가되면서 구독료가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2~3년 내에 업종별로 구독 서비스 가격 인상이 잇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