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임원이 연대보증까지 서야하나"…곳곳서 갈등

재건축 길잡이

관행이 된 연대보증
거부 조합 늘며 시끌

서울시 표준계약서에
연대보증이 필수 아냐
정부의 규제 완화에 힘입어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에 나선 노후 단지가 최근 ‘연대보증’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시공사로부터 조합 운영을 위한 사업비를 받기 위해선 조합 임원이 보증을 서야 한다”는 요구를 받은 조합이 적지 않다. 관행처럼 이어지는 연대보증 요구를 받아들인 조합도 있지만 이를 거부하며 갈등이 커진 조합도 늘어나는 추세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광진구 광장삼성1차 소규모 재건축 조합은 최근 조합 이사와 감사를 선출하기 위해 선거를 준비 중이다. 지난달 조합 이사 세 명과 감사 한 명이 사퇴했기 때문이다. 앞서 조합은 시공사와 공사도급 계약을 하며 연대보증 참여를 요구받았다. 조합장을 포함한 임원 일곱 명 중 네 명이 이를 거부해 결국 조합은 새 임원을 선출한 뒤 다시 계약하기로 했다.사정은 다른 정비사업 조합도 마찬가지다. 성동구의 한 리모델링 조합 역시 시공사로부터 조합장을 비롯한 임원의 연대보증 참여를 요구받았다. 조합은 과도한 조건이라며 거부했지만, 다른 사업지도 똑같다는 시공사의 설득에 결국 보증에 참여했다. 용산구 동부이촌동의 리모델링 조합 역시 시공사와의 계약에 ‘임원 연대보증’ 조항을 추가했다.

정비사업 과정에서 연대보증은 관행처럼 여겨진다. 당장 용역운영비가 부족한 조합은 시공사로부터 사업추진비를 대여받아야 한다. 액수가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 수준이어서 임원이 연대보증을 선다. 조합 내 갈등으로 사업이 좌초되면 조합장과 임원이 책임을 져야만 한다.

시공사는 사업비 대여 규모가 크고 조합 갈등으로 인해 사업이 좌초되는 사례가 많아 연대보증 요구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특히 리모델링은 사업 중단 사례가 많아 계약에 임원 연대보증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임원의 사업비 대여 연대보증이 필수가 아니기 때문에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울시의 정비사업 표준계약서에는 연대보증 내용이 없고, 일부 조합은 시공사 선정 단계에서 연대보증 거부 의사를 밝히기도 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연대보증이라는 독소조항을 협상 과정에서 없애거나 조합장만 책임을 지는 식으로 변경하는 게 최근 경향”이라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