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다음은…280억 가성비 우주여행 '더 문' [영화 리뷰+]

영화 '더 문' 리뷰
/사진=영화 '더 문' 스틸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지옥을 생생하게 구현하며 '쌍천만'을 동원한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 김용화 감독의 다음 행선지는 우주였다.영화 '더 문'은 달 탐사를 떠난 대원 중 유일하게 생존한 1명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한국의 유인 달 탐사를 소재로 하지만, 2029년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완벽한 허구다. 전개 방식은 할리우드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부터 '마션'까지 유일한 생존자를 구하기 위해 모두가 힘을 합치면서 인류애를 강조하는 방식이 지독할 정도로 동일하다. 다만 볼거리도 할리우드의 영화들과 비교해 밀리지 않는다. 여기에 한국식 가족애와 동료애가 후반부에 몰아치면서 "'더 문'은 한국 영화였구나"를 느끼게 한다.

2024년 전 국민의 응원을 받고 발사된 유인 달 탐사선 나래호가 모두가 보는 앞에서 폭발한다. 그로부터 5년 후, "이번에는 절대 실패해선 안 된다"는 강력한 염원과 함께 우리호는 2029년 달로 떠난다. 하지만 달 착륙을 앞두고 갑작스러운 태양의 흑점 폭발하고 만다. 이로 인해 강력한 태양풍이 발생했고, 우리호까지 덮치면서 막내 대원인 황선우(도경수 분)만 남겨 놓고 모두 사망하게 된다.
/사진=영화 '더 문' 스틸
유일한 생존자인 황선우를 살리기 위해 나래호 사고의 책임을 지고 우주센터를 떠난 전임 센터장 김재국(설경구 분)이 돌아오고, 이후 우주센터에서는 '황선우 대원 무사 귀환' 작전이 펼쳐진다. 김재국은 황선우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인 NASA(미항공우주국)의 유인 달 궤도선 메인 디렉터이자 이혼한 아내인 윤문영(김희애 분)에게도 도움을 청하지만, NASA 소속인 윤문영은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 김재국의 요청을 거절한다.
/사진=영화 '더 문' 스틸
황선우를 살리기 위해 연구원들이 고군분투하며 초를 다투며 대안책을 논의할 때, 유일한 생존자인 황선우도 자신의 역할을 해낸다. 다른 대원들의 몫까지 해내겠다며 홀로 달 탐사에 나서 미션을 완수해낸 것.

하지만 흑점 폭발 후유증으로 유성우가 쏟아지고, 설상가상으로 탐사선까지 손을 쓰기 힘들 정도로 망가진다. 이 상황에서 황선우가 어떻게 대자연의 재앙에 맞서 귀환할 수 있는지,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게 '더 문'의 관전 포인트가 된다.

'더 문'의 제작비는 280억원으로 알려졌다. '그래비티'가 2013년, '마션'이 2015년에 개봉했음에도 제작비가 1000억원이 넘었다는 걸 고려하면, 10년 후에 나온 '더 문'의 제작비는 말도 안 되는 수준이다. 연출자인 김용화 감독이 "'더 문'은 가성비가 좋다"고 소개한 이유다.
/사진=영화 '더 문' 스틸
그런데도 볼거리는 할리우드의 영화들과 비교해 밀리지 않는다. 황선우가 달에 첫발을 내디뎌 태극기를 꽂고, 월면차를 타고 달 표면을 달리는 모습과 이를 실시간으로 촬영하고 중계하는 카메라의 화면들은 영화관의 큰 스크린에서 더욱 생생하게 선보여진다.

허구를 그리지만, 그 상황들 역시 그럴듯하다. 김용화 감독은 "누리호 발사에 성공한 한국의 기술력 아래 현실적으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는 기획 의도로 '더 문'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한국항공우주원, 한국천문연구원 등의 전문가들에게 자문해 영화를 완성했다.

눈이 호강하는 볼거리와 함께 도경수의 열연도 놀라움을 주는 부분이다. '신과 함께'에서 관심병사로 출연해 김용화 감독과 인연을 맺었던 도경수는 '더 문'에서 유일한 생존자로 극을 이끈다. 형들에게 "넌 너무 진지해"라고 핀잔받던 걱정 많은 막내에서 홀로 임무를 완수해내는 뚝심, 모두가 죽음을 확신한 상황에서도 "메이데이"를 외치며 처절하게 생존하는 모습은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담백함으로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사진=영화 '더 문' 스틸
도경수의 열연과 다채로운 볼거리에도 '신과 함께'에서 지적된 김용화 감독의 '신파'는 이번에도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감정 과잉의 리더 김재국이 "자, 모두 각자 위치로"를 외치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연구원들의 모습 역시 전형적이다. 그렇지만 흥행 공식대로 쓰인 뻔한 전개, 뻔한 인물들에 질려 새로운 블록버스터에 목말랐던 관객들이라면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볼만한 영화가 나왔다는 점에서 반가울 법하다.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29분. 오는 8월 2일 개봉.

한 줄 평: '국뽕' 빼고 봐도 생생한 우주가 다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