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회계법인 채용 30% 줄인다

4대 법인 올해 800명대 예상
M&A 딜 감소·경기 하락 여파
올해 삼일PwC·삼정KPMG·안진딜로이트·EY한영 등 국내 4대 회계법인의 채용 규모가 지난해보다 3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 이후 3년 만에 공인회계사 시험 최종합격자 수보다 ‘빅4’ 채용 인원이 적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30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4대 회계법인의 올해 총 채용 인원은 800명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채용 인원은 1275명이었다. 지난해 가장 많은 390명의 신입 회계사를 뽑은 삼정은 올해 350명 안팎 채용을 계획하고 있다. 한 회계법인 고위 관계자는 “4대 회계법인의 총 채용 인원이 700명대 후반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올해는 각 사가 ‘몸집 불리기’를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4대 회계법인은 최근 3년간 신입 회계사 수를 경쟁적으로 늘려왔다. 빅4 채용 인원은 2020년 752명에서 지난해 1275명으로 70% 증가했다. 이 기간 빅4 채용 인원은 매년 공인회계사 시험 최종합격자 수보다 많았다. 2019년 신(新)외부감사법(외부감사법 전부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감사일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 컸다. 2020년부터 시장에 막대한 유동성이 풀리면서 인수합병(M&A)과 기업 컨설팅 업무가 증가한 것도 한몫했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사정이 바뀌었다. 경기가 하락세를 타면서 M&A 딜 수와 규모가 확 줄었다. 기업들이 지갑을 닫자 컨설팅 수요도 감소했다. 법인을 떠나는 회계사도 줄었다. 수년간 스타트업, 증권사, 사모펀드(PEF), 밴처캐피털(VC), 일반 기업 등으로 이직하는 저연차 회계사가 많았는데 요즘은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M&A 쪽에선 재작년과 작년에 뽑은 많은 인력이 부담이 될 정도로 일감이 줄었다”며 “고연봉을 노리고 스타트업 등으로 이직했다가 경기 침체 직격탄을 맞아 회계법인으로 복귀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올해 공인회계사 시험 최종합격자 최소 선발 예정 인원은 1100명이다. 빅4의 채용이 줄어든 만큼 취업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통상 4대 회계법인은 일종의 회계사 사관학교 역할을 한다. 공인회계사 시험 최종합격자는 회계법인 등과 같은 실무수습기관에서 2년간 수습 기간을 거쳐야 정식 전문 자격을 얻는다. 대부분 합격자는 주요 기업 감사 등 실무 경험 기회가 풍부한 4대 회계법인을 선호한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