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인멸' 비난하는 美공화후보들…트럼프측 "증거 삭제 안 해"

마피아에 빗대며 "숨길게 없다면 왜 지워"…뉴햄프셔주지사 "트럼프 안돼"
"트럼프 사면" 주장도…트럼프 변호인 "트럼프는 가장 윤리적인 미국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기밀문건 유출과 관련해 증거인멸 혐의로 추가 기소된 가운데 대선 경선 후보들을 비롯해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내년 미국 대선이 1년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사실상 독주 양상을 보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다른 후보들의 공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어떠한 증거도 인멸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반복하면서 '가짜 기소'라고 반박하며 법무부를 맹비난했다.

공화당 경선에 뛰어든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주지사는 30일(현지시간) CNN에 출연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추가 기소가 정의를 방해하려는 사례로 보느냐는 질문에 "매우 뻔뻔하다. 경험이 없는 콜레오네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토 콜레오네는 마피아 조직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대부'의 주인공이다.

트럼프의 행위를 범죄조직인 마피아에 빗대 비판한 셈이다. 크리스티 전 주지사는 "감시 영상이 포함된 대배심 소환장이 송달된 다음 날 그들은 월터 나우타를 마러라고로 내려보내 영상을 지우라고 했다.

나우타는 그 집단의 프로도처럼 보인다"며 "그것은 나쁜 짓"이라고 주장했다.

프로도는 영화 대부에서 마피아 보스를 돕는 역할을 하는 심복이다. 나우타는 기밀문건 유출 사건과 관련해 트럼프와 함께 기소된 트럼프의 측근이다.

연방검사 출신인 크리스티는 "이는 전직 대통령이 해선 안 될 일이며,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해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했다.
역시 경선에 출마한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는 CBS 방송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힐러리 클린턴이 (과거 대선 후보 당시) 그의 이메일을 지웠을 때와 같은 방식"이라고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힐러리 클린턴은 과거 민주당 대선 후보였을 때 개인 서버에 업무용 이메일을 보관하다 문제가 불거져 수사를 받은 바 있다.

헤일리 전 대사는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상관없다.

힐러리인지 트럼프인지 중요하지 않다"며 "숨길 게 없다면 지워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모든 사람은 같은 방식으로 대우받아야 한다.

미국민은 모두가 공정하게 대우받길 원한다"며 법무부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조 바이든 대통령의 기밀문건 반출에 대해 공정하지 않게 수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크리스 스누누 뉴햄프셔주지사는 ABC 방송에 출연,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면 제3의 후보를 밀겠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한 채 "공화당 후보는 트럼프가 아닐 것이다.

미국은 트럼프나 바이든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는 바이든이나 트럼프가 대선 후보로 나서는 데 대한 거부감이 상당한 것으로 드러나고 이으며, 이런 흐름에 힘입어 온건 중도성향의 정치단체인 '노 레이블'(No Labels)은 대안 후보를 내세울 준비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누누 주지사는 당초 공화당 경선에 참여하려다가 표 분산으로 결국 트럼프가 후보가 되는 것을 막는다는 취지로 경선 출전을 포기했다.
이런 비난과 달리 공화당 경선 주자인 기업가 비벡 라마스와미는 CNN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면 주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차기 대통령으로서 내 기준은 우리나라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라며 "그 올바른 방법 중 하나는 명백히 정치화한 기소로부터 트럼프를 사면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알리나 하바는 이날 폭스뉴스에 나와 트럼프의 추가 기소와 관련해 어떠한 증거도 삭제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하바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법정에 출두하고 우리가 서류를 제출할 때 요청된 모든 영상과 감시 테이프가 넘겨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며 "삭제된 테이프가 없는데 무슨 정의의 방해인가.

우리는 항상 협력하고 있는데 법무부는 트럼프가 정의를 방해하고 있다는 가짜 기소를 미국민이 믿길 바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내가 아는 가장 윤리적인 미국인"이라고 칭했다.

/연합뉴스